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충혈, 허리 뻣뻣함”…이동건이 겪은 강직척추염, 척추가 굳어가는 염증의 병
배우 이동건이 강직척추염 진단 사실을 공개하면서, 대중의 관심이 이 희귀 질환으로 쏠리고 있다. 그는 방송에서 눈이 충혈되고 승모근이 찌릿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자신이 강직척추염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단순한 허리 통증으로 여겨졌던 증상이 사실은 척추가 서서히 굳어가는 염증성 자가면역 질환의 신호였던 셈이다.

강직척추염은 척추와 천장관절, 즉 엉치 부근의 관절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면서 점차 척추가 굳어가는 질환이다. 겉으로는 근육통이나 디스크로 착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면역체계가 자신의 뼈와 인대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분류된다. 척추뿐 아니라 눈, 장, 피부 등 전신에 염증이 동반될 수 있어 단순한 근골격계 질환이 아닌 전신성 염증질환으로 본다.
이 질환의 초기 증상은 주로 허리나 엉덩이 부근의 통증으로 시작한다. 일반적인 근육통이나 디스크 통증과 달리, 아침에 뻣뻣함이 심하고 움직일수록 통증이 완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새벽에 통증이 심해 잠을 깨는 경우도 많다. 휴식 시 악화되고 활동 시 호전되는 ‘염증성 요통(inflammatory back pain)’은 강직척추염을 의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이동건이 경험한 눈의 충혈 또한 포도막염 증상으로, 강직척추염 환자의 약 3명 중 1명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동반 질환이다.
강직척추염의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이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HLA-B27이라는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에게서 발병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이 유전자는 면역체계가 외부 물질과 자가 조직을 구분하는 과정에 관여하는데, 이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자기조직을 공격해 염증을 유발한다. 여기에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이나 반복된 감염, 흡연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염증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질환이 발현된다.
우리나라의 강직척추염 유병률은 약 1% 수준으로 추정된다.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3~4배 높게 나타나며,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단순한 요통으로 오인되어 정확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척추가 점차 강직되면서 움직임이 제한되고, 방치할 경우 척추가 완전히 굳는 ‘대나무 척추(bamboo spine)’로 진행될 수 있다.
진단은 영상검사와 혈액검사를 함께 시행한다. MRI나 CT에서 천장관절 부위의 염증 소견이 관찰되면 진단의 근거가 되며, HLA-B27 유전자 검사와 염증표지자(CRP, ESR) 상승 여부도 함께 확인한다. 2009년 국제척추관절염학회(ASAS)가 제시한 분류 기준에 따르면, 영상검사에서 천장관절염이 확인되거나 HLA-B27 양성인 경우에 3개월 이상 지속된 염증성 요통이 동반되면 강직척추염으로 진단할 수 있다.
치료의 목표는 완치가 아니라 염증을 억제하고 척추의 변형 진행을 늦추는 데 있다. 초기에는 비스테로이드항염제(NSAIDs)를 사용해 통증을 줄이고 관절의 유연성을 유지한다. 이 약물은 단순 진통제가 아니라 염증 매개물질을 억제하여 척추 강직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 약물 복용 2~4주 후 반응이 확인되며, 장기 복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위장이나 신장에 부담이 있는 경우 주의해야 한다.
기본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질환이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생물학적 제제가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TNF-α 억제제(아달리무맙, 에타너셉트 등)와 IL-17 억제제(세쿠키누맙, 익세키주맙)가 있다. 이들 약물은 염증을 직접 일으키는 사이토카인을 차단해 척추 강직의 진행을 늦춘다. 2023년부터는 IL-17 억제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범위가 확대되어, 초기 치료 단계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졌다. 또한 TNF-α나 IL-17 억제제에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는 JAK 억제제(린버크, 젤잔즈 등)가 대체 치료제로 활용된다. JAK 억제제는 염증 반응 신호를 세포 내부에서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며, 경구 복용이 가능해 환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스트레칭과 척추 신전 운동은 관절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자세 교정 및 폐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장시간의 좌식 생활이나 흡연은 질환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예후를 좌우한다. 척추가 완전히 굳기 전에 염증을 조절하면 통증을 완화하고, 척추 변형과 장애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젊은 나이에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허리 통증이나 새벽 통증, 아침 뻣뻣함이 반복된다면 단순 근육통으로 넘기지 말고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동건의 사례는 연예인 건강 이슈를 넘어, 강직척추염이라는 질환이 젊은 세대에서도 발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허리 통증과 눈의 염증, 아침의 뻣뻣함이 함께 나타난다면 이는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다. 강직척추염은 조기 발견과 치료만으로도 척추 변형과 삶의 질 저하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조기에 정확히 진단받고 꾸준히 치료받는다면, 이 질환은 더 이상 ‘희귀병’이 아닌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바뀔 수 있다.
참고 문헌
- 대한류마티스학회, 「강직척추염 진료지침」(2024 개정판)
- EULAR Recommendations for the Management of Axial Spondyloarthritis (2022)
- ASAS Classification Criteria for Axial Spondyloarthritis (2009)
- WHO, Autoimmune and Inflammatory Spondyloarthritis Overview (2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