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막 쓰다간 치명적 결과 초래…한국, 내성균 폭풍의 길목

질병/치료

한국의 항생제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에 올라섰다는 최근 발표는 단순한 순위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경제·사회 전반을 위협할 수 있는 ‘보건 안보’의 경고음이다. 헬스조선이 10월 13일 전한 바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은 인구 1,000명당 하루 31.8 DID로 집계됐고, OECD 회원국 중 튀르키예(터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2022년 25.7 DID에서 1년 만에 뚜렷한 증가가 관찰된 셈인데, 이는 OECD 평균(같은 해 18.9 DID) 대비 높은 수준이 지속되는 가운데 반등까지 나타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2019년 ‘세계 보건을 위협하는 10대 위험’ 중 하나로 항생제 내성을 명시하며, 내성 증가가 치료 실패와 입원 기간 연장, 의료비 급증, 사망 위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해 왔다. 이 경고는 감염에 취약한 노인과 소아에게 특히 치명적이라는 점을 거듭 상기시킨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약물 소비량의 증감에 그치지 않는다. 항생제 내성은 인간과 동물, 환경이 맞물린 ‘원 헬스(One Health)’ 차원의 복합 위기이며, 한 영역에서의 과잉 사용은 다른 영역으로 순환돼 내성균을 확산시킬 수 있다. 우리 정부가 2021~2025년 범위를 아우르는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계획(제2차 NAP)’을 수립해 시행 중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계획은 인체·비인체를 포괄해 항생제 사용의 적정화, 내성 감시 강화, 연구개발(R&D) 촉진, 다부처 협력을 핵심 축으로 삼는다. WHO에 등재된 우리나라의 제2차 국가행동계획은 코로나19 기간 중 악화된 항생제 사용·내성 지표의 교정 필요성,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장의 대응 체계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한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ASP)’ 시범 사업은 병원 내 전문 인력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적절한 약제를, 정확한 용량과 기간으로’ 쓰도록 관리하는 제도다. 시범 사업을 모니터링한 결과 참여 기관들은 내성 위험이 큰 항생제에 대해 사전 승인 등 통제를 전면 가동하고, 미생물 검사 결과에 따라 더 적합한 약제로 신속히 조정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국내에서도 관리 개입이 실제 처방 행태를 바꾸고 있다는 간접 증거다. 다만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의 절반 이상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정책 설계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구조적 제약—감염내과·약제팀·미생물검사 인력의 절대량 부족, 전산·심사 체계의 인센티브 미흡, 지역·요양병원까지 이어지는 인력의 공백을 여실히 드러낸다.

감시 인프라도 견고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WHO의 글로벌 감시망(GLASS)과 호환되는 Kor-GLASS를 운영하며 2017~2019년 1단계, 2020~2022년 2단계를 거쳐 주요 병원성 균주의 내성 동향을 분자역학 수준에서 정밀 추적해 왔다.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국제 비교가 가능한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국내 정책 결정과 학술 연구가 동시에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Kor-GLASS의 운영 성과를 대외적으로 공유하며 국제 비교 가능성과 자료의 신뢰성을 강조해 왔고, 학술 보고서는 이 체계가 우리 내성 유행(epidemiology)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한다고 정리한다.

그렇다면 2023년 사용량 반등의 배경에는 무엇이 놓여 있을까. 팬데믹 이후 눌려 있던 외래·입원 진료가 회복되면서 예방적 또는 관행적 처방이 다시 늘었을 가능성, 1차 의료에서 상기도 감염 등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한 기대 처방과 방어적 처방이 재등장했을 가능성, 진단·감염 분과의 인력난으로 처방 피드백이 제때 이뤄지지 못한 점 등이 거론된다. 국제적으로도 팬데믹 동안 항생제 사용이 늘고 내성이 악화됐다는 경고가 잇따랐고, WHO와 다자기구는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내성은 더 가파르게 확산한다’며 국가 차원의 행동을 촉구했다. 한국의 국가행동계획이 인간-동물-환경 전 영역에서 감축 목표와 행동과제를 제시한 배경에는 이러한 글로벌 공감대가 자리한다.

