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당이라 안심했는데…숨은 당이 많은 식품들
저당·무가당 문구만 보고 고르면 실제 섭취량을 놓치기 쉬워
당류 줄이기는 설탕보다 표시 읽는 법과 음료 습관부터 바뀌어야

당류 줄이기가 건강관리의 기본 과제로 떠오르면서 소비자들이 가장 자주 찾는 문구도 달라졌다. 저당, 무가당, 라이트, 당 감소 같은 표현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런 문구가 곧바로 “당이 거의 없다”는 뜻으로 읽히기 쉽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나트륨·당류 저감 표시를 시중 평균값이나 자사 유사제품과 비교한 상대적 표시로 규정하고 있다. 즉 줄였다는 말은 비교 기준이 있다는 뜻이지, 절대적으로 당이 낮다는 보증 문구는 아니다.
이 때문에 무가당 식품이라는 표현도 더 좁게 읽어야 한다. 식약처는 2024년 식품등의 표시기준 개정에서 소비자가 무당, 무가당 등으로 강조하는 제품에 대해 오인·혼동하지 않도록 표시기준을 강화했다. 이어 2026년부터는 영양표시 제도 개편과 함께 무당·무가당 표시제품에 추가 정보를 제공하도록 제도를 손봤다. 문구만 크게 보던 소비 습관에서 실제 영양성분표를 읽는 방향으로 제도를 옮기겠다는 의미다.
여기서 가장 먼저 걸러야 할 품목은 음료다. 당류 줄이기에서 설탕통보다 더 큰 변수는 마시는 단맛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과 아동 모두에서 유리당 섭취를 총에너지의 10% 미만으로 줄일 것을 권고하고, 가능하다면 5% 미만으로 더 낮추는 것이 추가 건강상 이점과 연결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유리당에는 조리나 가공 때 넣은 당뿐 아니라 시럽, 꿀, 과일주스의 당도 포함된다. 달달한 커피와 액상차, 가당 음료가 문제로 반복해서 거론되는 이유다.
무가당이라 안심했다가 당 섭취를 놓치는 장면도 대개 음료와 간편식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당 감소” 또는 “라이트” 문구가 붙은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줄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1회 제공량이 작게 잡혀 있거나, 한 번에 두세 배를 마시거나 먹으면 실제 총당 섭취는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식약처가 저감 표시 기준과 함께 가이드라인을 별도로 두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소비자는 제품 앞면의 광고성 문구보다 영양성분표의 당류 함량과 1회 제공량, 총 섭취량을 함께 봐야 한다.
달달한 커피 한 잔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설탕을 직접 넣지 않았더라도 시럽, 농축액, 가향 베이스가 더해진 커피는 당류 섭취를 빠르게 올릴 수 있다. 액체 형태의 단맛은 포만감은 낮고 섭취는 빠르기 때문에, 같은 양의 당을 먹는 경우보다 체감이 약한 상태에서 반복되기 쉽다. 세계보건기구가 유리당 섭취를 줄이라고 권고하는 배경에도 이런 음료 습관이 포함된다.
설탕 줄이는 법을 묻는 사람에게 가장 현실적인 답도 여기서 나온다. 먼저 바꿔야 할 것은 음료의 단맛 빈도다. 아침의 달달한 커피, 점심 뒤 디저트 음료, 오후 피로를 달랜다는 이유로 마시는 가당 커피와 액상차를 줄이면 하루 당류 섭취량은 생각보다 크게 내려간다. 식약처가 당류 저감 제품 개발과 표시 가이드라인 정비를 병행하는 것도 음료와 가공식품을 통한 당 섭취 관리가 생활 속에서 가장 실천 가능성이 큰 영역이기 때문이다.
당류 줄이기는 혈당 관리와도 연결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당뇨병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으면 여러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식사요법과 운동요법, 체중조절이 기본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당류를 줄이는 일은 체중만의 문제가 아니라 혈당과 대사 건강 관리의 기초로 이어진다. 특히 음료를 통해 들어오는 단맛은 포만감에 비해 섭취량이 쉽게 늘 수 있어 먼저 조정할 필요가 있다.
결국 무가당 식품의 함정은 문구를 믿는 소비 방식에 있다. 저당, 무가당, 라이트라는 말은 출발점일 뿐, 끝이 아니다. 실제 당류 함량과 1회 제공량, 하루 전체 섭취량을 함께 보지 않으면 당류 줄이기는 쉽게 실패한다. 설탕 줄이는 법은 복잡한 영양학보다 단순한 습관 점검에서 시작된다. 컵 안의 단맛을 먼저 줄이고, 포장 앞면보다 성분표를 먼저 보는 것, 그 두 가지가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