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말’도 근거가 없을 수 있다…유튜브 건강정보 시장의 위험한 신뢰 거래

헤드라인의학연구

암·당뇨 유튜브 영상 309건 분석해보니, 고품질 근거는 20% 안팎…낮은 근거 영상일수록 더 잘 팔리는 ‘디지털 의료정보 역설’

의료정보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과거 환자는 진료실에서 의사를 만나고, 약국에서 약사를 만나며 건강정보를 얻었다. 이제는 검색창과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이 그 자리를 나눠 갖는다. 문제는 여기에 ‘전문가’라는 이름이 붙을 때 생긴다. 의사, 약사, 한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이 직접 등장한 영상이라면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더 높은 신뢰를 부여한다. 그러나 최근 국제학술지에 실린 국내 연구는 그 신뢰가 반드시 의학적 근거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불편한 사실을 드러냈다.

국립암센터 강은교 박사 연구팀이 JAMA Network Open에 발표한 연구는 유튜브에 올라온 암·당뇨 관련 의료진 출연 영상 309건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진은 2025년 6월 20~21일 유튜브에서 암과 당뇨 관련 검색어를 사용해 영상을 수집했고, 조회수 1만 회 이상, 길이 1분 이상, 의료전문가가 제작하거나 출연한 콘텐츠 중 치료·진단·예방에 관한 구체적 주장이 담긴 영상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에는 의사뿐 아니라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간호사 등 다양한 보건의료인이 포함됐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연구진의 등급 분류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근거에 해당하는 주장은 전체의 19.2%에 그쳤고, 가장 낮은 등급인 ‘매우 낮거나 근거 없음’은 60.7%를 차지했다. SBS 보도에서 소개된 세부 수치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근거가 충분한 A급 영상은 19.7% 수준이었던 반면, 개인 경험이나 근거가 부족한 주장에 가까운 D급 영상은 62.5%로 집계됐다. JAMA 초청 논평은 이 연구가 ‘전문가의 권위’와 ‘근거의 질’ 사이에 뚜렷한 간극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더 큰 문제는 낮은 근거의 영상이 더 잘 소비된다는 점이다. JAMA 논평은 낮은 근거의 영상이 회귀분석 보정 이후에도 높은 근거 영상보다 더 많은 조회수를 얻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 유튜브에서 의료정보는 ‘정확성’만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제목, 단정적인 표현, 쉬운 해결책, 기존 치료에 대한 불신을 건드리는 메시지가 조회수를 끌어올린다.

암과 당뇨가 연구 대상으로 선택된 이유도 상징적이다. 두 질환은 국내외에서 환자 수가 많고, 생활습관·식이·약물·검진·치료법 등 대중적 관심이 큰 분야다. 연구진은 암은 치료와 예후를 둘러싼 복잡한 의사결정이 많고, 당뇨는 생활관리와 예방 담론이 활발해 온라인 의료 주장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점에서 유튜브 건강정보의 위험은 단순한 ‘가짜뉴스’ 문제가 아니다. 노골적인 허위 주장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더 흔하고 더 위험한 형태는 일부 사실을 과장하거나, 예외를 일반화하거나, 개인 경험을 치료 원리처럼 포장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특정 음식이나 영양제가 혈당을 잡았다는 이야기, 항암치료를 중단했더니 좋아졌다는 식의 경험담, 암 환자는 특정 영양소를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단정은 시청자에게 ‘나도 병원 치료를 줄여도 되지 않을까’라는 잘못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암 환자에게 이런 정보는 생존과 직결될 수 있다. 암 치료는 병기, 조직형, 유전자 변이, 전신 상태, 기존 치료 반응 등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암종 안에서도 치료 전략이 다르고, 같은 보조식품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도움이 되지 않거나 해가 될 수 있다. 국가암정보센터는 암 환자와 가족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암 종류별 정보, 통계, 교육자료, 자주 묻는 질문 등을 제공하는 국가 차원의 정보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다.

당뇨 역시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라는 특성 때문에 온라인 정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식단, 운동, 약물, 혈당 측정, 합병증 예방 등 환자가 매일 선택해야 할 행동이 많기 때문이다. 특정 채소, 특정 영양제, 특정 단식법이 마치 약물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전달되면 환자는 의료진과 상의하지 않고 약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다. 이것이 온라인 건강정보가 단순한 지식 소비가 아니라 실제 치료 행동을 바꾸는 위험한 변수인 이유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런 현상을 ‘인포데믹’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인포데믹은 정보가 과잉 공급되는 상황에서 정확한 정보와 부정확한 정보가 뒤섞여 사람들이 필요한 때에 신뢰할 만한 지침을 찾기 어렵게 되는 상태를 뜻한다. WHO는 잘못된 건강정보가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백신 기피를 키우며, 필요한 의료서비스 이용을 늦출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플랫폼도 문제를 알고 있다. 유튜브는 지역 보건당국이나 세계보건기구의 지침과 충돌하면서 심각한 위해를 일으킬 수 있는 의료 허위정보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안내한다. 또 특정 질환이나 치료, 물질이 공중보건상 고위험인지, 보건당국의 공개 지침이 있는지, 허위정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분야인지 등을 기준으로 정책 적용 범위를 판단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플랫폼의 금지 기준은 대개 ‘명백히 위험한 허위 주장’을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실제 유튜브에서 문제 되는 의료정보는 회색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다. 완전히 거짓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근거 수준이 낮고, 특정 사례를 과도하게 일반화하며, 치료 선택을 왜곡하는 콘텐츠가 여기에 해당한다. 연구진이 지적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JAMA 논문은 전문가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의학 정보를 전달할 때 근거 수준을 평가하고 설명하는 교육, 과학 커뮤니케이션 원칙, 공적 발언의 윤리적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문제는 의료인의 전문성 자체를 부정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의사나 약사가 가진 전문성은 강력한 사회적 신뢰 자산이다. 그래서 더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 진료실 안에서 의사는 환자의 병력과 검사 결과를 보고 개별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유튜브 영상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다. 특정 환자에게 적용됐던 경험이나 제한된 연구 결과가 영상 속에서 보편 처방처럼 전달되는 순간, 전문성은 정보의 질을 높이는 장치가 아니라 오해를 확산시키는 포장지가 될 수 있다.

