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느려지고 의자서 일어나기 힘들다면”…근감소증, 노화 아닌 질병 신호일 수 있다

질병/치료헤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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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량보다 중요한 건 ‘근력과 기능’…낙상·골절·우울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막아야

근육은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줄지만, 근력과 보행 기능까지 떨어져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해야 한다. [c]헬스한국

걷는 속도가 예전보다 확연히 느려졌거나, 낮은 의자에서 일어날 때 손으로 짚어야 한다면 단순한 노화로만 넘기기 어렵다. 근육은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줄지만, 근력과 보행 기능까지 떨어져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근감소증은 낙상과 골절 위험을 높이고, 외출 감소와 우울감, 영양 부족으로 이어지며 노년기 건강을 빠르게 무너뜨릴 수 있다.

근감소증은 말 그대로 근육이 줄어드는 상태를 뜻하지만, 의학적으로는 단순한 근육량 감소만 보지 않는다. 근력이 약해지고 보행 속도, 균형 능력, 의자에서 일어나는 능력 같은 신체 기능이 함께 떨어지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아시아근감소증진단그룹은 2019년 기준에서 낮은 악력 기준을 남성 28kg 미만, 여성 18kg 미만으로 제시하고, 신체 기능 저하 기준 중 하나로 6m 보행 속도 초속 1.0m 미만을 포함했다. 즉 평소 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져 1초에 1m를 걷기 어렵다면 검사가 필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도 근 손실이 근육량과 근력 감소로 신체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고 설명한다. 50대 이후 근육량 감소가 시작되고, 80세에는 최대 30~40%까지 줄 수 있으며, 침상 안정이 이어지면 1주 안에도 근력이 10~20% 감소할 수 있다. 특히 65세 이상에서 근감소증 유병률이 증가하고, 80세 이상에서는 2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고령화와 함께 환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근감소증이 위험한 이유는 근육이 단순히 ‘힘’만 담당하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근육은 몸을 지탱하고 움직이는 기관이면서 혈당 조절, 에너지 대사, 면역 기능에도 관여한다. 근육이 줄면 계단 오르기, 장보기, 목욕하기, 외출하기 같은 기본 활동이 어려워지고, 활동이 줄어든 만큼 다시 근육이 빠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가장 직접적인 위험은 낙상과 골절이다.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약해지면 발을 헛디뎠을 때 몸을 지탱하기 어렵고, 균형 회복 속도도 늦어진다. 고관절이나 척추 골절은 수술과 장기 입원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입원 기간 움직임이 줄면 근육 감소가 더 빨라진다. 최근 연구에서도 근감소증은 노년층의 낙상 발생 위험과 관련이 있으며, 인지기능 저하, 여러 만성질환, 영양 상태 악화가 함께 있을 때 그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신 건강과의 연결도 중요하다. 근력이 약해져 외출이 줄면 사회적 접촉이 감소하고, 우울감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우울감이 생기면 활동량과 식사량이 줄어 근육이 더 빠진다. 최근 한국 노쇠·노화 코호트 자료를 활용한 연구도 근감소증과 그 진단 요소가 지역사회 거주 노인의 우울 발생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추적 분석했다. 이는 근감소증을 단지 정형외과나 재활의학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노년기 전신 건강과 정신 건강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근감소증은 더 이상 모호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질병으로 분류되고 있다. 근감소증은 2016년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질병분류에 포함됐고, 우리나라에서도 2021년 제8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진단코드 M62.5로 등재됐다. 국내 공중보건 연구에서는 70세 이상 지역사회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남성 14.4%, 여성 6.4%의 근감소증 유병률이 보고됐다고 소개했다.

의심 신호는 일상에서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걸음이 느려졌다, 자주 비틀거린다, 계단을 오를 때 다리에 힘이 빠진다, 의자에서 한 번에 일어나기 어렵다, 병뚜껑을 여는 힘이 약해졌다, 최근 넘어질 뻔한 일이 잦아졌다, 종아리 둘레가 줄었다면 진료나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악력 측정, 보행 속도 검사, 5회 의자 일어서기 검사, 근육량 측정 등을 통해 상태를 평가한다.

근감소증 관리는 약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 핵심은 운동과 영양, 만성질환 관리다. 운동은 걷기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 걷기는 심폐 기능과 기분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이미 근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하체 근력 운동이 함께 필요하다. 의자에 앉았다 일어서기, 벽 짚고 스쿼트, 발뒤꿈치 들기, 가벼운 탄력밴드 운동처럼 안전한 저항운동을 꾸준히 해야 근육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낙상 위험이 있거나 심장질환, 관절질환, 어지럼증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의해 강도를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식사는 탄수화물 위주에서 벗어나 단백질을 매끼 나눠 먹는 방식이 좋다. 노년층은 밥, 국수, 떡처럼 먹기 쉬운 음식으로 식사를 때우는 경우가 많지만, 근육을 만들 재료가 부족하면 운동 효과도 떨어진다. 달걀, 생선, 살코기, 두부, 콩류, 유제품 등을 하루 식사에 고르게 넣고, 씹기 어렵거나 식욕이 떨어진 경우에는 질감이 부드러운 단백질 식품이나 영양 보충 음료를 활용할 수 있다. 비타민D 부족, 당뇨병, 만성 염증질환, 흡연, 잦은 음주도 근육 감소와 관련될 수 있어 함께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못 걷게 된 뒤’가 아니라 ‘느려졌을 때’ 알아차리는 것이다. 근감소증은 갑자기 생기는 병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걸음, 악력, 식사량, 외출 빈도 변화로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낸다. 1초에 1m를 걷기 어렵고, 의자에서 일어나는 동작이 버거워졌다면 몸이 보내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근육을 지키는 일은 단순히 오래 사는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걷고 먹고 생활하는 시간을 지키는 노년 건강의 핵심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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