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급증하는 ‘혼자 죽는 노인들’…고립노년의 돌봄 공백 심화
미국에서 가족 없이 홀로 사는 노년층이 급격히 늘면서, 외로이 생을 마감하는 ‘고립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023년 기준 55세 이상 인구 중 약 1,500만 명이 배우자나 자녀가 없으며, 이 가운데 200만 명은 사실상 가족 관계가 단절된 상태다.
미국 서부 매사추세츠에 사는 75세 여성 잭키 바든은 “남편도, 자식도, 형제도 없다. 내가 죽을 때 내 손을 잡아줄 사람이 있을까?”라고 말하며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남편을 잃은 뒤 20년 넘게 혼자 살아왔다.
이처럼 배우자나 자녀가 없는 ‘솔로 에이저(Solo Ager)’는 사회적 고립 위험이 높다. 미국 노인 중 20~25%는 요양시설 외부에서도 타인과 정기적으로 연락하지 않으며, 이런 고립은 생의 마지막 시기에 더욱 심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의료체계와 복지제도의 취약성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스카짓지역의료센터 완화의료 책임자인 브리 존스턴 박사는 “가정에서 임종을 맞이하려는 노인들이 늘고 있지만, 정부의 재정 삭감으로 재가 돌봄 서비스 접근성이 급격히 낮아졌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병원 수백 곳이 ‘No One Dies Alone(아무도 혼자 죽지 않는다)’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대부분 병원 내 한정 서비스에 그친다. 반면 재택 임종자의 경우 상시 돌봄 인력이 부족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고 분석한다. 감염 차단을 위해 병원과 요양시설의 면회가 금지되면서, 가족이 곁을 지키지 못한 채 임종한 노인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에도 돌봄 공백은 복구되지 않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노인의학 교수 애슈윈 코트왈은 “호스피스 제도가 있더라도 가족이 없는 사람은 수용이 어렵다”며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결국 누군가의 손길이 없으면 현실적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노인들은 오히려 ‘혼자 죽는 것’을 선택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텍사스주에서 독거노인 단체를 운영하는 80세 엘바 로이는 “누군가 곁에서 지켜보는 죽음이 오히려 고통스러울 수 있다”며 “나답게 살았듯이, 나답게 죽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립 노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기반 돌봄망 복원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에모리의대 완화의학과 사라 크로스 교수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부재를 두려워하는 시대”라며 “노인 고립은 의료가 아닌 사회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