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산과 응급이송 늘어… 임신부, 병원 16곳서 수용 불발 끝 아산행

병원소식
[일러스트 ai. 임산부]

대구에서 산부인과를 포함한 필수의료 환자의 관외 이송이 늘어나는 가운데, 최근 복통을 호소한 임신부가 지역 의료기관 16곳에서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고 충남 아산까지 이동해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내 산과 응급진료 체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8일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전 2시께 대구 동구에서 머물고 있던 임신 20주 차 여성 A씨가 복통 증세로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는 구급상황관리센터를 통해 대구·경북 지역 병원들에 이송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모두 16곳에서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들은 분만실 포화, 산과 당직 전문의 부재, 응급수술 진행 중 등의 사유를 든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구급상황관리센터는 A씨가 평소 다니던 충남 아산의 병원으로 이송을 결정했고, A씨는 오전 3시 14분께 출발해 오전 5시 14분께 병원에 도착했다.

소방당국은 당시 A씨에게 출혈이나 분만 징후가 없었고 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장거리 이송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진료 결과 산모와 태아 모두 상태가 안정적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치료 후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런 장거리 이송이 일회성 사례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구에서 현장 도착부터 병원 도착까지 2시간 이상 걸린 관외 이송은 2024년 7건에서 2025년 13건으로 늘었다. 이송 대상은 뇌혈관질환,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중증·응급환자가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과의 경우 분만실 운영 여부만으로 응급 대응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의 당직, 응급수술 대응, 병상 운영 여건이 동시에 갖춰져야 실제 수용이 가능하지만, 지역 내 의료 인프라는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에서는 이미 비슷한 문제가 한 차례 크게 불거진 바 있다. 지난 2월 조산 증세를 보인 쌍둥이 임신부가 지역 대형병원 여러 곳에서 수용되지 못한 뒤 타지역 병원으로 장시간 이송돼 수술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신생아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은 중태에 빠졌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산과·소아과·외상 분야 경험이 있는 간호사와 1급 응급구조사를 구급상황관리센터에 우선 배치하고, 구급대원의 전문 대응 역량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현장 이송 체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지역 내 분만·응급 인프라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례는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임신부조차 지역 안에서 제때 진료받기 어려운 현실을 다시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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