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서 없이 먹거리 지원…‘그냥드림’ 280곳서 본사업 시작

의료정책/제도

복지부, 158개 시군구로 확대 시행…시범사업 5개월간 9만7,926명 지원, 위기가구 1,553가구 발굴

그냥드림 본사업 참여 사업장 현황
[보건복지부 제공]

갑작스러운 실직, 질병, 가족 해체, 고립 등으로 당장 먹거리와 생필품이 필요한 국민이 복잡한 서류 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그냥드림’ 사업이 본사업으로 전환됐다. 정부는 올해 안에 전국 모든 시군구로 사업을 넓혀, 기존 복지제도에 닿기 전 위기를 겪는 국민을 더 빠르게 발견하겠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5월 18일부터 전국 158개 시군구, 280개 사업장에서 그냥드림 본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냥드림은 생계가 어려운 국민에게 별도의 소득 증빙이나 복잡한 신청 절차 없이 먹거리와 생필품을 신속히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용자가 푸드마켓·푸드뱅크, 행정복지센터 등에 마련된 그냥드림 코너를 방문하면 1인당 3~5개 품목, 약 2만 원 상당의 기본 먹거리와 생필품을 받을 수 있다.

이 사업의 핵심은 ‘먼저 돕고, 이후 필요한 복지서비스로 연결한다’는 데 있다. 기존 복지제도는 신청서류와 소득·재산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아, 갑작스러운 위기에 놓인 사람이 즉시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냥드림은 이러한 문턱을 낮춰 사회적 낙인이나 증빙 부담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던 식생활 취약계층을 복지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정부가 본사업 전환을 결정한 배경에는 시범사업 성과가 있다. 그냥드림은 지난해 12월 57개소에서 시작해 올해 4월 30일 기준 전국 68개 시군구, 129개소로 확대됐다. 약 5개월 동안 누적 9만7,926명이 먹거리와 생필품을 지원받았고, 이 가운데 2만2,089명은 기본 상담을 받았다. 또 1만255명이 읍면동 복지센터로 연계됐으며, 그 과정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위기가구 1,553가구가 새롭게 발굴됐다.

본사업에서는 지원 대상을 더 정교하게 가려내기 위한 절차도 일부 정비됐다. 1차 이용자는 성명과 연락처 등 기본적인 본인 확인과 자가진단표 작성을 거쳐 지원 필요성이 인정되면 즉시 물품을 받을 수 있다. 2차 이용 때는 기본상담을 진행하고,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읍면동 맞춤형복지팀으로 연계한다. 3차 이용은 맞춤형복지팀의 추가 상담을 거쳐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된 경우 가능하다.

정부는 이용 절차를 보완하면서도, 위기 상황에 놓인 취약계층은 더 적극적으로 찾아내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지난 3월 그냥드림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경찰이 현장 활동 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면 가까운 그냥드림 사업장을 안내할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좋은 이웃들’ 등 민간 복지안전망과도 연계해 도움이 필요한 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민관 협업도 확대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그냥드림 사업은 시범사업 과정에서 민간후원 116억 원을 확보했다. 신한금융그룹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1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롯데그룹, 수출입은행, HK이노엔, 대상, 국민건강보험공단 등도 현금 또는 물품 후원에 참여했다. 신한금융은 기존 45억 원 규모였던 지원을 100억 원으로 확대하며 위기가정 지원 사업과의 연계도 추진하고 있다.

지원 품목도 이용자 특성에 맞춰 조정된다. 보건복지부는 하반기부터 건강취약자를 고려해 당분을 줄인 식품, 씹기 쉬운 음식 등 맞춤형 물품을 보강할 예정이다. 단순히 물품 수량을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등 실제 이용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 세심한 지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사업 확대에 필요한 재정 기반도 마련됐다. 보건복지부는 중동전쟁에 따른 고유가·고물가 부담으로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의 생활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2026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에 그냥드림 전국 확대와 긴급복지, 돌봄서비스 강화 등을 포함했다. 국회를 통과해 확정된 복지부 추경 규모는 3,461억 원이며, 이 가운데 그냥드림은 기존 150개 수준에서 300개 이상으로 넓히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다만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운영 관리의 중요성도 커진다. 정부는 과도한 대기, 부적정 이용, 사업 취지와 맞지 않는 운영 사례를 점검하고, 우수 사업장은 포상하는 한편 개선이 필요한 곳은 현장 지도와 운영 조정을 실시할 계획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문턱은 낮추되, 꼭 필요한 사람이 우선 지원받을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함께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역별 운영 현황을 보면 본사업은 서울 25개 시군구 29개소, 부산 16개 시군구 16개소, 경기 20개 시군구 26개소, 전남 14개 시군구 109개소 등 전국 단위로 운영된다. 자료에 첨부된 지역별 현황도는 158개 시군구와 280개 사업장 분포를 한눈에 보여준다. 운영 장소와 시간은 지역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이용자는 방문 전 보건복지부 또는 전국푸드뱅크 홈페이지에서 가까운 사업장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먹는 문제로 고통받는 국민이 없도록 그냥드림 사업을 연내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며 “꼭 필요한 분들이 그냥드림을 먼저 이용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냥드림의 의미는 단순한 식품 지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위기에 처한 사람이 행정 서류를 준비하기 전에 먼저 한 끼를 해결하고, 이후 상담을 통해 긴급복지·돌봄·사례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복지 사각지대를 좁히는 초기 관문 역할을 한다. 정부가 연내 229개 모든 시군구, 300개소 이상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의 과제는 ‘빠른 지원’과 ‘정확한 연계’라는 두 목표를 현장에서 얼마나 균형 있게 구현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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