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예은 ‘번아웃’ 아니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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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예은(31)이 돌연 활동을 중단한 이유가 번아웃이 아닌 갑상선 기능 저하증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이 질환이 정확히 무엇이며 얼마나 심각한 병인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소 활발히 활동하던 젊은 배우가 느닷없이 “건강 이상으로 휴식에 들어간다”는 소식은 놀랍게 들리지만, 의학적으로 보면 갑상선 질환은 생각보다 흔하고, 특히 여성에게서 발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문제는 증상이 서서히 진행돼 피로감이나 무기력감 같은 일반적인 스트레스 신호로 오인되기 쉽다는 점이다.

지예은의 소속사는 지난 8월 “9월부터 건강 회복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고, 방송에서 동료 유재석은 “번아웃이 아니라 치료 중”이라고 언급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예은은 최근 병원을 찾아 갑상선 기능 저하증 진단을 받은 뒤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휴식기에 들어갔다. 소속사 측은 개인의 의료 정보이므로 구체적인 병명은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여러 방송인들이 해당 질환을 경험한 사례가 알려지며 대중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갑상선은 목의 앞부분, 기관지 바로 위쪽에 자리한 나비 모양의 내분비 기관이다. 이 기관에서 분비되는 갑상선 호르몬(T3와 T4)은 인체의 기본 대사 속도를 조절하고 체온 유지, 심장 박동, 소화, 단백질 합성 등 거의 모든 신체 기능을 조율한다. 이 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으면 신체의 ‘속도 조절 장치’가 느려지면서 각종 신체적 이상이 발생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피로감과 무기력이다. 충분히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추위를 쉽게 타며, 얼굴이나 손발이 붓는 일이 잦아진다. 체중이 늘거나 소화가 더디고, 변비가 생기며, 기억력 저하나 집중력 저하가 나타나기도 한다. 여성에게는 생리 주기 변화나 생리량 증가가 흔히 동반된다.

이 질환의 가장 큰 특징은 느리게, 그러나 꾸준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피로, 무기력, 체중 증가 같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대다수 환자들은 이를 단순한 스트레스나 생활 패턴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방치할 경우 고지혈증, 동맥경화, 심혈관 질환 같은 2차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진단은 비교적 간단하다. 기본적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과 유리 T4(free T4) 수치를 확인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TSH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고, free T4가 정상 이하로 낮으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진단한다. 이는 뇌하수체가 갑상선을 더 자극하기 위해 TSH를 과다 분비하지만, 정작 갑상선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호르몬 생산이 떨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무증상 갑상선 기능 저하증’(subclinical hypothyroidism)이라는 진단 범주도 주목받고 있다. 이 경우 TSH는 상승하지만 free T4는 아직 정상 범위에 있어 증상이 거의 없거나 매우 미약하다. 대한갑상선학회는 2023년 새 진료지침에서 한국인의 기준에 맞춰 TSH 상한선을 6.8mIU/L로 제시하며, 이 수치를 넘어서는 경우 추적 관찰 또는 치료를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심혈관 질환이나 고지혈증이 있는 환자, 또는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은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권장된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경우는 자가면역성 갑상선염, 일명 해시모토병(Hashimoto’s thyroiditis)이다. 이는 면역계가 자신의 갑상선을 공격해 서서히 기능을 저하시키는 질환으로, 여성에게서 남성보다 7~10배 정도 더 많이 발생한다. 그 밖에 갑상선 절제술, 방사선 치료, 요오드 섭취 이상, 특정 약물(리튬, 아미오다론 등) 복용, 극심한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교대근무나 장시간 노동 환경에 노출된 사람은 갑상선 질환 위험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서울의 한 보건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2022년 논문에 따르면,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는 주 40시간 근무자보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발생 위험이 2.57배 높았다.

치료는 비교적 명확하다. 부족한 호르몬을 외부에서 보충하는 방식이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약물은 레보티록신(Levothyroxine)으로, 인체가 자연적으로 분비하는 티록신(T4)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하루 한 번, 공복에 복용하며, 보통 수주 내에 피로감이나 부종이 호전된다. 다만 투여량은 개인의 체중, 나이, 동반 질환, 복용 중인 다른 약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혈액검사로 호르몬 수치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치료를 시작했다고 해서 단기간에 끝나는 병은 아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대부분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평생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복용량이 적절하면 부작용은 거의 없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반대로 약을 중단하면 피로감이 재발하고 체중이 늘며, 심한 경우 심박수 저하나 부정맥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갑상선 호르몬 생성에는 요오드가 필요하기 때문에, 김·미역·다시마 같은 해조류를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만 과도한 요오드 섭취는 오히려 갑상선 기능을 억제할 수 있다. 2021년 국제학술지 European Thyroid Journal에 실린 논문은 “요오드 결핍 상태에서는 해조류 섭취가 도움이 되지만, 다시마 등 갈조류는 요오드 함량이 매우 높아 과량 섭취 시 갑상선 기능 억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일주일에 2~3회, 한 번에 소량 정도가 적당하다.

또한 규칙적인 수면, 충분한 단백질 섭취, 스트레스 관리, 적절한 유산소 운동이 호르몬 균형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커피나 칼슘·철분 보충제는 레보티록신 흡수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약을 복용한 뒤 최소 4시간 이상 간격을 두는 것이 좋다.

지예은의 사례는 “젊고 건강해 보이는 사람도 내분비 질환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특히 연예인이나 예술가처럼 불규칙한 생활, 과도한 스케줄, 스트레스, 수면 부족에 노출된 직종에서는 이러한 내분비계 이상이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피로처럼 보이지만, 몸의 ‘엔진 오일’이 떨어진 상태와 같다. 엔진이 멈추기 전까지는 운전자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듯, 몸은 서서히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를 무시하면 회복에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사진=지예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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