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1분기 3.9조 적자…병원비 늘수록 보험료도 오를까
-누적 적립금 26조원대로 감소…고령화·의료이용 증가 속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 시험대
올해 1분기 건강보험 재정이 약 3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하면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건강보험 수입보다 지출이 크게 늘면서 누적 적립금은 지난해 말 약 30조2200억원에서 26조32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1분기라는 시기적 특성상 연간 재정을 그대로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의료비 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배경에는 고령화와 의료 이용 증가, 보장성 확대가 함께 자리 잡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2025년 전체 요양급여비는 94조6796억원으로 전년보다 8.2% 증가했고, 올해 1분기에도 23조9472억원을 기록했다. 건강보험 지출이 커지는 속도가 보험료 수입 증가 속도를 앞지르면 결국 적립금을 꺼내 쓰거나 보험료율을 조정해야 하는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고령화가 건강보험 지출을 밀어 올린다
건강보험 재정에서 가장 큰 구조적 변수는 고령화다.
고령층은 젊은 층보다 의료 이용 빈도가 높고 만성질환을 여러 개 동시에 갖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과 당뇨병, 심혈관질환, 관절질환처럼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 늘어나면 외래진료와 약제비, 검사비도 함께 증가한다.
입원과 수술이 필요한 중증질환의 비중도 연령이 높아질수록 커진다. 여기에 암이나 심뇌혈관질환처럼 고비용 치료가 필요한 질환까지 겹치면 1인당 의료비는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고령층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건강보험료를 내는 생산연령인구는 감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료를 부담하는 사람은 줄고 의료비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늘어나는 구조가 지속되면 건강보험 재정에는 장기적인 압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 문제는 단순히 올해 적자가 얼마인지보다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현재의 보험료와 지출 구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봐야 한다.
의료 이용이 늘면 보험료도 따라 오를까
건강보험은 기본적으로 보험료와 정부 지원금, 기타 수입으로 운영된다. 지출이 늘어도 수입이 충분히 따라오면 재정은 유지될 수 있지만, 지출 증가 속도가 더 빠르면 적자가 발생한다.
적자가 반복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법은 보험료율 인상이다. 보험료를 더 걷으면 재정 수입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료율을 올리는 방식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보험료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근로자와 사용자가 나눠 부담하고,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 등을 기준으로 납부한다. 경제성장률과 임금 상승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료 부담이 계속 커지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자영업자와 소득이 낮은 가입자에게는 보험료 인상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다 국민의 체감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는 상황을 피해야 하는 이유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보험료를 얼마나 올릴지보다 지출을 어디에서 줄이고 어디에는 더 써야 할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의료비 절감도 답은 아니다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된다고 해서 의료비 지출을 일괄적으로 줄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암과 심뇌혈관질환, 치매, 희귀질환처럼 반드시 보장해야 할 영역은 오히려 늘어난다. 필수의료와 중증질환 치료비를 줄이면 건강보험의 존재 이유가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재정 효율화의 핵심은 필요한 의료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의료 이용과 비효율적인 지출을 줄이는 데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검사를 짧은 기간 반복하거나 임상적 필요성이 낮은 진료가 과도하게 이뤄지는 경우, 약제와 치료재료가 비용효과성에 비해 과도하게 사용되는 경우는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중증·희귀질환이나 응급·분만·소아진료처럼 민간 수익성만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분야는 건강보험과 정부 재정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재정 건전성과 보장성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얼마나 정확하게 정하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적립금 26조원’은 많아 보이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26조원 이상이라는 숫자만 보면 당장 재정 위기가 오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적립금은 위기 상황에 대비해 쌓아둔 안전판이다. 매년 수조원 규모의 적자가 반복되면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의료비 지출은 경기 상황과 달리 쉽게 줄어들지 않는 특징이 있다. 경제가 나빠져도 암 치료나 만성질환 약물치료를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령화와 의료기술 발전이 계속될수록 새로운 고가 치료제와 의료기기가 등장하고, 기존에는 치료가 어려웠던 질환까지 건강보험으로 보장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적립금 규모만으로 재정 안정성을 평가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장기적으로 보험료 수입과 정부 지원, 의료비 지출이 어떤 속도로 변할지를 함께 봐야 한다.
정부의 국고지원도 중요한 변수
건강보험 재정은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만으로 운영되는 구조가 아니다. 정부도 법정 기준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한다.
문제는 국고지원 규모와 방식이 매년 논란이 된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은 국민 전체가 이용하는 사회보험인 만큼 고령화나 필수의료 강화처럼 개인 보험료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정책적 비용에 대해서는 정부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
특히 보험료 인상만으로 모든 부담을 가입자에게 전가하면 세대 간 형평성 문제도 커질 수 있다. 현재의 고령층 의료비를 주로 현재 근로세대의 보험료로 감당하는 구조가 강화될수록 젊은 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는 보험료 조정과 국고지원, 지출 효율화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건강보험 지출의 ‘질’을 봐야 한다
앞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볼 때는 총지출 규모만큼 지출의 내용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예방과 조기진단에 투입한 비용이 장기적으로 고비용 입원과 수술을 줄인다면 이는 단순한 지출 증가로 보기 어렵다. 반대로 효과가 불분명한 검사나 치료에 반복적으로 돈이 들어간다면 재정 효율성은 낮아진다.
고령층의 만성질환 관리도 마찬가지다. 혈압과 혈당을 외래에서 잘 관리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입원을 막을 수 있다면 단기적으로는 외래진료비가 늘어도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지출을 줄일 수 있다.
결국 재정관리의 핵심은 ‘덜 쓰는 것’이 아니라 ‘효과 있는 곳에 쓰는 것’이다.
건강보험이 지속가능하려면 의료서비스의 효과와 비용을 함께 평가하고,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 필수의료에는 충분히 투자하면서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는 구조로 가야 한다.
보험료 인상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구조조정
건강보험 1분기 3조9000억원 적자는 단기적인 숫자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배경에 있는 고령화와 의료이용 증가, 고가 치료 확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보험료를 올리는 방식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보험료 인상은 재정 수입을 늘릴 수 있지만 의료비 증가 속도가 더 빠르면 다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따라서 우선해야 할 것은 의료비 지출 구조를 정교하게 관리하는 일이다. 불필요한 진료와 중복검사를 줄이고, 약제와 치료재료의 비용효과성을 높이며,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의 국고지원 수준과 방식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은 국민이 아플 때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가장 중요한 사회안전망 가운데 하나다. 재정이 흔들리면 결국 보험료 인상이나 보장 축소라는 형태로 국민에게 부담이 돌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