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 뒤 첫 시간 놓치지 않는다…보호대상 아동 원가정 복귀 ‘광역 책임’으로 전환

의료정책/제도

보건복지부가 보호대상 아동의 일시보호 기간을 줄이고 원가정 복귀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광역 단위 시범사업을 확대한다. 학대, 부모 사망, 빈곤·질병 등으로 갑작스럽게 가정에서 분리된 아동이 보호체계에 들어온 뒤 방치되거나 지자체별 여건 차이로 지원이 늦어지는 문제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복지부는 16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보호대상아동 원가정 복귀 지원체계 구축’ 시범사업에 참여할 광역지방자치단체 1곳을 추가 공모한다. 지난해 7월부터 인천광역시에서 시범 운영 중인 사업을 올해 하반기 1개 지역으로 넓히는 것이다. 선정 절차는 7월 중 마무리되고, 사업은 8월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아동이 가정에서 분리된 직후부터 원가정 복귀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복귀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가정위탁·공동생활가정·아동양육시설 등 중장기 보호 결정을 신속히 내리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지금까지는 초기 일시보호 단계에서 부모와의 면접교섭, 심리검사·치료 연계, 보호자원 탐색 등이 시군구별 역량과 지역 내 자원에 크게 의존해왔다. 이 때문에 같은 상황의 아동이라도 거주 지역에 따라 지원 속도와 보호 선택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보호조치 아동은 1,975명으로, 전년 1,978명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발생 원인별로는 학대가 886명, 44.9%로 가장 많았고 부모 사망 276명, 미혼부모·혼외자 164명, 부모 교정시설 입소 135명 등이 뒤를 이었다. 2024년에도 학대가 869명, 43.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보호대상 아동 발생이 단순한 양육 곤란을 넘어 학대, 사망, 수감, 빈곤, 질병 등 복합적 위기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추가 조사 결과, 보호대상 아동 관련 통계는 보건복지부의 ‘보호대상아동현황보고’를 통해 1997년부터 축적돼 왔으며, 국가통계포털은 해당 통계를 별도 항목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는 보호대상 아동 문제가 일시적 현안이 아니라 장기간 국가 보호체계 안에서 관리돼 온 구조적 과제임을 보여준다.

정부가 이번 시범사업에서 ‘광역 전담팀’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공모 개요에 따르면 선정 지역에는 3명 규모의 광역 전담팀이 꾸려져 관내 보호자원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시군구 사례결정위원회 운영을 지원한다. 또 초기보호 아동에게 원가정 복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검진, 심리상담, 치료 등을 연계한다. 운영지원비와 인센티브, 프로그램 지원비도 함께 제공된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보호자원 탐색 범위다. 기존에는 중장기 보호조치를 결정할 때 해당 시군구 안에 있는 위탁가정, 그룹홈, 시설 등이 우선 검토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시범사업이 도입되면 광역 단위에서 관내 시군구 전체는 물론 인근 광역지자체의 보호자원까지 파악해 공유하게 된다. 아동에게 더 적합한 보호 환경이 행정구역 밖에 있더라도 선택지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제3차 아동정책기본계획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해당 기본계획은 아동복지법에 근거해 수립되는 중장기 아동정책 계획으로, 2025년부터 2029년까지의 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 복지부가 이번 사업을 국정과제인 아동보호 국가책임 강화와 기본계획의 ‘보호대상아동 전주기 원가정 복귀 지원 강화’ 과제와 연결해 추진하는 것도 초기보호 단계의 공적 개입을 강화하려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원가정 복귀’가 단순히 아이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는 행정 절차가 아니라는 점이다. 학대나 방임이 원인인 경우에는 아동의 안전이 최우선으로 확인돼야 하고, 부모나 보호자의 양육환경 개선 여부도 함께 평가돼야 한다. 반대로 경제적 위기나 일시적 가족 해체로 분리된 경우에는 조기 개입과 지역사회 지원이 이뤄질수록 불필요한 장기 분리를 줄일 수 있다. 결국 이번 사업의 성패는 복귀율 자체보다 아동의 안전, 심리 회복, 안정적인 돌봄 환경을 얼마나 균형 있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가아동권리보장원도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아동 보호를 위해 통계 발간, 대응인력 교육, 아동보호전문기관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보장원은 2024년 아동학대 주요통계 자료를 공개하는 등 아동보호 현장의 근거자료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공모에 참여하려는 광역지자체는 사업신청서와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7월 13일 오후 6시까지 복지부에 공문으로 제출해야 한다. 복지부는 7월 중 심사를 거쳐 참여 지역을 선정하고, 8월부터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제도 설계상 이번 시범사업은 단순한 공모사업을 넘어 시군구 중심의 아동보호 체계가 가진 한계를 광역 단위 조정 기능으로 보완하는 실험에 가깝다.

보호대상 아동에게 일시보호는 잠시 머무는 시간이지만, 그 결정은 이후 삶의 경로를 크게 바꿀 수 있다. 원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아동에게는 회복의 시간을 앞당기고, 돌아가기 어려운 아동에게는 더 안정적인 보호환경을 빠르게 찾아주는 것. 이번 시범사업은 그 ‘첫 결정의 시간’을 국가와 지자체가 얼마나 책임 있게 관리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