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검역부터 불법드론 감시까지…‘신노년 일자리’가 지역문제 해결한다

의료정책/제도헤드라인

[보건복지부 제공]

노인일자리가 단순한 소득 보전형 활동을 넘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 서비스형 일자리로 진화하고 있다. 해외 선박과 수입 컨테이너의 외래 병해충 유입을 살피고, 공항 주변 불법드론을 감시하며, 폐광지역 주거 취약계층의 생활 불편을 수리하는 등 은퇴 세대의 경험과 숙련을 활용한 사업들이 우수모델로 선정됐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노인역량활용 선도모델 사업 평가 결과, 지역사회 기여도와 운영 성과가 우수한 17개 사업모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평가는 전체 150개 선도모델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기존에 운영되며 성과를 쌓아온 계속사업 9건과 사회적 현안 해결을 위해 새롭게 기획된 신규사업 8건이 최종 우수사업에 이름을 올렸다.

노인역량활용 선도모델은 신노년 세대의 경력과 전문성을 공공기관, 민간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의 자원과 결합해 지역에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노인역량활용사업을 “노인의 경력과 활동역량을 활용해 지역사회 돌봄, 안전 등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로 설명하고 있다.

이번 선정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안전과 검역이다. 계속사업 부문 대상은 인천의 ‘시니어 선박검사원’ 사업이 차지했다. 이 사업은 2024년부터 시니어 전문인력을 선발·양성해 해외 선박과 수입 컨테이너를 대상으로 외래 병해충 검사를 수행하는 모델이다. 2024년 11억 원이던 외부 예산은 2025년 20억 원으로 늘었고, 일자리 창출 규모도 41명에서 110명으로 확대됐다. 각각 181%, 268.3% 증가한 수치다.

신규사업 부문 대상에는 제주특별자치도와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이 협력한 ‘시니어 공항안전 불법드론 감시단’이 선정됐다. 이 사업은 공항 인근 비행금지구역에서 불법 드론 비행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관광객에게 드론 비행 제한 구역을 안내하며, 공항 외곽 울타리 파손이나 보안 취약 요소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항공보안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김포·김해·여수·포항·제주 등 전국 5개 공항으로 확대 추진 중이며, 올해 150명 규모로 운영될 예정이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도 우수사례로 다수 포함됐다. 계속사업 최우수상에는 강원 폐광지역의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전구 교체, 칼갈이, 방충망 보수 등 소규모 수리·수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빛 내일 마을 수리사’ 사업과 무선국 검사 및 전자파 강도 측정 사업이 선정됐다. 신규사업 최우수상에는 은퇴한 농업 경력자가 농가 현장 컨설팅과 영농일지 작성을 지원하는 ‘농업 ON 시니어 영농닥터’, 부산도시공사 영구임대아파트 거주 독거노인의 안부 확인과 주거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BMC 생활돌봄서비스’가 포함됐다.

노인역량활용 선도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고령층 일자리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 진입 이후 노인일자리는 단순한 참여 기회 제공을 넘어, 지역사회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연결되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전문직·기술직·농업·공공안전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은퇴 인력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경력을 사회서비스로 전환하는 정책적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노인역량활용 선도모델은 외부자원과 지역 자율성을 기반으로 사회서비스 확충에 기여하는 맞춤형 일자리다. 참여자는 60세 이상으로, 해당 사업에 선발되면 근로자 지위로 참여한다. 근무 조건은 월 60시간 이상, 월평균 76만2천 원 이상 급여 지급, 4대 보험 가입을 원칙으로 한다. 정부는 참여자 1인당 월 최대 34만 원, 연간 최대 170만 원의 고용지원금을 지원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도 선도모델 사업에서 월 60시간·5개월 이상 근로계약을 맺고 월 76만2천 원 이상 급여를 지급하는 경우 참여자 1인당 월 최대 34만 원, 최대 5개월을 지원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올해 우수사업 목록을 보면 노인일자리의 영역이 돌봄을 넘어 안전, 환경, 주거, 에너지, 농업, 기록물 관리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경남의 ‘KOEN 주거에너지 보안관’은 60세 이상 전문인력을 활용해 취약계층 주거지의 LED 전등 교체를 지원하고, 광주·전남권의 ‘시니어 손맛 지킴이’는 조리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가 농촌 다문화 가정을 찾아 한식 조리법과 생활문화를 교육한다. 경북의 조부모 손자녀 돌봄 사업은 맞벌이·결손 가정 아동의 등하원 등 틈새 돌봄을 맡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정부는 선정된 우수모델의 확산에도 나선다. 보건복지부는 협력기관과 수행기관을 격려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상 11점,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상 9점 등 총 20개 기관에 상장과 포상을 실시할 예정이다. 포상은 오는 9월 예정된 2026년 노인일자리 주간 기념식에서 진행된다. 또 우수사업 브로슈어를 제작·배포해 지역과 기관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신규 노인일자리 발굴 정책과도 맞물린다. 복지부는 2027년 신규 노인일자리 개발을 위한 아이템 공모전도 진행 중이며, 공모 분야는 노인역량활용 신규 직무와 노인공익활동 신규 활동이다. 선정된 우수 아이템은 2027년 시범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임을기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이번 우수사업에 대해 “신노년세대가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모범 사례”라며 “어르신들의 숙련된 경험이 사회적 가치로 전환될 수 있도록 사업을 내실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우수사업 선정은 노인일자리 정책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에서 ‘어떤 일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박검역, 공항안전, 농가 컨설팅, 생활돌봄처럼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분야에 신노년 세대의 경험을 연결할 때, 노인일자리는 복지정책이자 지역문제 해결 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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