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환자 급증… 감염 뒤 한 달, 심근경색 위험 4배·뇌졸중 5배 높아졌다

질병/치료

올겨울 독감이 다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주 전국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수가 외래환자 1,000명당 36.9명으로, 전주 대비 18%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20~40대 성인층에서의 증가세가 뚜렷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유행주의보’를 넘어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즌 독감의 전파력이 예년보다 강하다고 분석하면서, 단순한 감기 수준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독감 감염은 호흡기 질환을 넘어, 감염 후 수주간 심혈관계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연구팀이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2024)에 발표한 대규모 코호트 분석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감염 후 7일 이내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평상시보다 4.1배, 뇌졸중은 5.2배 높았다. 연구진은 “바이러스 감염이 혈관 내 염증반응을 유발해 혈전 형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라며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이라도 감염 후 4주간은 심혈관계 감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서울아산병원 심혈관센터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독감 입원 환자 중 약 12%가 30일 이내 급성 심근경색 증상을 보였으며, 이 중 절반은 기존 심장질환 병력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독감 바이러스가 단순히 폐에 국한되지 않고, 전신 염증 반응을 통해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시키는 과정에 주목한다. 염증 매개물질(CRP, IL-6)이 급격히 상승하면 동맥경화반이 불안정해지고, 혈전이 형성돼 심혈관계 사건을 유발한다. 특히 흡연자, 고혈압·당뇨 환자, 고령층에서는 이 위험이 배가된다. 대한심장학회는 “독감 유행기에는 심혈관계 질환의 응급실 내원율이 최대 20%까지 늘어난다”고 보고했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병력이 있는 환자는 독감 백신 접종이 사실상 ‘예방약’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독감 예방접종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통계(2025)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위험군의 접종률은 82.4%로 유지되고 있으나, 40~50대 성인의 접종률은 35%에 불과했다. 회사원, 자영업자, 돌봄노동자 등 ‘감염 전파 고위험군’이면서도 정책상 무료접종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감염 뒤 병원에 방문해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감염 후 치료보다는 예방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은 감염병이자 전신질환이다. 고혈압, 당뇨, 비만 등 만성질환자가 감염될 경우 혈관 내 염증반응으로 심혈관 사건이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며 “예방접종이 단순한 감염 차단이 아니라 심장·뇌혈관을 보호하는 2차 예방 효과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또 “매년 유행주는 달라지므로, 작년에 맞았다고 올해를 넘길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이번 시즌 독감 유행이 1~2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고위험군에게 조기 백신 접종과 감염 후 혈전 예방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플루엔자는 여전히 매년 3,000명 이상이 입원하고, 500명 이상이 사망하는 질병이다. 바이러스 감염은 잠깐이지만, 그 여파는 심장과 혈관에 오래 남는다. 독감을 단순한 ‘계절 손님’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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