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밖으로 나온 건강기능식품…제약사들이 3000원짜리 제품을 늘리는 이유

경제

비타민이나 유산균을 사려면 약국이나 건강기능식품 전문매장을 찾고, 한두 달치가 든 통 하나를 사는 모습이 익숙했다. 한번 결제할 때 드는 돈도 몇만원이 흔했다.

최근에는 이런 구매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출근길 편의점에서 며칠분 비타민을 사고, 다이소에서는 1000~5000원짜리 오메가3나 유산균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필요한 제품이 당장 생각나면 배달앱으로 주문해 다른 생필품과 함께 받아볼 수도 있다.

건강기능식품이 ‘마음먹고 사는 건강상품’에서 커피나 간식처럼 생활 동선 안에서 쉽게 집어 드는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제약회사와 건강기능식품 기업도 여기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약국과 전문몰을 중심으로 판매하던 기업들이 다이소와 편의점, 즉시배송 플랫폼으로 유통망을 넓히면서 제품 크기와 가격까지 바꾸기 시작했다.

2026년 5월 기준 종근당은 다이소 전용 브랜드를 통해 비타민과 오메가3, 프로바이오틱스 등을 6~12일분 소포장으로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1000~5000원 수준이다. 동화약품 역시 다이소에 건강·생활 관련 제품을 내놓았고, 편의점에서는 제약·건기식 기업과 유통업체의 협업이 확대되고 있다.


건기식도 이제 ‘한 통’보다 ‘한번 사보기’가 중요해졌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소포장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가 제품을 처음 살 때 느끼는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3만~5만원을 내고 한두 달분을 사야 한다면 구매 전 성분과 브랜드, 후기까지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남은 제품이 많다는 부담도 있다.

반면 3000원이나 5000원짜리 제품은 다르다. 며칠 동안 먹어본 뒤 다시 살지 결정할 수 있고, 평소에는 먹지 않던 성분도 비교적 가볍게 시도할 수 있다.

다이소가 운동보충제 시장까지 넓힌 것도 같은 흐름이다. 올해 들어 크레아틴 제품은 40일분을 5000원에, 아르기닌 제품은 소량 포장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기존 운동보충제가 대용량·고가격 제품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었다면, 입문자가 적은 비용으로 시험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린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제품 가격을 낮추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처음부터 큰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없던 소비자를 시장으로 끌어올 수 있고, 작은 제품으로 브랜드를 경험하게 한 뒤 다른 제품으로 연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약회사가 약국 밖으로 나오는 이유


제약기업이 다이소나 편의점을 바라보는 배경에는 유통망의 힘이 있다.

다이소는 전국에 1600개가 넘는 매장을 갖고 있고, 생활용품부터 화장품·운동용품까지 취급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다이소몰 이용자도 크게 증가하면서 저가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하는 대표적인 채널로 자리 잡았다.

제약사가 이런 유통망에 들어가면 건강기능식품을 사기 위해 일부러 약국이나 전문점을 찾아오지 않는 소비자에게도 제품을 노출할 수 있다.

편의점은 접근성이 더 높다.

CU는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확대하면서 올해 판매 점포를 추가로 늘리고 있고, 2025년 7월 관련 제품을 본격 판매한 이후 누적 판매량은 130만개를 넘어섰다. GS25 역시 최근 1년 사이 건강기능식품 매출이 9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에는 새로운 판매창구가 생기고, 편의점에는 도시락·음료 외에 반복적으로 구매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상품군이 생기는 구조다.


편의점에서는 ‘매일 먹는 한 알’도 형태가 달라진다


유통채널이 바뀌면서 제품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몇달치를 담은 대용량 병보다 한 번에 마시는 비타민샷이나 며칠분 멀티비타민처럼 즉시 소비할 수 있는 제품이 늘고 있다.

CU가 확대하는 제품군에도 면역 관련 샷이나 멀티비타민 올인원 샷, 생강·베리 형태의 건강음료 등이 포함돼 있다. 소비자가 출근길이나 여행 중 필요할 때 음료처럼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이는 건강관리 제품의 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존 건강기능식품은 ‘한 제품을 정해 매일 꾸준히 먹는다’는 복용 습관과 결합돼 있었다. 편의점 상품은 그보다 훨씬 즉흥적인 소비에 가깝다.

