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는 주사’로 부르면 놓치는 성장호르몬 치료의 조건

-식약처, 소마트로핀 8개사 21개 제품에 위해성 관리계획 적용
-처방 4년 새 81% 증가…진단·용량 조절·이상반응 추적 강화
성장호르몬 주사는 모든 어린이의 키를 원하는 만큼 늘리는 약이 아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과 터너증후군, 특발성 저신장증 등 허가된 질환을 진단받은 환자에게 사용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의사가 치료 필요성을 판단하고 성장 반응과 이상반응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일부터 소마트로핀 성분 성장호르몬제제 8개사 21개 제품에 위해성 관리계획을 적용했다. 환자용 사용설명서와 의료전문가용 자료를 현장에 배포하고, 국내외 이상사례와 안전관리 결과를 매년 평가하도록 한 조치다(식품의약품안전처, 2026년).
이번 조치는 성장호르몬 치료를 금지하거나 제품을 회수하는 조치가 아니다. 허가된 치료는 유지하되 처방 증가와 자가주사 특성을 고려해 시판 후 관리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광고에서 사용하는 ‘키 크는 주사’와 의료기관의 성장호르몬 치료를 구분해서 봐야 하는 이유다.
8개사 21개 제품에 위해성 관리계획 적용
식약처가 적용한 위해성 관리계획은 의약품의 안전성 정보를 지속해서 수집하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관리제도다. 품목 허가권자는 해당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 방법과 주의사항을 환자와 의료진에게 제공해야 한다.
관리 대상은 동아에스티와 노보노디스크제약, 머크, 싸이젠코리아, LG화학, 한국화이자제약, 한국페링제약, 대웅제약 등 8개사의 소마트로핀 제제 21개 제품이다(식품의약품안전처, 2026년).
품목 허가권자는 환자용 사용설명서와 의사·약사 등 의료전문가용 설명자료를 의료현장에 직접 배포해야 한다. 제품의 투여법과 보관법, 주의해야 할 증상, 이상사례 발생 시 대응 방법을 보다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조치다.
국내외에서 보고된 이상사례와 위해성 관리계획의 이행 결과도 매년 평가해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 제품별 위험정보가 실제 진료와 환자 교육에 반영됐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구조다.
위해성 관리계획이 적용됐다고 해서 해당 제품에서 새로운 중대한 위험이 확인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식약처는 성장호르몬제제의 처방이 늘고 환자나 보호자가 집에서 직접 투여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전 품목에 공통된 안전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존에는 처방 과정에서 설명을 들었더라도 장기간 투여하면서 용량과 보관법을 혼동할 가능성이 있었다. 제품마다 주사기 형태와 농도, 보관 조건도 다를 수 있다. 표준화된 안내자료를 반복 제공하면 자가투여 과정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4년 만에 처방 89만건에서 162만건으로
성장호르몬제제 처방은 빠르게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처방 건수는 2020년 89만5011건에서 2021년 102만4673건으로 증가했다. 2022년에는 126만7868건을 기록했다.
2023년 처방 건수는 156만8751건으로 늘었고, 2024년에는 162만1154건에 달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4년 동안 약 81% 증가한 수치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0~2024년).
처방 건수 증가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진단과 접근성이 개선된 결과일 수 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나 유전질환에 따른 성장장애는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치료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처방 증가만으로 적정 사용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처방 건수에는 신규 환자와 장기 치료 환자가 함께 포함된다. 환자 수와 투여기간, 적응증, 비급여 처방 비중을 나눠 봐야 실제 사용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자녀의 키에 대한 불안이 의료 수요를 자극했을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또래보다 작다는 이유만으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부모의 키와 성장 속도, 사춘기 진행 상태, 영양, 수면, 만성질환 등 다양한 요인이 성장에 영향을 준다.
특히 온라인 광고나 상담 과정에서 성장호르몬제를 건강관리 상품처럼 표현하면 치료의 조건이 흐려질 수 있다. 치료 가능성을 과장하거나 일정한 신장 증가를 보장하는 표현도 경계해야 한다. 성장 효과는 진단과 치료 시작 시점, 골연령, 투여 순응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특발성 저신장증도 다른 원인부터 배제해야
성장호르몬제제의 허가 적응증은 제품별로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뇌하수체 성장호르몬 장애에 따른 성장부전과 터너증후군, 누난증후군, 만성 신부전으로 인한 성장장애 등이 포함된다.
