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고위험음주 30대 이상 전 연령서 증가…한국 음주정책, ‘남성 중심’ 틀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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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고위험음주율 10년간 전 연령 감소…여성은 30대부터 상승세
성인 10명 중 3명 월 1회 이상 폭음…한국 월간폭음률 OECD 27개국 중 5위
흡연·비만·우울·만성질환과 복합 위험…지역·성별 맞춤형 개입 필요

우리나라 남성의 고위험음주율이 최근 10년간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한 반면, 여성은 30대 이상 전 연령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음주율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낮아졌지만, 여성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위험 음주가 확산하면서 기존의 중년 남성 중심 음주예방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이 2025년 지역사회건강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음주 관련 건강행태를 분석한 결과, 남성은 최근 10년간 전 연령에서 고위험음주율이 감소했다. 여성은 20대를 제외한 30대 이상 모든 연령에서 고위험음주율이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월간폭음률은 비교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았다.

지역사회건강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약 23만명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1대1 면접조사다. 고위험음주는 최근 1년 동안 남성이 한 번에 7잔 이상, 여성이 5잔 이상을 주 2회 이상 마시는 경우를 뜻한다. 월간폭음은 같은 양을 월 1회 이상 마신 경우이며, 월간음주는 한 달에 한 차례 이상 술을 마신 경우다.

2025년 성인의 월간음주율은 57.1%로 집계됐다. 월간폭음률은 33.7%, 고위험음주율은 12.0%였다. 성인 10명 가운데 약 6명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시고, 3명은 월 1회 이상 폭음하며, 1명은 주 2회 이상 고위험음주를 한다는 의미다.

세 지표는 2021년 저점을 기록한 뒤 다시 상승했지만,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않았다. 문제는 음주자의 상당수가 폭음 단계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월간음주자의 59.0%가 월간폭음자였고, 월간폭음자의 35.6%는 고위험음주자에 해당했다. 음주 빈도보다 한 번에 마시는 양과 반복성이 건강위험을 키우는 구조가 확인된 셈이다.

성별로는 남성이 모든 음주지표에서 여성보다 높았다. 30∼50대 남성은 두 명 중 한 명꼴로 월 1회 이상 폭음했고, 40∼50대 남성은 다섯 명 중 한 명 이상이 고위험음주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20∼40대에서 월간폭음률과 고위험음주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장기 추세에서는 성별 방향이 갈렸다. 2016년과 2025년을 비교하면 남성의 고위험음주율은 전 연령대에서 감소했다. 20대 남성은 17.8%에서 10.4%로 7.4%포인트 줄어 감소율이 41.6%에 달했다. 30대는 25.5%에서 16.3%, 40대는 31.3%에서 22.3%, 50대는 28.4%에서 23.4%로 낮아졌다.

여성은 20대만 9.2%에서 7.5%로 감소했다. 30대는 6.8%에서 8.1%, 40대는 5.8%에서 7.6%, 50대는 3.8%에서 4.3%, 60대는 1.3%에서 1.6%로 상승했다. 70대 이상도 0.3%에서 0.4%로 높아졌다. 절대 수준은 남성보다 낮지만, 여성 30대 이상의 모든 연령층에서 같은 방향의 증가세가 확인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월간폭음률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나타났다. 2019년과 2025년을 비교하면 여성 30대는 24.7%에서 26.6%, 40대는 21.1%에서 23.6%, 50대는 13.0%에서 15.2%로 상승했다. 60대와 70대 이상도 각각 1.1%포인트와 0.5%포인트 증가했다.

남성은 20∼50대에서 월간폭음률이 감소했지만, 60대와 70대 이상에서는 각각 1.7%포인트와 0.5%포인트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남성 음주행태는 개선됐으나, 고령 남성의 폭음 증가와 중년 남성의 높은 절대 수준은 여전히 정책적 위험요인으로 남았다.

여성의 위험 음주 증가를 개인의 음주 선택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와 직장 내 음주 노출, 돌봄 부담, 스트레스, 혼술 문화, 온라인 주류 마케팅 등 사회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조사자료는 증가 원인을 직접 규명한 연구가 아니므로, 원인 분석에는 별도의 후속조사가 필요하다.

