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쉬워진다…못 받던 소액 보험금도 늘어날까

경제

-‘실손24’ 병·의원·약국으로 확대됐지만 연계율은 아직 30% 안팎…청구 편의성 높아지면 보험금 지급과 손해율에도 변화 가능성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도 진료비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병원에서 진료비 영수증과 세부내역서를 발급받고, 보험사 앱에 사진을 올리거나 직접 제출하는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몇 천원, 몇 만원의 보험금을 받기 위해 다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면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것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서비스인 ‘실손24’다. 2024년 10월 병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시작된 뒤 2025년 10월 의원과 약국까지 확대되면서 제도상으로는 약 10만5000개 요양기관 전체가 대상이 됐다. 소비자는 참여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뒤 별도의 종이서류를 떼지 않고 앱이나 웹을 통해 보험사로 필요한 서류를 전송할 수 있다.

다만 제도가 시행됐다고 모든 병원과 약국에서 곧바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6년 5월 6일 기준 실제 실손24에 연결된 의료기관은 3만614곳으로 전체의 약 29% 수준이었다. 가입자는 약 377만명, 실손24를 통해 청구가 완료된 건수는 약 241만건이었다. 정부는 하반기 의료기관 연계율을 80~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청구가 쉬워지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소액 보험금’이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가진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환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과거 방식에서는 보험금이 크지 않더라도 병원 서류를 챙겨야 했다. 스마트폰 청구가 보편화된 뒤에도 의료기관에서 서류를 직접 받아 사진을 찍거나 파일로 첨부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실손24에서는 참여 의료기관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전자적으로 보험사에 전송한다. 소비자는 본인인증과 보험계약 선택, 진료내역 확인 등을 거쳐 청구할 수 있어 병원 창구에서 서류를 다시 발급받을 필요가 줄어든다.

경제적으로 보면 이 변화는 ‘청구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보험금이 1만원인데 청구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번거로움을 소비자가 그보다 크게 느낀다면 청구를 포기할 수 있다. 반대로 몇 번의 스마트폰 조작만으로 받을 수 있다면 작은 금액도 청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금융위원회 역시 소액이거나 절차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실손보험금이 청구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전산화를 미청구 보험금을 돌려받게 하는 수단으로 설명하고 있다.


환자에게는 편리함, 보험사에는 지급액 증가 가능성

소비자 입장에서는 청구하지 못했던 보험금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보험사 입장에서는 다른 계산이 필요하다.

청구 절차가 간편해지면 기존에는 포기했던 소액 보험금까지 지급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같은 의료 이용량에서도 청구율이 높아지면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액은 늘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청구 전산화가 곧바로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보험금 지급 규모에는 의료 이용량과 가입자의 연령구조, 상품 세대, 비급여 이용, 보험료 수준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준다.

오히려 전산화가 보험사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가능성도 있다. 서류가 표준화된 형태로 들어오면 수작업 입력과 확인 업무를 줄일 수 있고, 반복 청구나 이상 패턴을 데이터로 분석하는 것도 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적 효과는 단순히 ‘더 많이 지급한다’와 ‘비용을 줄인다’ 가운데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보험금 지급은 늘 수 있지만 청구 처리비용과 행정비용은 감소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데이터 활용을 통한 심사 효율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병원도 서류 발급 업무가 줄지만 시스템 연결이 관건

실손24는 보험사와 소비자만의 시스템이 아니다. 실제 진료기록과 서류를 전송해야 하는 의료기관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현재 가장 큰 문제도 이 부분이다.

2026년 4월 1일 기준 전체 10만4925개 요양기관 가운데 실손24 연계를 완료한 곳은 2만9849곳으로 28.4%에 그쳤다. 병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는 56.1%가 연계됐지만, 의원과 약국은 26.2%에 불과했다. 특히 동네 의원과 약국의 참여율이 낮은 것이 전체 확산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전자의무기록(EMR) 업체와의 연결 문제다. 상당수 동네 의원은 자체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 민간 EMR 업체의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해당 업체가 실손24와 연결되지 않으면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싶어도 기술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5월 주요 EMR 업체의 추가 참여로 연계율이 약 52%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고, 하반기에는 80~90% 이상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면 환자가 보험금 청구용 영수증과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반복해서 요청하는 업무를 줄일 수 있다. 반면 초기 연계 과정에 비용과 행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가 제도 확산의 중요한 변수다.