임신 주수에 비해 작게 태어난 뒤 일정 연령까지 따라잡기 성장을 보이지 않는 소아도 제품의 허가 기준에 따라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부 제품은 특발성 저신장증 치료에도 허가돼 있다.
특발성 저신장증은 성장호르몬이 부족하지 않더라도 신장이 매우 작은 상태를 뜻한다. 다만 키가 작다는 관찰만으로 진단하지 않는다. 식약처가 공개한 일부 소마트로핀 제품의 허가사항은 신장 백분위가 3% 미만이고, 다른 질환으로 인한 저신장 가능성을 진단검사로 배제한 소아를 대상으로 제시한다(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 2026년).
따라서 성장호르몬 수치가 정상이면 치료할 수 없다는 설명도 정확하지 않다. 반대로 키가 하위 3%에 해당하면 누구나 투여할 수 있다는 설명도 맞지 않는다. 제품별 허가사항과 환자의 진단 결과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성장곡선과 연간 성장 속도를 살펴야 한다. 골연령과 사춘기 진행 정도, 갑상선 기능, 영양 상태, 만성질환 여부도 평가 대상이 된다. 가족성 저신장이나 체질성 성장지연 가능성도 구분해야 한다.
골단이 닫힌 뒤에는 성장호르몬을 투여해도 키 성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식약처 허가사항은 골단이 융합되면 소아 성장 치료를 중지하도록 규정한다. 치료 첫해에 성장 속도가 충분히 개선되지 않을 때는 투여 순응도와 갑상선 기능 저하, 영양 부족, 골성숙 상태 등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
치료 반응만큼 안전성 평가도 중요하다. 용량은 체중과 체표면적, 질환, 성장 반응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한다. 다른 환자에게 처방된 주사제를 사용하거나 보호자가 임의로 투여량을 늘려서는 안 된다.
두통·시각이상·고관절 통증은 확인 필요
소마트로핀 제제의 이상반응은 제품과 환자의 기저질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식약처 허가사항에는 주사부위 통증과 발적, 두통, 부종, 관절통, 근육통 등이 기재돼 있다.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거나 기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드러날 수 있어 정기 검사가 필요하다. 소마트로핀은 탄수화물 대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당뇨병 가족력이나 비만, 인슐린 저항성 등 위험요인이 있는 환자는 혈당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심하거나 반복되는 두통과 시각이상, 구역, 구토가 나타나면 두개내압 상승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증상이 발생했을 때는 보호자가 임의로 투여를 계속하거나 중단하지 말고 처방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절뚝거리거나 고관절과 무릎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도 진료가 필요하다. 성장호르몬 결핍을 포함한 내분비질환 환자에게서는 대퇴골두 골단분리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척추측만증이 있는 소아는 급격한 성장 과정에서 진행 여부를 관찰해야 한다.
성장호르몬제가 척추측만증 자체를 일으킨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다만 빠른 성장 과정이 기존 척추 변형의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치료 중 관찰이 필요하다. 질환과 약물의 영향을 구분하는 진료가 요구된다.
혈중 인슐린유사성장인자-1인 IGF-1도 주요 추적 지표다. 일부 제품의 허가사항은 치료 전과 치료 중 IGF-1을 측정하고, 연령과 사춘기 단계에 맞는 범위를 고려해 용량을 조절하도록 한다.
자가주사 과정에서는 제품별 투여법을 따라야 한다. 주사 부위를 정기적으로 바꾸고 보관 온도와 사용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주사기나 바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서도 안 된다. 세부 보관 조건은 제품마다 다르므로 처방받은 제품의 설명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식약처가 공개한 성장호르몬제제 안전 사용 조치는 8개사 21개 제품 전체에 공통된 관리체계를 적용한 데 의미가 있다. 개별 제품의 적응증과 주의사항은 의약품안전나라 제품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의 기준은 부모가 원하는 최종 키가 아니다. 의학적으로 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