JAMA 초청 논평도 이 균형을 짚는다. 정부가 모든 의료인 발언을 직접 규제하기는 어렵고, 표현의 자유와 학문적 논쟁의 여지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의료전문가가 대중을 향해 말할 때는 자신의 주장이 강한 근거에 기반한 것인지, 제한적 연구나 개인적 견해인지, 아직 불확실성이 큰 영역인지 분명히 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의료정보 소비 환경은 이미 변했다. 방송 프로그램, 병원 유튜브, 개인 병원 채널, 약사 채널, 쇼츠, 블로그, 포털 검색, 생성형 AI 답변이 한꺼번에 환자의 화면으로 들어온다. 특히 유튜브는 영상의 설득력이 강하다. 흰 가운, 전문용어, 진료실 배경, 환자 사례, 그래프 몇 장은 시청자에게 ‘검증된 정보’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 영상이 실제로 임상진료지침, 체계적 문헌고찰, 무작위 대조시험, 대규모 관찰연구에 기반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더구나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건강 불안과 맞물릴 때 강력하게 작동한다. 암 진단을 받은 사람, 당뇨 진단 직후 식이요법을 찾는 사람,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지친 환자, 약을 오래 먹는 데 불안한 환자는 ‘덜 힘든 방법’, ‘자연치유’, ‘약 없이 낫는 법’ 같은 메시지에 취약해진다. 낮은 근거 영상이 더 높은 조회수를 얻는 현상은 대중이 어리석어서라기보다, 질병 앞에서 인간이 원래 취약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25년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암 관련 온라인 허위정보가 지난 10년간 악화됐고, 일부 환자가 검증된 치료 대신 대체요법으로 향하면서 치료 지연이나 악화 위험이 커졌다는 전문가 우려를 전했다.

그렇다면 시청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콘텐츠를 걸러야 할까. 첫 번째 기준은 ‘누가 말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근거로 말했는가’다. 대학병원 교수, 유명 의사, 약사, 한의사라는 타이틀은 출발점일 뿐 결론이 될 수 없다. 영상 안에서 임상진료지침, 학회 권고, 논문, 공공기관 자료가 구체적으로 제시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연구진 역시 높은 근거 영상은 대학병원, 학회, 공공기관이 제작한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기준은 ‘치료 중단’을 암시하는지 여부다. “약을 끊어도 된다”, “항암치료보다 낫다”, “이것만 먹으면 된다”, “병원 치료는 필요 없다”는 식의 메시지는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한다. 유튜브 영상은 개인의 진단명, 병기, 동반질환, 약물 복용력, 검사 결과를 알지 못한다. 치료 변경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세 번째 기준은 ‘단정’보다 ‘조건’을 말하는 콘텐츠를 신뢰하는 것이다. 좋은 의료정보는 대개 조심스럽다. 어떤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어떤 경우에는 피해야 하는지, 근거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부작용과 한계는 무엇인지 함께 설명한다. 반대로 나쁜 의료정보는 쉽고 단호하다. “무조건”, “완치”, “기적”, “비밀”, “병원이 숨기는” 같은 표현은 클릭을 위한 장치일 가능성이 크다.

네 번째 기준은 공공 정보원과 교차 확인하는 습관이다. 국내에서는 국가암정보센터와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이 암과 주요 질환 정보를 제공한다.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암 관련 정보를 필요로 하는 환자와 가족에게 근거 기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국민 서비스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번 논란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의료정보의 책임을 누구에게 둘 것인가다. 시청자에게만 “잘 가려 보라”고 말하는 것은 부족하다. 의료인은 자신의 직함이 상업적 신뢰로 전환되는 순간을 경계해야 한다. 학회와 직역단체는 회원의 온라인 건강정보 발신에 대해 근거 표시, 이해상충 공개, 과장 광고 금지, 치료 중단 조장 금지 같은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플랫폼은 조회수와 체류시간만이 아니라 공신력 있는 출처와 근거 수준이 더 잘 노출되도록 추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딱딱한 건강정보를 대중이 실제로 보고 이해할 수 있는 형식으로 바꾸는 데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가장 큰 위험은 유튜브에 틀린 말이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진짜 위험은 ‘전문가가 말했으니 맞겠지’라는 믿음이 검증을 멈추게 만드는 순간이다. 의료정보는 상품 리뷰와 다르다. 잘못 산 물건은 반품할 수 있지만, 잘못된 치료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남길 수 있다.

이번 연구가 보여준 것은 ‘유튜브 의사들을 믿지 말라’가 아니다. 더 정확한 메시지는 이렇다. 흰 가운보다 근거를 보라. 조회수보다 출처를 보라. 쉬운 해답보다 내 몸에 맞는 의학적 판단을 확인하라. 디지털 시대의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정보의 무게를 판별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 능력을 개인에게만 맡기지 않는 사회적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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