청구 전산화가 ‘병원이 보험금을 대신 청구하는 것’은 아니다

실손24에 대한 오해도 있다. 병원이 보험사에 보험금을 직접 청구해주는 시스템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기본적으로 보험금 청구 주체는 환자다.

소비자가 실손24를 통해 자신의 보험계약과 진료내역을 확인하고 전송을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필요한 서류를 보험회사로 전자 송부하는 구조다. 환자의 동의 없이 병원이 진료가 끝날 때마다 자동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은 아니다.

이 차이는 의료정보 보호와도 관련이 있다.

실손보험 청구에는 진료일자와 진료비뿐 아니라 질병과 치료 관련 정보가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편의성을 높이면서도 어느 정보가 어떤 보험사에 전송되는지 소비자가 확인하고 동의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

전산화의 목표가 ‘자동 청구’ 자체라기보다 종이서류를 옮기던 과정을 전자적으로 바꾸는 데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보험료가 달라질지는 ‘청구율’보다 의료 이용량이 더 중요하다

소비자에게 가장 민감한 질문은 결국 보험료다.

그동안 받지 못했던 소액 보험금까지 청구되면 보험사가 이를 보험료에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보험료는 장기적으로 실제 보험금 지급액과 손해율을 반영해 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청구율 상승이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실손보험 비용 문제의 핵심은 청구 절차보다 의료 이용 자체에 있다.

진료를 받지 않은 사람이 실손24 때문에 새롭게 병원을 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발생한 의료비 가운데 청구하지 않았던 부분이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손보험 손해율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의료 이용량과 비급여 진료, 고액 치료비, 상품별 보장구조 등이다. 실제로 정부가 2026년 5월 5세대 실손보험을 새로 출시하면서도 중증질환 보장은 강화하되 일부 비중증 비급여의 자기부담을 높이는 방향을 택한 것은 실손보험 재정 문제를 청구 편의보다 이용구조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손24 확산만으로 보험료가 얼마나 오르거나 내릴지를 미리 계산하기는 어렵다.


전산화의 또 다른 효과는 ‘데이터가 남는다’는 것

경제적인 관점에서 실손24의 장기적인 의미는 보험금 청구 데이터를 표준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종이서류와 사진 파일이 섞여 들어오는 방식보다 의료기관에서 일정한 형태의 전자정보가 들어오면 보험사는 청구 내용을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소비자 역시 보험금 지급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쉬워질 수 있다.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면 어떤 진료에서 실손보험 청구가 집중되는지, 특정 비급여 항목의 이용이 얼마나 빠르게 늘고 있는지 분석하는 것도 용이해질 수 있다.

다만 데이터 활용 확대는 개인정보 보호와 함께 가야 한다. 의료정보는 민감도가 높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을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 활용되지 않도록 관리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편리한 서비스가 소비자의 의료정보 제공 범위를 무제한으로 넓히는 통로가 돼서는 안 된다.


결국 관건은 ‘전산화 시행’보다 실제 참여율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법과 제도상으로는 이미 전국 병원과 의원, 약국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려면 자신이 방문한 의료기관이 시스템에 연결돼 있어야 한다.

5월 초 기준 연계율이 약 29%였다는 점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가 하반기 80~90% 이상 연계를 목표로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계율이 높아지면 변화는 훨씬 커질 수 있다. 소비자는 병원비가 작다는 이유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할 필요가 줄어들고, 의료기관은 서류 발급 업무를 줄일 수 있으며, 보험사는 전산화된 자료를 이용해 지급 심사를 효율화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날 가능성과 처리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어느 효과가 더 큰지는 제도가 충분히 확산된 뒤 실제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경제적 의미는 단순히 앱 하나가 생겼다는 데 있지 않다. 그동안 귀찮아서 사라졌던 소액 보험금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고, 병원과 보험사 사이에서 종이와 사람이 처리하던 비용을 데이터로 대체하는 변화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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