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발견돼도 다 수술 못 한다…절제 가능 판정의 기준은
췌장암 치료의 핵심은 수술 여부…종양 크기보다 혈관 침범과 전이 유무가 더 중요

췌장암은 국내에서 가장 치료가 까다로운 암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4년 암 사망자는 8만8933명이며, 이 가운데 췌장암 사망자는 8146명으로 전체 암 사망의 9.2%를 차지했다. 발생 규모 자체는 폐암이나 대장암보다 작더라도, 진단 당시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아 환자와 보호자가 느끼는 위중함은 훨씬 크다.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췌장암이면 수술할 수 있나”다. 결론부터 말하면, 췌장암이라고 해서 모두 수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췌장암에서 수술은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치료지만, 실제 수술 가능 여부는 종양이 췌장 안에만 머물러 있는지, 주요 혈관을 얼마나 침범했는지, 다른 장기로 전이됐는지에 따라 갈린다.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췌장암 치료에서 절제 가능 여부가 치료 전략을 정하는 핵심 기준이라고 설명한다.
의료 현장에서는 보통 췌장암을 세 단계로 나눠 본다. 첫째는 절제 가능(resectable) 단계다. 종양이 주요 혈관을 침범하지 않았고 원격 전이도 없어 수술로 병변을 제거할 수 있는 경우다. 둘째는 경계성 절제 가능(borderline resectable) 단계다. 이 경우는 당장 수술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종양이 주변 혈관과 가까이 붙어 있거나 일부 침범해 수술 전에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먼저 고려할 수 있다. 셋째는 국소진행성 또는 절제 불가(unresectable) 단계로, 종양이 중요한 혈관을 광범위하게 둘러싸고 있거나 이미 간·복막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암학회도 췌장암의 치료 접근을 절제 가능 여부와 전이 여부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즉 환자 입장에서 수술 가능성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종양의 “크기” 하나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혈관 침범 여부다. 췌장은 상장간막동맥, 상장간막정맥, 문맥 같은 주요 혈관과 매우 가깝게 붙어 있어, 종양이 이 부위를 얼마나 감싸고 있는지가 수술 난이도와 가능성을 크게 좌우한다. 그래서 췌장암 환자는 진단 직후 복부 CT나 MRI 같은 정밀 영상검사를 통해 종양 위치와 혈관 관계를 먼저 평가받게 된다. NCI는 병기 판정과 수술 가능성 평가에 CT, MRI, 초음파내시경(EUS) 등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많은 환자가 “췌장암은 발견되면 바로 수술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특히 경계성 절제 가능 췌장암에서는 처음부터 수술대에 오르기보다,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한 뒤 종양 반응을 보고 수술 여부를 다시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선행치료는 종양 크기를 줄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전이를 먼저 다루며, 수술 후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 있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는 국소진행성 췌장암과 일부 경계성 절제 가능 췌장암에서 다학제 평가를 바탕으로 선행치료를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반대로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췌장암은 원칙적으로 수술보다 전신 항암치료가 치료의 중심이 된다. 이런 경우 수술로 원발병변만 제거하더라도 전체 병의 경과를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암정보센터도 췌장암 치료는 병기에 따라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등을 조합해 결정하며, 진행성 췌장암에서는 전신치료 비중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췌장암 수술이 가능하다고 해서 치료가 간단한 것도 아니다. 췌장 머리에 생긴 암은 보통 췌십이지장절제술, 이른바 휘플 수술이 필요하고, 몸통이나 꼬리 쪽 암은 원위부 췌장절제술이 시행될 수 있다. 모두 고난도 수술에 속하며, 수술 후에도 항암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절제 가능한 췌장암에서도 수술 단독으로 끝나는 경우보다 수술 전후 보조치료를 포함한 종합 치료가 중요하다고 안내한다.
결국 환자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췌장암이냐 아니냐”만이 아니다. 실제 치료 방향을 가르는 질문은 따로 있다. 전이가 있는가, 주요 혈관을 침범했는가, 절제 가능한 단계인가, 선행치료 후 수술을 노려볼 수 있는가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있어야 수술이 현실적인 선택지인지 판단할 수 있다. 단순히 암이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수술 가능 여부를 예단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췌장암은 여전히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지만, 치료 전략은 예전보다 훨씬 정교해지고 있다. 절제 가능 환자는 수술을 중심으로, 경계성 절제 가능 환자는 선행치료와 수술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전이성 환자는 전신 항암치료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식이다. 따라서 췌장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막연히 “수술할 수 있나”를 묻는 것이 아니라, 정밀 영상과 다학제 평가를 통해 내 병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정확히 확인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