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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음식, 뇌종양 악화와 연관? 장내 미생물이 열쇠

고염 식단, 단순히 혈압만 올리는 게 아니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충격적인 실험 결과에 따르면, 짠 음식이 뇌종양의 진행을 촉진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 장내 미생물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염식이 뇌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식생활 개선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과학적 근거: 짠 음식이 뇌종양 생존율 낮춘다

이번 연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 연구팀에 의해 수행됐다. 연구팀은 뇌종양 세포(GL261)를 주입한 생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하나의 그룹에는 고염 사료(4% NaCl), 또 다른 그룹에는 일반 수준의 사료(0.4% NaCl)를 4주간 급여한 후 뇌종양의 진행 경과와 생존율을 비교했다.

결과는 우려를 넘어 충격적이었다. 고염식이를 먹은 생쥐 그룹은 일반식 그룹에 비해 종양 크기가 빠르게 증가했으며, 생존율도 유의미하게 낮아졌다. 단순한 소금 섭취가 암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학계와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장내 미생물의 반전 역할: 소금이 문제의 핵심일까?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구팀은 소금 자체보다는 고염식이가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변화를 일으켰고, 이것이 종국적으로 뇌종양의 진행과 관련되어 있음을 밝혀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 항생제로 장내 미생물을 제거한 생쥐에게 고염 사료를 먹였을 때, 종양 크기 증가가 억제됐다.
– 반대로, 고염식이를 먹은 생쥐의 분변(대변)을 일반 사료를 먹은 생쥐에게 이식했더니, 고염식이를 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종양 악화가 나타났다.

이 결과는 단순한 나트륨 축적이 아닌, 장내 세균 변화가 질병 경과에 어떤 식으로든 작용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고염식이를 먹은 생쥐의 장내에서 뇌종양의 성장을 자극할 수 있는 특정 박테리아 종과 그에 의해 유도된 면역반응의 변화를 추적 중이다. 일부 초기 데이터에서는 Th17 세포 활성이 증가하고, 염증반응이 촉진됨으로써 종양 마이크로환경이 악화되는 경향이 포착됐다.

이 분석을 종합하면, 고염식이는 단순히 혈압을 높일 뿐 아니라, 장내 미생물 구조를 교란시켜 장-뇌 축(Gut-Brain Axis)에 영향을 주고, 특히 뇌종양과 같은 중증 질환의 진행 경로를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짠 음식, 얼마나 섭취해야 문제가 생길까?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일일 나트륨 섭취 권고량을 2g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소금으로 환산 시 약 5g). 그러나 2022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287mg(약 8g 소금)으로, 권고 기준을 크게 초과한 상태다.

정부와 지자체는 그간 고혈압 예방 및 심혈관 질환 억제를 목표로 ‘나트륨 줄이기 운동’을 펼쳐왔지만, 뇌 건강에까지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라 캠페인의 방향성과 강도 또한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나트륨 논란, 이제 ‘장내 세균’까지 봐야 한다

그동안 나트륨은 주로 심혈관계 질환과 관련된 리스크로만 다뤄졌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교란이 어떻게 신경계 질환, 특히 악성 뇌종양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가능성을 열었다. 장-뇌 축(Gut-Brain Axis)에 대한 연구는 최근 빠르게 진전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소화기계 수준을 넘어 신경계 질환, 정신건강 그리고 암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 식이요법에 있어서 ‘염분 제한’은 단지 혈압을 낮추기 위한 수단이 아닌, ‘암 예방의 일환’으로도 인식돼야 한다. 특히, 뇌종양과 같은 희귀 질환조차 식습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대중 건강교육의 메시지를 재정비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제는 우리가 먹는 한 숟갈의 소금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바꿔놓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당신이 오늘 먹는 짜장면 한 그릇, 라면 한 봉지도 뇌와 장 속에 어떤 작용을 할지 모른다. 뇌종양 예방의 첫걸음은 자극적인 맛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일지 모른다. 지금 바로 ‘짠맛’과의 적당한 거리두기를 시작하자.

📌 참고자료

– KAIST 이흥규 교수 연구팀 논문: Cell & Bioscience, 2024
– WHO Sodium Intake Guidelines 2023
– 대한영양학회, 국민 영양조사 2022
– 관련 외신 보도: Nature Reviews Cancer, Gut Microbiome and Brain Tumor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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