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다이어트, 간은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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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다이어트, 간건강, 지방간, 영양불균형, 해독오해

아침 출근길, 검은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여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 한 끼만 먹어요.” “단식하면 몸이 정화된대요.” 이런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그 안쪽에서는 조용히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간세포는 굶는 동안 쉬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를 태우며 생존한다. 한동안 ‘단식은 몸을 리셋한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최근 연구들은 단식이 간의 손상과 대사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해독이 아니라 손상이다
대한간학회는 “단식으로 간이 쉬는 일은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간은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24시간 대사 작용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음식이 들어오지 않으면, 간은 자체 조직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든다. 이때 발생하는 케톤체와 활성산소가 간세포를 공격한다. 서울아산병원의 임상 보고서(2023)에 따르면, 단식형 체중 감량 프로그램을 2주 이상 지속한 참가자 중 31%에서 간 효소 수치(AST, ALT)가 상승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2023)에서도 하루 24시간 단식을 반복한 실험군의 간 내 지방 축적량이 1.8배 증가했다. 몸이 정화된다는 믿음 뒤에는, 간세포의 희생이 숨어 있다.

지방은 줄지만 간은 더 무거워진다
단식 중에는 포도당이 고갈되면서 지방이 주요 에너지원으로 바뀐다. 그러나 그 부산물인 지방산이 과다하게 생성되면 간세포에 축적된다. 유럽소화기학회(EASL)는 이를 ‘대사적 역설’이라 정의했다. 체지방은 줄어들지만 간 속 지방은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이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대사적응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단식을 14일 이상 지속한 집단은 대사 효율이 낮아지고, 간 내 중성지방 농도가 증가했다. 반면 단식을 중단하고 균형식으로 전환한 집단은 3개월 내에 간 지방량이 평균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 결과는 간이 회복력을 지니지만, 그 회복은 ‘굶음’이 아니라 ‘공급’에서 온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짜 각성과 진짜 피로
단식의 초반에는 오히려 기분이 좋다고 느낀다. 혈당이 낮아지면서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각성은 일시적이다. 하버드의대 영양행동센터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단식 중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일시적으로 집중력을 높이지만, 단식 종료 후에는 폭식 충동과 피로가 함께 찾아온다. 이른바 ‘보상성 식행동’이다. 단식을 반복할수록 식사 시 혈당과 인슐린 분비가 과도하게 상승하고, 그 결과 체중은 다시 늘어난다. 단식은 지방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대사의 리듬을 깨뜨리는 행위에 가깝다.

간을 살리는 것은 절제가 아니라 균형이다
간을 회복시키는 길은 단식이 아니다. 서울성모병원 영양대사클리닉은 “간의 해독력은 금식이 아니라 균형 공급에서 비롯된다”고 밝힌다. 하루 세 끼 중 한 끼라도 단백질과 항산화 영양소를 포함해야 한다. 단백질은 손상된 간세포를 복구하고, 비타민 E와 셀레늄은 활성산소를 줄인다. NIH는 2022년 보고서에서 공복 시간을 12~14시간으로 제한한 ‘라이트 간헐적 단식’이 간 효소 수치를 안정화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제시했다. 식사를 완전히 중단하는 대신, 간에 리듬을 주는 방식이다. 서울대학교병원 내과의 2024년 자료에서도 공복과 섭취 주기가 일정할수록 간 피로 지표가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단식의 유행과 대사 리듬의 파괴
단식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순하다. 즉각적인 숫자의 변화 때문이다. 그러나 체중계의 수치는 일시적이며, 간의 피로는 누적된다. 대한간학회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 환자 중 28%가 ‘단식 또는 극저열량 다이어트’ 경험자였다. 체중 감량은 이루어졌지만, 간 기능은 오히려 악화됐다. 일본 국립건강영양연구소의 2023년 보고서 또한 유사한 결론을 냈다. 6개월 이상 단식을 반복한 피험자의 42%에서 간 효소 상승과 피로 호소가 동반됐다. 단식이 주는 ‘몸의 가벼움’은 생리적 에너지 절약 반응일 뿐, 건강의 증거가 아니다.

간은 멈추지 않는다
간은 하루 24시간 작동한다. 우리가 잠든 동안에도 해독과 합성을 이어간다. 그래서 단식은 간의 휴식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단식은 간에게 에너지원 부족이라는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간은 스스로를 분해해 에너지를 만든다. 해독은 정지 상태가 아니라 순환 속에서 이뤄진다.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그리고 꾸준한 운동은 단식이 줄 수 없는 회복을 제공한다. 대한간학회와 서울아산병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임상 보고서(2024)는 규칙적 식사가 간 내 지방 축적을 40% 줄이고, 간 효소 수치를 평균 25% 안정화시켰다고 밝혔다.

결국 간을 지키는 길은 단식이 아니라 리듬이다. 우리 몸은 절제가 아니라 순환을 기억한다. 굶는 대신, 일정한 주기로 영양을 공급하라. 해독은 공복이 아니라 회복의 시간표 위에 있다.

출처
대한간학회.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관리지침」 (2024)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상자료 (2023, 2024)
NIH Metabolic Health Division. Fasting and Hepatic Steatosis (2023)
EASL. Metabolic Paradox of Fasting Diets (2022)
하버드 의대 영양행동센터. Behavioral Metabolism in Restrictive Eating (2023)
서울성모병원 영양대사클리닉. 「간 건강을 위한 균형 식사 가이드」 (2024)
일본 국립건강영양연구소. Calorie Restriction and Liver Function Study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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