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비아, 탈모 치료의 새 변수 될까… 미녹시딜 효과 2.5배 높인 호주 연구
사탕과 음료에 들어가는 천연 감미료 ‘스테비아(Stevia)’가 탈모 치료의 새로운 조력자로 주목받고 있다. 호주 시드니대학교 연구진은 스테비아의 주요 성분인 스테비오사이드(stevioside)가 탈모 치료제 미녹시딜(minoxidil)의 피부 흡수율을 높이고, 모발 재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Advanced Healthcare Materials(DOI: 10.1002/adhm.202503575)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미녹시딜의 낮은 피부 투과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테비오사이드를 결합한 마이크로니들 패치(microneedle patch)를 제작했다. 이 패치는 미세한 바늘 형태의 구조체로, 약물이 모낭 주변까지 직접 침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등 부위의 털이 빠진 실험용 쥐에게 하루 한 번씩 해당 패치를 부착한 결과, 14일 만에 새로운 털이 자라기 시작했고, 35일 후에는 탈모 부위의 67.5%가 새 모발로 덮였다. 반면, 일반 미녹시딜 2% 용액을 도포한 대조군에서는 약 25%의 부위에서만 모발 재성장이 관찰됐다.
실험군은 ▲약물 미투여군, ▲미녹시딜 2% 용액군, ▲약물 없는 마이크로니들 패치군, ▲미녹시딜+스테비오사이드 패치군의 네 그룹으로 나뉘어 비교됐다. 연구 결과, 스테비오사이드가 포함된 패치군은 모발 밀도와 모낭 직경 모두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으며, 부작용이나 염증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리펑 캉(Lifeng Kang) 박사(시드니대학교 약학대학)는 “스테비오사이드를 활용하면 미녹시딜의 피부 흡수율을 높이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이는 자연 유래 성분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탈모 치료 접근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미녹시딜의 한계를 보완한 새로운 접근
현재 안드로겐성 탈모증(AGA)은 전 세계 성인 남성의 약 50%, 여성의 약 25%에서 발생한다. 주된 치료제는 바르는 미녹시딜과 경구용 피나스테리드 또는 두타스테리드이며, 이 중 미녹시딜은 혈관을 확장해 모낭의 혈류를 증가시키고 모발 성장 주기를 연장하는 효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약물이 물에 잘 녹지 않아 피부 각질층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대한의료협회는 “미녹시딜의 약리 작용은 명확하지만, 실제 흡수율이 낮아 환자의 반응률이 40~60% 수준에 머무른다”며 “스테비오사이드를 병용해 약물 전달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기존 제형에서는 흡수를 높이기 위해 알코올이나 프로필렌글리콜(propylene glycol)을 첨가했으나, 이로 인해 가려움·피부염·각질 증가 등 부작용이 자주 발생했다. 이번 연구에서 제안된 스테비오사이드 기반 패치는 이러한 화학적 자극제 없이도 흡수율을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천연 성분 활용한 약물 전달 기술의 확장성
연구진은 스테비오사이드가 미녹시딜의 용해도와 피부 투과성을 높이는 동시에, 모낭 내 성장 인자 발현을 촉진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 보조 성분이 아니라, ‘자연 유래 약물 전달 촉진제(natural bioenhancer)’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의미한다.
시드니대 연구팀은 “이번 결과는 동물 실험에 국한된 것이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만약 같은 효과가 확인된다면, 기존 미녹시딜 제형의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치료제로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의료협회는 이에 대해 “동물 모델에서의 67% 재성장률은 인상적이지만,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해선 약물 농도, 흡수 지속 시간, 안전성 등 다층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며 “스테비아를 단순히 섭취한다고 모발 성장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며, 실험에 사용된 고순도 스테비오사이드와 동일한 수준의 생리활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자연 유래 성분에서 찾은 탈모 치료의 새로운 방향
스테비아는 원래 남아메리카의 허브로, 잎에서 추출한 스테비오사이드가 설탕 대비 200배 이상의 단맛을 내면서도 칼로리가 거의 없어 식품 감미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 천연물질이 피부 약물 전달 촉진제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한의료협회관계자는 “최근 피부 투과형 약물전달시스템(TDDS)과 마이크로니들 기술이 발전하면서, 탈모뿐 아니라 당뇨·관절염 등 만성 질환 치료에도 응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며 “스테비오사이드-미녹시딜 조합 역시 생체친화적이고 비침습적인 치료 방향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한 기초 단계의 결과로, 인체 적용을 위해서는 안정성 검증과 제형 최적화가 추가로 필요하다. 그러나 자연 유래 감미료 성분이 기존 약물의 전달 효율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실험적 발견을 넘어 ‘자연물 기반 탈모 치료’의 가능성을 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처: Advanced Healthcare Materials (DOI: 10.1002/adhm.202503575), 대한의료협회(2025 탈모치료 연구자문위원회), 시드니대학교 약학대학 연구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