사회경제적 특성에서도 음주행태가 동일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교육수준과 월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월간음주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월간음주율과 월간폭음률은 대학 졸업 이상 집단에서 가장 높았지만, 고위험음주율은 고등학교 졸업 집단에서 가장 높았다.

직업별로는 사무직의 월간음주율과 월간폭음률이 가장 높았다. 고위험음주율은 기능·단순노무직에서 가장 높았다. 술을 자주 접하는 집단과 반복적 고위험음주가 집중되는 집단이 다르다는 의미다. 절주 홍보를 모든 계층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보다 직업과 소득, 노동환경에 따라 개입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고위험음주는 다른 건강위험과도 연결됐다. 흡연자의 고위험음주 가능성은 비흡연자보다 2.6배 높았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진단 경험자는 1.3배, 우울증상 유병자는 1.2배 높았다. 스트레스 인지자와 비만자도 각각 1.1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음주정책을 단독 사업으로 운영해서는 효과가 제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건소와 의료기관의 금연·비만·정신건강·만성질환 관리 과정에 음주 선별검사를 결합하고, 고위험군을 상담과 치료로 연계하는 통합형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 격차도 뚜렷했다. 2025년 월간음주율은 울산이 60.6%로 가장 높았고 충북 60.5%, 부산 59.0%가 뒤를 이었다. 전북은 52.2%로 가장 낮았으며 세종 53.4%, 전남 54.5% 순이었다.

월간폭음률은 울산이 39.2%로 가장 높았고 강원과 충북이 각각 38.7%를 기록했다. 고위험음주율은 강원 15.7%, 충북 14.4%, 울산 13.3% 순으로 높았다. 세종은 7.0%로 가장 낮았고 대전 9.5%, 서울과 광주가 각각 10.1%였다. 다만 2016년과 비교하면 전국 17개 시·도 모두에서 월간음주율과 고위험음주율이 감소했다.

시·군·구 단위 격차는 더 컸다. 최근 3년 평균 고위험음주율은 강원 속초시가 19.3%로 가장 높았고 인천 옹진군 19.2%, 강원 양구군 18.8% 순이었다. 낮은 지역은 경기 과천시 5.7%, 광주 동구 6.5%, 경기 성남시 분당구 7.5%였다. 같은 국가 안에서도 최고 지역과 최저 지역의 고위험음주율이 세 배 이상 차이 났다.

음주율이 높은 지역은 다른 건강지표에서도 취약성이 확인됐다. 고위험음주율 상위 지역의 현재흡연율은 20.5%로 하위 지역의 12.9%보다 높았다. 비만율은 34.0%와 26.1%, 고혈압 또는 당뇨병 진단률은 31.6%와 21.7%로 각각 차이를 보였다.

걷기실천율은 고위험음주율이 높은 지역이 47.2%로 낮은 지역의 56.1%보다 낮았다. 지역의 고위험음주는 흡연과 비만, 만성질환, 신체활동 부족이 결합한 생활환경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한국의 폭음 수준은 높은 편이다. OECD의 ‘한눈에 보는 보건 2025’에 따르면 한국의 월간폭음률은 비교 가능한 27개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높았다. 국가별 조사 기준과 연령 범위가 달라 단순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지만, 한국의 폭음문화가 국제적으로도 관리가 필요한 수준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세계보건기구는 안전한 알코올 섭취 수준이 없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도 알코올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다. 알코올은 암과 간질환, 심혈관질환, 정신건강 문제, 사고와 외상 등에 영향을 미치며 음주자 개인을 넘어 가족과 사회에도 비용을 발생시킨다.

국내 음주정책은 고위험음주자 상담과 치료 접근에 비해 광고·마케팅 규제, 가격정책, 판매환경 관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주류 광고가 확대되면서 여성과 청년층이 주류 마케팅에 노출되는 경로도 다양해졌다.

향후 정책은 성별·연령별 변화와 지역 격차를 동시에 반영해야 한다. 중년 남성에게는 여전히 높은 폭음과 고위험음주율을 낮추는 집중 개입이 필요하다. 여성 30대 이상에는 증가 원인을 규명하고 직장·돌봄·정신건강 환경을 고려한 예방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단위에서는 고위험음주와 흡연, 비만, 만성질환을 통합 관리하고, 보건소와 일차의료기관의 선별검사와 상담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주류 광고와 판매환경을 포함한 사회적 접근도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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