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는 정상인데, 다리가 저리다. 디스크 아닌 다리 저림의 진짜 원인은?
–MRI는 정상인데, 다리가 저리다… 근막·신경·혈류·마음이 만든 복합 신호
“허리 MRI는 정상입니다.”
의사의 말에 안도도 한순간, 진료 후에도여전히 다리가 저리다고 말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가만히 있어도 종아리가 묵직하고,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 끝이 얼얼하다. 허리디스크가 아니라면, 이 저림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근육 요인, 근막통증증후군(Myofascial Pain Syndrome)
MRI에서 이상이 없는데 다리가 저린 경우,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는 근막통증증후군(MPS)이다. 이는 근육 내부의 미세한 ‘트리거 포인트(trigger point)’가 신경을 자극하면서 멀리 떨어진 부위로 통증을 퍼뜨리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엉덩이 중둔근에 생긴 트리거 포인트는 허벅지와 종아리까지 방사통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근육성 방사통은 영상검사에 잡히지 않아 디스크로 오진되기 쉽다. 실제로 대한재활의학회지(2019)에 따르면, 하지 저림을 호소한 환자의 38%가 근막성 원인으로 판명되었다.
오랜 좌식 자세, 수면 부족, 근육 피로가 누적될수록 이런 트리거 포인트는 쉽게 활성화된다.
신경 요인,말초신경병증(Peripheral Neuropathy)
MRI가 정상이더라도 말초신경병증은 다리 저림을 유발할 수 있다. 당뇨, 비타민 결핍, 음주, 약물 부작용 등으로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신경의 전도 기능이 떨어지며 감각 이상이 발생한다.
초기에는 ‘저릿함’이나 ‘화끈거림’ 같은 가벼운 감각 이상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통증과 근력 약화로 발전할 수 있다. 신경전도검사(EMG)와 혈액검사를 통해 원인 감별이 가능하며, 조기 치료 시 회복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단순한 물리치료보다 대사 개선과 영양 보충이 병행되어야 한다.
혈류 요인, 혈관성 파행(Vascular Claudication)
디스크가 아니라 혈관 문제로 인해 다리가 저릴 수도 있다. 다리 혈관이 좁아지면 보행 시 혈류가 부족해지고, 이에 따라 저림·통증이 발생한다. 쉬면 다시 괜찮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대한혈관외과학회(2020) 연구에서는, 비디스크성 하지 저림 환자의 12%가 혈관 협착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흡연자, 고혈압·고지혈증 환자, 중장년층에서 위험도가 높다.
하지초음파나 CT혈관조영검사를 통해 진단하며, 운동요법과 식습관 개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로 꼽힌다.
심리 요인,불안, 과호흡, 자율신경 불균형
의외로 심리적 요인이 다리 저림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불안하거나 긴장할 때, 호흡이 얕고 빠르게 변하면서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떨어진다. 이로 인해 말초 혈류가 줄고 근육이 수축하면서 감각 이상이 생긴다.
한국심신의학회지(2022)는 “심리적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명확한 신체 질환 없이도 감각 이상을 호소하는 비율이 30%를 넘는다”고 밝혔다.
즉, 몸과 마음의 연결고리를 함께 진단해야 하는 이유다.
임상적 적용, 복합 원인에 대한 통합 접근
MRI가 정상이더라도, 다리 저림은 단일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근육, 신경, 혈류, 마음 네 가지 축이 서로 영향을 주며 증상을 만든다.
따라서 다음의 통합 접근이 필요하다.
1.근막 트리거 포인트 검사: 근육 긴장도 및 압통 부위 평가
2.신경전도·혈류검사: 전도 이상 및 순환 장애 확인
3.심리·생활습관 평가: 스트레스, 수면, 자세, 운동량 확인
이 과정을 거치면 불필요한 약물치료나 수술을 피하고, 정확한 원인 치료로 나아갈 수 있다.
MRI보다 넓게, 몸의 언어를 들어야 한다
다리 저림은 신경이 눌린 결과가 아니다.
근육의 긴장, 혈류의 정체, 신경의 피로, 마음의 불안이 얽혀 만들어낸 복합적 신호다. MRI가 정상이면 다행이지만, 그 결과에만 기대어선 안 된다.
진짜 원인은 보이지 않는 층위에서 몸이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다.
몸의 언어를 제대로 해석하는 것이, 진짜 치료의 출발점이다.
참고문헌
-Korean J Pain. 2019;32(3):210–219.
-J Rehabil Med. 2021;43(6):481–489.
-Clin Neurophysiol. 2020;131(12):3010–3018.
-Korean J Psychosom Med. 2022;30(1):55–62.
-Korean J Vasc Surg. 2020;36(4):312–318.
*이 기사는 최신 의학 근거(EBM)에 기반하여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증상이나 상태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권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