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PCSK9 억제제 시대 열리나…MSD ‘엔리시타이드’, 임상 3상서 유의미한 효능 확인
경구용 콜레스테롤 치료제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MSD(머크앤드컴퍼니, 미국법인 Merck)는 2024년 7월 9일(현지시간), 자사의 먹는 PCSK9 억제제 후보물질 ‘엔리시타이드 데카노에이트(enrisentanide decanoate)’가 두 건의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에서 유의미한 LDL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지금까지 주사제 형태로만 존재하던 PCSK9 억제제 치료 옵션에 혁신적인 경구형 제형이 더해졌다는 점에서, 고지혈증 치료 접근성과 환자 순응도 측면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핵심 요약
– MSD 경구용 PCSK9 억제제 ‘엔리시타이드’, 임상 3상(CORALreef-High, CORALreef-HeFH) 연구서 LDL-C 대폭 감축
– 12주 복용 시 최대 62% LDL-C 감소 효과 기록
– 주사제 부담 없앤 ‘매일 복용 알약’ 형태
– 경쟁 약물 대비 환자 순응도 및 접근성 우위 예상
– FDA 허가 시 최초의 먹는 PCSK9 억제제 될 가능성
PCSK9 억제제란? 간단 정리
PCSK9(proprotein convertase subtilisin/kexin type 9)은 혈중 LDL 콜레스테롤을 간에서 제거하는 LDL 수용체의 분해를 촉진하는 단백질로, 이를 억제함으로써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다. 현재까지 승인된 PCSK9 억제제는 사노피-암젠의 ‘프랄런트(알리로쿠맙)’, 암젠의 ‘레파타(에볼로쿠맙)’처럼 단일클론항체 기반의 피하주사제이다.
하지만 이들 약물은 주로 2~4주 간격으로 피하(SC) 주사가 필요해 자가주사에 대한 부담, 비용 문제, 의료 접근성 등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 “경구용 PCSK9 억제제의 첫 등장, 치료 패러다임 바꾼다”
MSD가 개발 중인 엔리시타이드는 PCSK9을 표적하는 펩타이드 기반 소분자 물질로, 매일 1회 복용하는 경구제(alternative oral peptide therapy) 방식이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CORALreef’ 임상 프로그램의 두 주요 연구(CORALreef-Lipid 및 CORALreef-HeFH)에서 각각 LDL-C 수치를 평균 55~62%까지 감소시키는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스타틴 요법에 불충분한 반응을 보인 고위험군 환자들(hyperlipidemia 또는 가족형 고콜레스테롤혈증)을 대상으로 플라시보 대비 유의미한 수치 감소가 확인됐다.
→ CORALreef-Lipid: 고위험 혼합 지질혈증 환자 928명 대상
→ CORALreef-HeFH: 유전적 고콜레스테롤 혈증(HeFH) 환자 705명 대상
→ 12주 후 LDL-C 최대 62%까지 감소, p<0.001
MSD 측은 “이번 임상 결과는 단순한 지질수치의 감소를 넘어, 고지혈증 관리에 있어 환자의 일상생활 편의성과 치료 접근성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대한의료협회 관계자는 “이번 임상 결과는 환자의 치료 수용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특히 고위험 유전형 환자에서 매일 복용 가능한 경구 제형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치료 전략의 다양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 남은 장애물은? 안전성 데이터, 가격 구조 등 다만 임상결과가 긍정적이었다 한들, 엔리시타이드가 시장에서 성공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아직 장기간 복용에 따른 안전성, 약물상호작용 여부에 대한 추가 데이터가 충분치 않으며, 새 제형의 복잡한 합성 구조가 약물의 안정성과 생산비용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현재 PCSK9 억제제의 가장 큰 진입장벽 중 하나인 ‘높은 약가’ 문제도 새로운 경구제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 앞으로의 향방은?
MSD는 2024년 말까지 전체 CORALreef 임상 시리즈를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중 FDA에 BLA(Biologics License Application, 생물학적 제제 허가신청서) 또는 NDA(신약허가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만약 승인을 받는다면, 엔리시타이드는 세계 최초의 경구용 PCSK9 억제제가 돼 고지혈증 시장에 새로운 치료 축을 세우게 된다. 이는 특히 스타틴 복용이 어려운 환자, 자가주사에 대한 불안이 큰 환자군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존 고지혈증 치료 방식은 “스타틴 중심의 표준요법 + 주사제 추가 옵션”으로 구분됐지만, 주사제에 대한 심리적 저항과 경제적 부담 등으로 치료 순응률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엔리시타이드는 단순한 ‘하향 조정 약물’이 아니라, 치료 프레임 자체를 재구성할 수 있는 혁신 잠재력을 지닌 후보물질이다. 물론 더 많은 데이터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무턱대고 기존 요법을 대체해서는 안 되겠지만, 복약 편의성과 고위험군 대상 확대라는 확실한 장점을 지닌 ‘먹는 PCSK9 억제제’의 등장은 고지혈증 치료 영역에서 주목할 만한 움직임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