해법의 방향은 이미 뚜렷하다. 병원급 이상에서 효과가 입증되고 있는 ASP를 제도화해 중소병원과 요양병원까지 확산하려면, 전담 인력의 양성·배치와 교육, 처방 전 사전승인과 처방 후 조정(intervention) 프로토콜의 표준화, 전자의무기록과 연동되는 자동 경고·대체약제 추천 등 임상 워크플로우의 내재화가 동반돼야 한다. 무엇보다 ‘참여할수록 손해 보지 않는’ 인센티브 구조—약제비 절감과 임상 성과에 대한 보상, 감염지표 개선을 반영하는 평가 체계—가 설계돼야 한다. 지역사회에서는 환자와 보호자의 인식 변화가 열쇠다. 감기에 항생제가 필요 없다는 기본 원칙, 처방 거부가 ‘방치’가 아니라 과학적 표준이라는 메시지, 항생제를 처방받았을 때 복용 기간을 임의로 줄이거나 남은 약을 재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활 수칙이 캠페인과 약국 안내를 통해 일상 언어로 자리 잡아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인체뿐 아니라 축산·수산 등 비인체 영역의 감축 목표를 구체화하고, 잔류·배출 관리 기준을 강화해 환경 경로로 순환하는 내성 확산 고리를 동시에 끊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의 토대는 데이터다. Kor-GLASS를 중심으로 사용량·내성률·미생물 검사 결과를 실시간에 가깝게 연동해 병원·지역·전국 단위의 피드백 루프를 촘촘히 만들고, 국제 감시망과의 연계를 통해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상시적으로 비교·점검하는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

연구개발도 같은 비중으로 다뤄져야 한다. 다제내성 그람음성균처럼 치료 옵션이 현저히 제한된 영역에서는 새로운 작용기전의 항생제, 신속진단, 항균 보조요법, 백신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 항생제는 가격 규제와 짧은 치료 기간이라는 구조 탓에 민간 투자 유인이 작아 ‘시장 실패’가 발생하기 쉽다. 따라야 할 교훈은 WHO가 제시한 권고다. 내성 위기를 늦추는 가장 값싼 방법은 ‘적정 사용’이지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해법은 공공-민간이 함께 위험을 분담하는 연구개발 투자와 신속한 임상-허가-급여 경로 설계라는 점이다. 국가 차원에서 세제 혜택과 공공조달, ‘구매 약정’ 같은 모델을 실험하고, 국제 컨소시엄과의 공동 임상으로 비용과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

결국 관건은 ‘문화의 전환’이다. 환자는 증상이 빨리 가라앉기를 원하고, 의사는 불확실성을 싫어하며, 병원은 시간과 인력의 압박을 받는다. 이 세 가지 욕구가 만나는 지점에서 항생제는 너무 쉽게 선택지가 된다. 그렇기에 정책은 의사와 환자, 병원이 ‘항생제를 쓰지 않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데이터에 근거한 피드백이 빠르게 돌아오고, 처방을 자주 수정하게 만드는 환경적 요인이 제거되며, 감염관리와 미생물검사가 ‘비용’이 아니라 ‘성과’로 인정받는 생태계가 갖춰질 때, 한국의 사용량 곡선은 기어이 꺾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범 사업의 성과를 근거로 한 2차년도 참여 기관 확대는 중요한 디딤돌이 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은 감염에 취약한 노인과 어린이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하며, ASP가 의료 문화로 자리 잡아 중소·요양병원까지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 약속이 공허한 구호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인력과 예산, 제도와 기술, 교육과 인식이 동시에 전진해야 한다.

우리가 마주한 선택지는 분명하다. 지금의 수치와 신호를 ‘평균을 웃도는 불편한 통계’로 치부하며 지나갈 것인지, 아니면 OECD 최상위권이라는 경고를 건강한 의료문화로 바꾸는 계기로 삼을 것인지다. ASP의 정착, Kor-GLASS의 고도화, 원 헬스 관점의 일관된 실행, 연구개발의 체계적 투자라는 네 기둥이 제대로 세워질 때, 항생제는 다시 ‘필요한 곳에만, 정확히’ 쓰이는 도구로 돌아올 수 있다. 그 변화는 우리 의료의 신뢰를 회복하고, 환자 안전을 증진하며,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보건 안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길이 될 것이다. 지금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내성의 속도는 우리가 따라잡기 어려운 궤도로 진입할지 모른다. 반대로 지금 전환을 이뤄낸다면, ‘치명적 결과’의 미래는 통계표가 아닌 역사서의 과오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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