피곤한 날 비타민 제품을 사고, 운동 전에 아르기닌이나 크레아틴을 찾고, 여행 중 유산균을 소량 구매하는 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건강이라는 목적에 ‘간편함’과 ‘즉시성’을 결합해 새로운 소비 상황을 만드는 셈이다.


싼 가격의 비밀은 반드시 성분 차이만은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3000원짜리 건강기능식품을 보면 기존 3만원짜리 제품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할 수 있다.

가격 차이는 제품의 품질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먼저 포장량이 크게 다르다. 한두 달분을 담은 기존 제품과 달리 6~12일분처럼 적은 양으로 판매하면 전체 가격은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유통과 마케팅 방식도 가격에 영향을 준다. 다이소처럼 가격 상한이 명확한 채널에서는 처음부터 그 가격대에 맞춰 용량과 포장, 제품 구성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격만 보고 ‘싸니까 효과가 약하다’거나 반대로 ‘같은 성분인데 비싼 제품을 살 필요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제품마다 기능성 원료의 종류와 1일 섭취량, 부원료, 섭취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려면 총 가격보다 하루 섭취량과 기능성 원료 함량을 함께 보는 편이 정확하다.


건강기능식품과 ‘건강해 보이는 일반식품’도 구분해야 한다


편의점의 건강 관련 상품이 늘어나면서 또 하나 주의할 점이 생겼다.

건강을 강조한다고 모두 건강기능식품인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기능성 원료를 사용하고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제조한 제품으로, 포장에 건강기능식품 표시가 붙는다.

반면 비타민이나 단백질, 생강 등을 강조하는 음료나 간식 가운데 상당수는 일반식품이다.

CU 역시 건강기능식품과 별도로 일반 건강식품 상품을 확대하고 있는데, 일반식품은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별도의 기능성 인정제품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매장 안에서 두 제품이 나란히 놓이면 소비자는 비슷한 제품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표시와 기능성 근거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약국과 전문몰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이소와 편의점이 커진다고 기존 건강기능식품 유통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함량 제품이나 장기간 복용제품, 특정 기능을 강조한 프리미엄 건기식은 여전히 전문매장과 온라인몰의 비중이 크다. 소비자가 여러 성분을 비교하고 정기적으로 구매하려 할 때는 대용량 제품이 오히려 경제적일 수도 있다.

새로운 유통망이 만드는 변화는 모든 제품을 저가상품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세분화하는 데 가깝다.

오랫동안 먹을 제품은 온라인에서 대용량으로 사고, 처음 접하는 제품은 다이소에서 소량으로 시험하며, 당장 필요한 제품은 편의점이나 배달앱에서 구매하는 식으로 소비 경로가 나뉘는 것이다.

제약·건강기업 입장에서도 하나의 브랜드를 여러 가격대와 포장으로 나눠 판매할 여지가 커진다.


결국 기업이 파는 것은 ‘비타민’보다 구매 습관이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최근 벌어지는 변화는 판매 장소가 하나 더 생긴 정도로 보기 어렵다.

다이소는 5000원 이하 가격으로 구매 장벽을 낮추고, 편의점은 생활 동선 안에서 즉시 살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다. 배달 플랫폼은 매장에 갈 필요조차 없게 만든다.

제약사와 건강기능식품 기업은 이에 맞춰 제품을 작게 나누고 가격을 낮추며 기존에 건기식을 자주 구매하지 않던 소비자까지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선택지가 많아졌지만 확인할 것도 생겼다.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구매가 되는 것도 아니고, 유명 제약사 이름이 붙었다고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제품이 되는 것도 아니다.

건강기능식품이 약국 선반에서 생활매장 계산대 근처까지 내려오면서 건강관리 제품은 점점 일반 소비재와 가까워지고 있다.

몇만원짜리 한 통을 고민해 사던 시장에서 3000원짜리 한 포를 시험해보는 시장으로의 변화다. 기업들이 새로 경쟁하는 것은 건강기능식품의 성분만이 아니라, 소비자가 언제 어디에서 건강을 위해 지갑을 열게 할 것인가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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