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 본사업 2주 만에 8905명 신청…“돌봄, 시설 아닌 집에서” 수요 확인

의료정책/제도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출처: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돌봄 본사업이 전국에서 시작된 지 2주 만에 9000명 가까운 신청자가 몰리며 제도 수요가 빠르게 확인됐다. 정부는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자신이 살던 곳에서 돌봄과 의료, 주거 지원을 함께 받으려는 수요가 예상보다 크다고 보고 서비스 연계와 현장 지원 체계 보강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 운영 현황을 발표하고, 지난 3월 27일 본사업 시행 이후 2주 동안 총 8905명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근무일 기준 하루 평균 신청자는 809명으로, 올해 1~3월 시범사업 기간의 하루 평균 170여 명보다 4.6배 늘었다. 복지부는 사회보장급여 정기 소득·재산 확인조사로 행복이음 전산시스템이 이틀간 멈춘 점을 감안하면 실제 체감 신청 규모는 더 크다고 설명했다.

통합돌봄은 고령자와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병원이나 시설로 이동하지 않고 지역사회와 자택에 머물며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지원받도록 설계된 제도다. 정부가 추진해온 ‘살던 곳에서 돌봄’ 기조가 본사업 전환 직후부터 실제 신청 증가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제도 안착 가능성을 가늠하는 초기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신청은 전국적으로 이뤄졌다. 전국 229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경북 울릉군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신청이 접수됐다. 울릉군도 본사업 이전 이미 5명에게 서비스를 연계한 실적이 있어 사실상 전국 대부분 지역이 사업 운영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읍면동 기준으로도 전체 3560여 개 지역 가운데 3216곳에서 신청·접수 경험이 시작돼 현장 집행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지역별 편차는 뚜렷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1만 명당 신청자를 기준으로 보면 전남이 18.2명으로 가장 높았고, 부산 17.0명, 대전 16.6명, 광주 10.8명, 전북 10.3명 순이었다. 반면 경기 4.0명, 울산 5.1명, 제주 5.3명, 인천 5.6명, 대구 6.2명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시군구별로는 부산 중구, 전북 무주군, 전남 담양군, 광주 동구, 전남 순천시 등이 노인인구 대비 신청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단기간에 100명 이상 신청을 받은 지역도 17곳에 달했다.

신청자 다수는 고령층이었다. 전체 신청자 8905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이 8799명이었고, 이 가운데 2870명은 장애를 함께 가진 고령 장애인이었다. 65세 미만 장애인 신청자는 106명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장애인 신청자는 2976명으로 전체의 33.4%를 차지했다. 협약병원에서 퇴원한 뒤 바로 지역사회로 연계된 퇴원환자는 279명으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현재 964개 협약병원을 토대로 퇴원환자 연계 체계를 넓혀갈 계획이다.

다만 신청이 곧바로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통합돌봄은 신청 후 가정방문 조사, 통합지원회의, 지원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실제 연계까지 1~2개월가량 걸린다. 현재까지 서비스 연계가 확정된 대상자는 3250명이며, 이 가운데 본사업 시행 이후 새로 신청한 8905명 중에서는 643명이 우선 연계됐다.

서비스 내용은 생계 보조보다 생활 유지 지원에 더 무게가 실렸다. 연계된 3250명에게 제공된 서비스는 모두 1만816건으로, 1인당 평균 3.3건이 연결됐다. 비중이 가장 큰 분야는 가사지원, 이동지원, 식사지원, 방문 이·미용 등이 포함된 일상생활 돌봄으로 전체의 42.8%를 차지했다. 이어 건강관리·예방 18.2%, 장기요양 11.4%, 보건의료 10.4%, 주거복지 9.8%, 기타 7.4% 순이었다. 이는 통합돌봄이 단순 복지사업을 넘어 생활·의료·주거를 묶어 제공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특화 서비스의 비중도 적지 않았다. 전체 서비스 1만816건 가운데 4009건, 37.0%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개발·운영하는 지역특화 서비스였다. 이는 국가 단위 제도로 메우기 어려운 틈새 수요를 지방정부가 보완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올해 관련 국비 620억 원을 지원한 것도 이런 현장 맞춤형 서비스를 키우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초기 흥행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장 운영의 빈틈을 메우는 데도 힘을 싣고 있다. 본사업 시행 후 전용 연락망 구축, 전산시스템 종합상황실 운영, 민원 동향 분석 등을 통해 매일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으며, 4월 9일부터는 전국 시도 내 기초지자체를 직접 찾아 운영상 애로와 제도 보완 과제를 확인하고 있다.

방문진료의 핵심 기반인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는 전국 모든 시군구에 걸쳐 422개가 지정됐지만, 일부 지역은 여전히 인력 확보 문제로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장애인 통합돌봄 역시 현재 102개 지자체에서만 제공돼 지역 간 격차가 남아 있다. 결국 신청 증가세를 실제 체감 성과로 연결하려면 공급 기반을 얼마나 촘촘히 갖추느냐가 다음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앞으로 신청 규모 자체보다 이용자 만족도와 재가생활 유지기간, 입원·입소율 같은 체감 지표를 중심으로 제도 성과를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평가 결과를 지자체 예산 편성에도 반영해 형식적 운영보다 실질적 성과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은경 장관은 “짧은 기간에도 많은 신청이 이뤄진 것은 국민들의 돌봄 필요가 그만큼 컸다는 의미”라며 “사업 초기인 만큼 인지도 제고와 현장 운영 안정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자체 전담인력 배치 등 현장 지원을 강화하고, 국민이 제도를 쉽게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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