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3년째 수단, 보건위기 심화…WHO “평화 없이는 건강도 없다”

복합 중증 급성 영양실조 치료를 위해 포트수단 안정화센터에 입원한 아동
3년째 이어지는 분쟁으로 수단의 보건위기가 한층 악화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4일 발표한 자료에서 수단이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주의 위기 국가로 떠올랐으며, 수백만 명이 의료·식량·안전 등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WHO에 따르면 현재 수단에서는 3400만 명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100만 명은 적절한 보건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황이 다소 나아지고 있지만, 교전이 계속되는 지역에서는 질병 확산과 영양실조가 동시에 악화하는 양상이다. 의료 접근성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이를 뒷받침할 자금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수단 전쟁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건강, 물, 식량, 안전 등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며 “의료체계가 무너져 수백만 명이 필수 의료서비스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와 보건 인력은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과 필요한 의약품, 의료물자가 있어야 한다”며 “궁극적인 해법은 평화”라고 강조했다.
실제 현지 상황은 심각하다. WHO는 2026년 기준 400만 명 이상이 급성 영양실조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각종 질병과 합병증에 더욱 취약한 상태다. 말라리아와 뎅기열, 홍역, 소아마비, E형간염, 수막염, 디프테리아 등 각종 감염병도 여러 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의료 인프라도 무너지고 있다. 수단 내 18개 주 전체를 기준으로 현재 전체 보건시설의 37%가 정상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병원과 구급차, 환자, 의료진을 겨냥한 공격도 반복되면서, 분쟁 지역일수록 의료 공백이 더 커지고 있다. WHO는 2023년 4월 15일 이후 보건의료 부문에 대한 공격 217건을 확인했으며, 이로 인해 2052명이 숨지고 810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다.
특히 다르푸르와 코르도판 지역에서는 전투로 대규모 이주가 이어지고, 인도적 구호물자의 이동도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 최근 동다르푸르의 엘다에인 교육병원 공격은 이런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공격으로 어린이와 보건 인력을 포함해 최소 64명이 사망했고, 병원은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이 병원은 동다르푸르 주민 수십만 명이 의존하던 핵심 거점 의료기관이었다.
WHO는 전쟁 발발 이후에도 현지에서 의약품 공급과 질병 감시, 교육, 조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2023년 4월 이후 현재까지 3300톤이 넘는 의약품과 의료물자를 전달했고, 이를 통해 410만 명 이상이 1차 보건센터, 이동식 진료소, 병원 등에서 필수 의료서비스를 받았다. 또 중증 급성 영양실조를 앓는 아동 11만8000명 이상에 대한 치료를 지원했고, 콜레라·소아마비·홍역·풍진 등 백신 접종을 통해 4600만 명 이상의 어린이와 성인에게 예방접종이 이뤄지도록 도왔다.
수단은 말라리아 백신을 정규 국가예방접종 체계에 포함한 동지중해 지역 첫 국가가 되기도 했다. WHO는 연방 및 주 보건당국, 국제 파트너들과 협력해 두 차례의 콜레라 유행 대응에도 나섰으며, 가장 최근 유행은 1년 이상 지속된 대응 끝에 2026년 3월 종료가 선언됐다. 이 과정에서 2450만 명에게 경구용 콜레라 백신이 접종됐다.
WHO는 앞으로 수단 전역에 대한 안전하고 제약 없는 접근 보장, 보건의료시설 보호, 지속적인 인도적·장기적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WHO는 “수단에는 오래전부터 평화가 필요했다”며 “평화 없이는 건강도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