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에 관 꽂지 않고 혈압을 계속 잰다…AI 웨어러블이 중환자실에서 노리는 것

연구/기술

병원에서 혈압을 재는 장면은 익숙하다. 팔에 커프를 감고 공기를 넣었다 뺐다가 몇 초 뒤 최고혈압과 최저혈압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건강검진이나 외래 진료에서는 이런 간헐적 측정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지만, 중환자실이나 수술실처럼 환자의 상태가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변할 수 있는 곳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패혈증이나 심한 출혈, 대수술 직후처럼 혈압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는 환자에게는 몇 분 또는 몇십 분 간격으로 숫자를 확인하는 것보다 심장이 뛸 때마다 혈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실시간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혈압을 올리는 승압제를 사용하는 환자라면 약의 용량을 조절하는 과정에서도 지속적인 혈압 정보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의료진은 손목이나 사타구니 등의 동맥에 가느다란 관을 직접 넣는 ‘동맥관’을 사용한다. 동맥관은 매우 정확한 혈압을 연속으로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할 경우 동맥혈 채취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피부와 혈관을 뚫어야 하는 침습적 처치라는 부담이 있다.

최근에는 이 동맥관이 제공하던 정보를 피부에 붙이는 센서와 인공지능으로 대신하려는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2026년 8월 가슴과 손가락에 착용한 센서에서 얻은 생체신호를 AI가 분석해 동맥혈압 파형을 연속적으로 재구성하는 시스템 ‘MOSAIC’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중환자실 환자 28명을 대상으로 이 기술을 시험했고, AI가 만들어낸 혈압 파형이 실제 동맥관에서 얻은 값과 상당히 가까운 결과를 보였다고 보고했다.


중환자실에서는 왜 혈압을 ‘계속’ 봐야 할까


혈압은 고정된 숫자가 아니다. 통증이나 스트레스, 출혈, 감염, 약물, 수면과 움직임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건강한 사람이 집에서 하루 한두 번 혈압을 재는 것과 달리 중증 환자는 몇 분 사이에도 상태가 크게 변할 수 있다. 심한 감염으로 혈관이 확장되거나 출혈로 혈액량이 줄면 혈압이 갑자기 떨어질 수 있고, 이런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뇌나 신장 같은 주요 장기로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혈압이 지나치게 높게 유지돼도 심장과 혈관에 부담이 커진다.

특히 중환자실에서는 약물로 혈압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경우가 많다. 승압제나 혈관확장제를 사용할 때는 약을 투여한 뒤 혈압이 얼마나 변하는지를 바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시간마다 한 번씩 커프로 재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동맥관은 이런 상황에서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달라지는 압력을 파형으로 보여준다. 의료진은 이 파형을 통해 환자의 혈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약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하지만 혈관 안에 관을 넣어야 한다


동맥관은 중환자실과 수술실에서 오랫동안 사용돼온 표준적인 모니터링 방법이다.

하지만 정확도가 높은 만큼 부담도 있다.

가느다란 카테터를 혈관 안에 넣어 일정 시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삽입 과정에서 출혈이나 혈종이 생길 수 있고, 드물게는 혈전이나 혈관 폐색, 감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관이 연결돼 있는 동안 움직임이 불편할 수 있고, 의료진 역시 삽입 부위와 상태를 계속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동맥관은 모든 입원환자에게 사용하는 장치가 아니라 정확한 연속 혈압 측정이 꼭 필요한 환자에게 선택적으로 사용된다.

문제는 중환자실 밖에서도 지속적인 혈압 정보가 유용한 상황이 많다는 점이다.

일반 병동에서 상태가 악화되는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거나, 퇴원 후 고혈압 환자의 혈압 변화를 장시간 살피고 싶어도 동맥관을 사용할 수는 없다. 비침습적으로 연속 혈압을 측정하려는 기술 개발이 계속되는 배경이다.


가슴과 손가락에서 서로 다른 신호를 읽는다


존스홉킨스 연구진이 개발한 MOSAIC은 혈압을 직접 측정하는 장치가 아니다.

대신 심장이 뛰면서 몸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생체신호를 읽고, 그 신호와 실제 혈압 사이의 관계를 AI가 학습해 혈압 파형을 다시 만들어낸다.

가슴에서는 심전도를 측정한다. 심전도는 심장이 전기적으로 수축을 시작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손가락에서는 광용적맥파, 즉 PPG 신호를 읽는다. PPG는 빛을 피부에 비춰 혈액량 변화를 감지하는 기술로, 현재 많은 스마트워치와 웨어러블 기기가 심박수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연구진은 심전도와 PPG의 모양, 두 신호 사이의 시간 차이, 혈류 변화 패턴 등을 AI 모델에 넣었다. AI는 이 정보를 이용해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변하는 동맥혈압의 파형을 재구성하도록 학습했다.

단순히 ‘120/80’처럼 숫자 두 개를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혈압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오르고 내리는지를 연속적인 곡선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28명 환자에게서 실제 동맥관과 비교했다


연구진은 존스홉킨스병원 중환자실 네 곳에서 치료받던 환자 28명을 대상으로 초기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환자들에게 가슴과 손가락 센서를 착용시키고, 같은 시간대에 기존 동맥관에서 얻은 실제 혈압값과 비교했다. 모두 1만5000개가 넘는 생체신호 구간이 AI 모델 학습과 검증에 사용됐다.

그 결과 AI가 재구성한 혈압 파형의 평균절대오차는 전체적으로 약 6.4㎜Hg였다.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에서도 각각 비교적 낮은 수준의 오차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웨어러블 센서에서 얻은 심전도와 혈류 신호만으로도 동맥혈압을 추정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들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결과로 해석했다.

