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7명 중 1명이 당뇨병… 절반은 자신이 환자인 줄도 모른다

의학연구

우리 사회의 ‘조용한 질병’, 당뇨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과 대한당뇨병학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5 한국당뇨병 실태조사」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15.5%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보다 약 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문제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자신이 당뇨병 환자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진을 통해 병명을 처음 알게 되는 경우가 많고,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꾸준히 관리되는 비율은 절반에 그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2025년 발표한 ‘국민혈당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의 62%가 치료를 받고 있으나, 실제로 혈당이 목표치(공복혈당 130mg/dL 미만, HbA1c 6.5% 미만)로 조절된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나머지 3명 중 2명은 약을 복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혈당이 정상 범위를 넘나들고 있었다. 특히 30~40대 젊은 환자층의 관리율이 가장 낮았다. 젊은층은 당뇨병을 ‘노인병’으로 인식하거나, 무증상 기간이 길어 조기검진을 받지 않는 경향이 높다.

전문가들은 식습관 변화와 비만, 운동 부족을 당뇨병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2025)에 따르면, 10년 새 1인당 일일 탄수화물 섭취량은 12% 증가했고, 야간 간식 빈도도 두 배로 늘었다. 또한 하루 평균 걸음 수는 6,200보로, WHO가 권장하는 1만보의 60%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생활습관의 변화는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체지방과 복부비만을 악화시키며, 결국 혈당 조절 능력을 무너뜨린다.

한국인의 당뇨병은 단순히 환자 수의 문제가 아니라, 합병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당뇨 합병증(신장질환·망막병증·발궤양 등)으로 인한 진료비는 2024년 한 해에만 3조 4천억 원을 넘어섰다. 특히 말기 신부전증 환자의 45%는 당뇨병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뇨병은 치료가 아니라 ‘관리의 병’이지만, 현실은 관리 사각지대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당뇨병 관리율이 낮은 이유는 의료접근성보다 ‘행동 지속성’에 있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연구진은 “약물 치료를 시작한 환자 중 1년 이내 중단율이 40%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약을 꾸준히 먹기 어렵고, 식단 조절과 운동 습관이 병행되지 않으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당뇨병은 증상이 없을 때부터 장기 손상이 진행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체감이 어렵다. 이런 특성 때문에 ‘조용한 질병’이라 불린다.

정부는 올해부터 ‘혈당관리 집중지원사업’을 전국 보건소로 확대하며, 30세 이상 성인에게 무료 혈당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 참여율은 아직 낮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의 참여율은 전국 평균 11%에 그쳤으며, 특히 직장인층 참여율은 5% 미만이었다. 전문가들은 직장검진 시스템 내 정기 혈당검사 의무화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 중심의 지속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대한당뇨병학회 관계자는 “당뇨병은 치료제가 있어도 관리가 안 되면 결국 합병증으로 돌아온다”며 “체중 5%만 줄여도 혈당이 평균 0.5%p 개선된다. 약보다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은 생활”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30~40대가 조기에 혈당을 체크하지 않으면 10년 후 신장병이나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당뇨병은 증상이 없는 질병이지만, 침묵 속에서 몸의 균형을 조금씩 무너뜨린다. 진단은 출발점에 불과하다. 혈당을 관리한다는 것은 수치를 낮추는 일이 아니라,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일이다. 숫자가 아니라 습관이 병을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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