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사를 많이 하면 더 건강해질까…건강검진에도 ‘적정선’이 필요하다

오피니언

건강검진은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 기회를 앞당기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검사를 많이 받을수록 반드시 더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CT, 초음파, 종양표지자 검사를 반복하면 우연히 발견된 작은 이상이 추가 검사와 조직검사로 이어지고, 때로는 실제 건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병변까지 치료하게 되는 과잉진단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검진의 목적은 가능한 많은 이상을 찾아내는 데 있지 않다. 발견했을 때 치료로 사망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질환을, 적절한 사람에게 적절한 주기로 찾아내는 데 있어야 한다. 연령과 가족력, 흡연력, 기존 질환에 따라 필요한 검사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나 같은 고가 검사를 묶어 제공하는 방식은 건강관리라기보다 불안과 소비를 자극하는 서비스가 될 위험이 있다.

과잉검사는 개인의 부담에서 끝나지 않는다. 추가 영상검사와 외래진료, 조직검사와 시술이 이어지면 의료비가 늘고 의료자원도 소모된다. 제한된 인력과 장비가 실제 증상이 있거나 고위험군인 환자보다 낮은 위험의 무증상자를 추적하는 데 더 많이 쓰이는 상황도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고 건강검진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자는 뜻은 아니다. 국가검진처럼 근거가 비교적 잘 축적된 항목은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민간 종합검진에서는 검사 항목이 많다는 사실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검사인지 먼저 따져야 한다. 의료기관도 ‘더 많이 검사하는 곳’보다 불필요한 검사를 권하지 않고 위험도에 맞춰 설명하는 곳으로 경쟁해야 한다.

정부와 전문학회 역시 국민이 검사의 이익과 한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더 명확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검사가 누구에게 권고되는지, 검사를 받았을 때 예상되는 이득과 위양성·과잉진단 가능성이 무엇인지 공개돼야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건강검진의 수준은 검사 장비의 숫자로 결정되지 않는다. 필요한 검사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불필요한 검사는 줄이는 것이 더 성숙한 의료다. 건강검진에도 적정선이 필요하다. 많이 검사하는 것보다 제대로 검사하는 것이 국민 건강과 의료재정을 함께 지키는 길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