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흡연 이외에도? 쉰 목소리 주의! 후두암 경고
56세 직장인 김모 씨는 평소 흡연과 음주를 즐겨왔다. 그러나 몇 달 전부터 목소리가 쉬고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기 시작했으며, 삼키는 것조차 불편해졌다. 처음에는 단순한 후두염으로 여겼지만 증상이 지속되자 병원을 찾았고, 후두 내시경 검사 결과 초기 후두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조기 발견 덕분에 방사선 치료와 수술을 통해 목소리를 보존할 수 있었지만, 김 씨는 “만약 병원을 더 늦게 찾았다면 목소리뿐만 아니라 삶의 질까지 잃을 뻔했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후두암의 위험성과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후두암은 성대와 인접한 후두 부위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전체 두경부암의 30~40%를 차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후두암 환자는 약 8,900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90% 이상이 남성이었다. 남성에게 발병률이 높은 이유는 흡연과 음주 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후두암에 걸릴 위험이 10~15배 높으며, 흡연과 음주가 동시에 작용할 경우 위험은 약 38배까지 치솟는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생활습관이 후두암 발병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후두암의 초기 증상이 감기나 후두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쉰 목소리, 마른기침, 목의 이물감, 삼킴 곤란 등 흔한 증상이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목소리가 2주 이상 쉬거나 점점 악화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후두 내시경이나 CT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 교사, 방송인, 상담사, 판매직 종사자는 후두에 반복적인 자극을 받기 때문에 고위험군에 속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연과 절주가 필수적이다. 담배 연기 속 발암물질은 성대 점막을 직접 손상시키고, 술은 점막의 투과성을 높여 발암물질이 체내에 쉽게 흡수되도록 만든다. 또한 충분한 수분 섭취로 목의 건조를 막고, 장시간 고성을 지르는 습관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너무 뜨겁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점막을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으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개인 위생 관리 역시 중요하다. 최근에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내시경 검진이 조기 발견과 생존율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보고되고 있다.
치료의 성과는 조기 발견 여부에 크게 좌우된다.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면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만으로도 높은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후두암 치료 이후에는 성대 기능 저하, 음성 장애 등이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방사선 치료만으로도 목소리가 변할 수 있으며, 수술 후에는 발성 기능 회복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따라서 치료 이후에는 언어 재활과 음성 치료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목소리 재활은 단순히 말하기 기능을 회복하는 차원을 넘어 환자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후두암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보건 문제다. 2022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새롭게 진단된 후두암 환자는 20만 명을 넘어섰으며, 관련 사망자는 1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인구 10만 명당 발병률은 약 3.9명, 사망률은 2.1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소득 국가에서 발병률이 높게 보고되는데, 이는 흡연과 음주 습관, 직업적 노출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 암 연구기관(IARC)에 따르면 흡연과 음주가 결합할 때의 발병 위험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강력한 발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서구 연구에서는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암 사례가 전체 암의 3.6%에 해당한다고 보고되었으며, 그중 후두암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현장에서의 화학물질이나 목재 가루 노출 등 직업적 환경 요인 또한 발병률을 높이는 요소로 지적된다.
후두암은 조기 발견 시 치료 성과가 좋은 편이지만, 예방이 최선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금연과 절주라는 기본적인 생활습관 개선이 발병 위험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고위험군이라면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목소리는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삶의 질과 직결된 자산이다. 일상에서 무심히 흘려보낸 작은 증상이 치명적인 결과를 낳지 않도록, 생활습관 관리와 조기 진단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것이 지금 필요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