다만 이 수치만 보고 기존 동맥관과 같은 수준의 의료기기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연구 대상이 28명으로 적고, 한 의료기관에서 진행된 초기 연구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나이와 질환, 혈압 범위가 달라졌을 때도 같은 정확도가 유지되는지 확인하려면 훨씬 큰 규모의 검증이 필요하다.


스마트워치 혈압과는 무엇이 다를까


웨어러블 기기에서 혈압을 측정한다는 개념 자체는 이제 낯설지 않다.

일부 스마트워치와 손목형 기기는 커프 없이 혈압을 추정하거나, 기존 혈압계와 보정한 뒤 일정한 간격으로 수치를 제공한다.

하지만 MOSAIC이 노리는 목표는 일반 소비자용 혈압 측정보다 훨씬 까다롭다.

중환자실에서는 평균적인 혈압이 얼마인지 아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는 순간이나 약물 투여 직후의 변화를 놓치지 않아야 하고, 심장 박동 하나하나에 따라 혈압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중요하다.

그래서 이 기술은 단순한 최고혈압과 최저혈압 숫자가 아니라 동맥관처럼 연속적인 파형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여러 연구팀이 비슷한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중환자실 환자를 대상으로 커프가 없는 연속 혈압 측정 장치의 정확도를 실제 침습적 혈압과 비교하는 임상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즉 혈압 측정 기술은 ‘필요할 때 한 번 재는 방식’에서 ‘몸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계속 지켜보는 방식’으로 확장되는 중이다.


혈압이 떨어지는 순간을 일반 병동에서도 볼 수 있을까


이 기술이 충분한 정확성과 안전성을 확보한다면 가장 먼저 기대할 수 있는 변화는 연속 혈압 모니터링을 적용할 수 있는 환자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다.

현재 동맥관은 침습적 처치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사용한다. 일반 병동 환자에게는 몇 시간 간격으로 커프 혈압을 측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피부에 붙이는 센서만으로 혈압 변화를 계속 확인할 수 있다면, 환자가 갑자기 저혈압 상태로 들어가는 순간을 더 빨리 발견할 가능성이 생긴다.

예를 들어 패혈증이 악화되거나 출혈이 시작되는 환자는 눈에 띄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혈압 변화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실시간으로 포착된다면 의료진이 대응하는 시점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장기적으로 이 기술을 중환자실뿐 아니라 일반 병동과 가정에서도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보고 있다.

고혈압 환자에게도 의미가 있다.

현재 가정혈압은 보통 아침과 저녁 같은 특정 시점에 측정하지만, 실제 혈압은 하루 종일 변한다. 잠자는 동안 얼마나 떨어지는지, 출근길이나 운동 중 얼마나 오르는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떤 패턴을 보이는지까지 연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기존의 단발성 측정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래도 동맥관이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초기 연구 결과가 좋다고 해서 중환자실의 동맥관을 웨어러블 센서가 곧바로 대체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우선 아주 낮거나 높은 혈압에서도 정확도가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심한 부정맥이 있거나 말초혈액순환이 좋지 않은 환자, 혈관수축제를 많이 사용하는 환자에게서는 손가락 PPG 신호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 환자가 몸을 움직이거나 손가락이 차가운 상황에서도 신호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

피부 상태나 센서 부착 위치에 따른 오차도 검증해야 한다.

동맥관에는 혈압 측정 외의 역할도 있다.

중환자에게는 산소와 이산화탄소, 산염기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동맥혈가스검사를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동맥관을 통해 혈액을 쉽게 채취할 수 있다.

따라서 비침습 혈압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모든 상황에서 동맥관을 없애는 방식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어떤 환자에게는 동맥관이 반드시 필요하고, 어떤 환자에게는 웨어러블만으로 충분한지를 더 세밀하게 나누는 방향으로 먼저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AI가 혈압을 ‘재는 것’과 ‘추정하는 것’은 다르다


이 기술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는 동맥관과 AI 웨어러블의 측정 방식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동맥관은 혈관 내부의 압력을 직접 측정한다.

MOSAIC은 심전도와 혈류 신호를 읽은 뒤 AI가 이 신호와 혈압 사이의 관계를 계산해 혈압을 추정한다.

따라서 입력되는 신호가 정확해야 하고, AI가 어떤 환자 데이터를 학습했는지도 중요하다.

연구에 포함되지 않은 연령이나 질환, 매우 특이한 혈압 패턴을 가진 환자에게서 오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의료용 AI에서는 전체 평균 정확도가 좋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특정 환자군에서 지속적으로 틀리는 문제가 없는지, 환자 상태가 급격하게 변할 때도 오류 없이 따라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연구진도 초기시험 이후 더 큰 환자군에서 추가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연속 혈압 기술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숫자보다 ‘시간’


혈압계가 보여주는 숫자는 익숙하지만, 그 숫자가 언제 측정됐는지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오전 8시에 측정한 혈압이 정상이라고 해서 오후 2시에도 정상이라는 보장은 없다. 중환자실에서는 그 차이가 몇 시간이 아니라 몇 분일 수도 있다.

현재 가장 정확하게 혈압을 계속 보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혈관 안에 관을 넣는 동맥관이다.

2026년 존스홉킨스 연구가 보여준 것은 가슴의 심전도와 손가락의 혈류 신호만으로도 AI가 이 연속적인 혈압 변화를 어느 정도 재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아직 28명을 대상으로 한 초기 연구이고, 동맥관을 대체할 새로운 표준으로 보기에는 검증해야 할 것이 많다.

그럼에도 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혈압계를 더 작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혈압을 ‘필요할 때 한 번 확인하는 숫자’에서 ‘환자 몸에서 계속 이어지는 변화’로 보려는 의료 기술의 방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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