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500억 돌파한 외국인 의료소비… ‘K-뷰티 메디컬’에 올라탄 제약기업들
– 피부과·성형외과 중심 외국인 수요 폭증
– ‘K-메디컬 뷰티’ 열풍에 제약사 ‘보툴리눔 톡신’ 수출량 급증
– 정부·민간의 체계적인 해외환자 유치 전략 필요
한국의 미용 의료 시장이 해외 환자 붐을 타고 다시 한 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공개된 국내 통계에 따르면, 피부과 및 성형외과를 찾은 외국인 소비자들이 한 달 동안 한국 의료기관에서 지출한 금액이 약 1,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 의료관광 수요 회복을 넘어, 아예 ‘K-메디컬 뷰티’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키움증권이 6월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관광데이터랩 기준 2024년 4월 외국인의 의료소비액은 총 1,87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무려 83.4% 증가한 수치이며, 전월 대비로도 22.5% 증가한 수준이다. 그중 피부과와 성형외과 부문이 각각 1,034억 원(55.1%), 475억 원(25.3%)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수요를 보였다.
왜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미용 시술을 받을까?
가장 큰 요인은 한국 의료의 ‘퀄리티와 가격 경쟁력’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중동 지역에서 한국의 미용 시술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선택지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에 드라마, K팝, SNS를 통한 한국 미적 기준의 전파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외국인 환자 수요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눈·코 성형과 함께 피부 리프팅, 보톡스·필러 시술이 인기다.
‘K-톡신’ 업계도 고무적… 대웅·메디톡스·휴젤, 수출 드라이브 시동
외국인 환자의 발걸음이 의료기관에 그치지 않고 제약 산업 전반의 활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시장을 선점한 대웅제약, 휴젤, 메디톡스 등 국내 ‘톡신 3사’는 최근 수출 및 생산량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웃음 짓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은 주름 개선, 리프팅 등에 사용되며 단기적인 피부 시술군 중 높은 빈도의 시술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올해 상반기 기준 톡신 계열 수출 물량이 40% 가까이 늘어났고, 휴젤은 중국, 동남아시아 법인에서 괄목할 만한 매출 확장을 기록 중이다. 글로벌 진출 전략에 따라 FDA(미국 식품의약국)와 EMA(유럽의약품청) 등에 시판 허가를 신청하거나, 기존 시장에서 적응증 확대를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관광 산업으로서의 지속 가능성은?
이처럼 외국인 의료소비가 급증하는 현상은 긍정적인 지표이나, 전문가 사이에서는 “단기 반등에 그치지 않도록 중장기 전략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형외과 박한결 원장(서울 강남 소재 A클리닉 대표)은 “해외 소비자들이 일회성 방문이 아닌, 재방문 고객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사후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각국 언어에 최적화된 고객 응대 시스템, 통역 및 온라인 사전컨설팅 기능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뒷받침도 중요하다. 현재 일부 지자체와 한국관광공사 차원에서 전담센터를 운영하고는 있으나, 의료기관 간 정보 연동 부족, 해외 마케팅 예산 부족, 의료 관광 프로그램의 정형화 등이 주요 걸림돌로 꼽힌다.
한편, 미국, 태국, 싱가포르 등도 해외 의료관광 환자 유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K-뷰티 메디컬’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정부와 민간이 더 정교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회의 시장, 동시에 경쟁의 전장
한국 미용 의료 시장은 현재 ‘한국을 경험해야 완성된다’는 글로벌 소비 트렌드를 등에 업고 새로운 성장 단계를 맞이하고 있다. 피부과와 성형외과, 제약사, 병원, 정부 모두가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역할을 재정립하고, 지속 가능하고도 품격 있는 의료서비스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 시선은 빠르게 움직인다. ‘한류’라는 우산 아래 쏟아지는 의료소비 수요를 어떻게 전략화하고 관리해나가느냐가 지금 K-헬스 산업이 겪는 가장 큰 과제이자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