❝피부 절개만 적다고 ‘최소 침습’ 아닙니다❞…‘뼈 절제 없는 척추 내시경 수술’의 진화와 의학적 의미
최근 의료 현장에서 ‘최소 침습’을 키워드로 내세운 다양한 척추 수술법들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절개 부위가 작다’는 겉보기에만 집중한 접근은 실제 환자의 회복성과 장기적 결과 면에서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개발된 새로운 척추수술 기법, 일명 ‘골 절제 없는 감압술(Non-Laminectomy Bone-sparing Decompression, NLBD / NFFD)’이 기존 척추 내시경 수술의 판을 바꾸고 있다.
이 새로운 기술은 국내 척추 전문 병원인 새길병원의 이대영 병원장이 주도해 개발했으며, 최근 SCI(E)급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며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점은, 이 수술법이 피부는 물론 ‘뼈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는 척추 내시경 수술이 지향하던 ‘진짜 최소 침습’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 최소 침습 수술, 진짜 정의는?
최소 침습 수술(Minimally Invasive Surgery, MIS)은 전통적인 수술에 비해 절개를 줄여 출혈, 감염, 회복 시간 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흔히 피부 절개 길이만 보고 ‘최소 침습’이냐 아니냐를 판단하지만, 이는 반쪽짜리 진단이다.
현대 MIS의 진화 방향은 단순히 표면적 절개 줄이기를 넘어서 ‘해부학적 보존’을 포함한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즉, 신경이나 근육뿐 아니라 뼈 자체도 가급적 보존함으로써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 기존 척추 내시경 수술의 기술적 한계
기존의 척추 내시경 감압술은 시야 확보 및 기구 진입을 위해 후궁(lamina) 또는 관절돌기(facet joint)의 일부를 절제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뼈 손실이 발생했고, 이는 장기적으로 척추 불안정성·협착 재발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한 뼈를 일부 깎아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이나 열 자극은 신경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수술 후 통증이나 회복 지연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 새 수술법(NLBD/NFFD), 뭐가 다른가?
NLBD(Non-Laminectomy Bone-sparing Decompression) 또는 NFFD(No Facet & lamina resection Foraminal Decompression)는 말 그대로 후궁이나 관절돌기절제 없이 진행되는 전신 마취 없는 척추 내시경 수술이다. 이 수술은 초소형 내시경 기구와 미세감압기술로, 좁아진 신경관을 틈새만으로 개방하는 방식으로 신경을 압박하는 구조물(주로 인대·탈출된 디스크)만 제거하고 뼈 조직은 온전히 보존한다.
또한, 피부 절개는 기존보다 훨씬 적고 출혈은 거의 없어 입원기간 역시 1~2일로 짧다. 환자는 수술 후 몇 시간 내보행이 가능하고, 일상 복귀도 빠르다. 실제로 새길병원 내 500례 이상의 임상 사례에서 합병증 비율 1% 미만, 재수술률도 2% 이하로 보고된 바 있다.
📈 임상 효과 및 해외 반응
이 기술은 기존의 MIS에 이어 ‘초(超) 최소침습(Ultra-MIS)’으로 불릴 만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유럽 척추 내시경 학회에서는 아시아 지역의 MIS 수술 트렌드를 주도하는 기술로 NLBD를 주목했으며, 일본과 대만에서도 해당 기법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신경 감압 효과 대비 조직 손상도가 가장 낮다는 점에서 고령자·고위험군(심장질환·당뇨병 환자 등) 환자에게도 안전하게 적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 의학적으로 본 ‘뼈 보존’의 의미
‘뼈를 깎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기능적 보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척추는 체중을 지지하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며, 인접 구조물과 유기적인 균형을 이룬다. 뼈의 절제는 이러한 균형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고령층에서는 골다공증 악화와 변형성 척추증(Spinal Stenosis) 진행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반면 골격 구조를 최대한 그대로 유지한다면, 인공디스크나 유합술과 같은 보조적 수술 없이도 ‘자체 회복력’에 의한 기능 유지가 가능하다.
🧑⚕️ 전문가 의견
대한의료협회 관계자는 “척추 수술은 구조적 안정성과 개입 최소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쉽게 조화시키기 힘들다”며 “NLBD는 그 균형점을 찾아가는 기술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이 수술법은 빠른 회복을 원하는 젊은층,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큰 고령층 모두에게 의미 있는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향후 과제와 보급을 위한 조건
새로운 술기가 국내 현장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기술의 표준화와 술기 전수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건강보험 수가 시스템 내에서도 실효성 있는 보상책이 논의돼야 한다. 현재로서는 선진 의료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고가 의료기기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어,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해법이 필요하다.
또한 장기 치료 성과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과 5년, 10년 뒤의 재발률, 척추 안정성에 대한 후속 보고가 추가되어야 국제 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