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치료제 개발 ‘원료세포’ 국가가 공급한다…국가줄기세포은행, 임상등급 줄기세포주 분양 개시

의료정책/제도

국가줄기세포은행이 세포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임상등급 역분화줄기세포주를 국내 연구자와 바이오기업에 실제 공급한다. 세포치료제 개발의 첫 관문으로 꼽히는 원료세포 확보 부담을 국가 인프라가 덜어주는 것으로, 국내 줄기세포·재생의료 연구와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국가줄기세포은행은 오는 6월 30일부터 세포치료제 원료용 역분화줄기세포주의 실물 분양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급되는 세포주는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인 GMP 시설에서 생산된 임상등급 세포주다. 연구자들은 이를 세포치료제 개발과 임상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역분화줄기세포는 성인의 피부세포나 혈액세포 같은 체세포를 다시 초기 상태에 가까운 줄기세포로 되돌린 세포다. 다양한 인체 세포로 분화할 수 있고 장기간 증식이 가능해, 난치질환 치료제 개발과 질병 모델 연구, 독성 평가, 인공혈액 등 첨단바이오 연구에서 핵심 원료로 쓰인다.

이번 공급의 핵심은 ‘임상연구용 원료세포’를 국가 차원에서 제공한다는 점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임상연구용 원료로 활용 가능한 역분화줄기세포주를 구축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계약 체계와 분양 절차를 마련해 실제 공급 단계에 들어갔다. 임상연구용 KNIH01 역분화줄기세포주는 최초 분양 때 4개 바이얼이 제공되며, 이후 협의를 거쳐 추가 제공도 가능하다. 현재 분양 자원으로 100개 바이얼이 확보돼 있고, 분양 현황에 따라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추가 생산도 이어갈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 연구기관과 바이오기업은 세포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원료세포 확보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임상 진입이 가능한 원료세포를 만들려면 GMP 기반 제조시설이 필요하고, 공여자 모집부터 체세포 채취, 역분화줄기세포주 수립, 품질 검증까지 긴 시간과 큰 비용이 들어간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제조시설 구축에는 약 30억~150억원이 들 수 있고, 임상등급 표준 원료세포를 마련하는 데만 최소 1년 이상과 8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국가줄기세포은행의 임상등급 세포주 분양은 이런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연구자와 기업이 원료세포 제작에 투입해야 했던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치료제 후보 발굴과 분화기술 개발, 안전성 검증 같은 핵심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과 시설 여력이 제한적인 대학 연구실이나 초기 바이오기업에는 공공 인프라의 지원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공급되는 역분화줄기세포주는 세포 기증자의 말초혈액에서 제작됐다. 국제 품질 기준과 국가줄기세포은행 표준운영지침에 따라 생산돼 고품질 원료세포로 활용할 수 있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세포의 출처와 품질관리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표준화된 자원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연구 재현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국가줄기세포은행은 2014년부터 줄기세포 자원을 국내 연구자에게 분양해왔다. 2025년까지 누적 분양 건수는 767건이다. 특히 2025년에는 52개 연구기관에 139건을 분양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2014년부터 2024년까지의 연평균 분양 건수인 57건과 비교해 2.4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분양 수요도 다양해지고 있다. 2025년 기준 분양 신청기관은 대학이 67%로 가장 많았고, 연구소가 17%, 기업이 15%를 차지했다. 활용 목적도 단순 세포 배양 연구를 넘어 오가노이드 제작, 조직 특이적 세포 분화, 인공지능을 활용한 배양조건 개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줄기세포 자원이 재생의료뿐 아니라 디지털 바이오, 정밀의학, 질병 모델링 연구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국가줄기세포은행은 임상등급 세포주와 함께 신규 연구용 역분화줄기세포 3개주도 추가로 분양한다. 적색 형광 단백질이 발현되는 형광 줄기세포주는 세포의 생존과 증식, 상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파킨슨병 환자 유래 세포주와 프라더-윌리 증후군 환자 유래 세포주는 희귀·난치질환의 기전 연구와 새로운 치료기술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가줄기세포은행이 제공하는 줄기세포 자원은 총 51개주로 확대된다.

이번 분양은 국내 첨단바이오 연구 생태계에도 의미 있는 변화다. 세포치료제와 재생의료 분야는 연구 초기 단계부터 원료세포의 품질이 최종 치료제의 안전성과 효능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국가가 표준화된 세포주를 공급하면 연구자들이 서로 다른 출발물질을 사용해 발생하는 편차를 줄이고, 임상 전 연구와 임상연구로 이어지는 과정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김원호 국립보건연구원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은 지난 3월 원료 세포주 확보에 이어 연구자들에게 실제로 세포를 공급할 수 있는 행정적 분양 체계까지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상등급 줄기세포주 분양이 국내 연구자들의 비용과 시간 부담을 줄이고, 인공혈액을 포함한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 연구를 가속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관건은 분양 자원이 실제 치료제 개발과 임상연구 성과로 얼마나 이어지느냐다. 국가줄기세포은행의 세포주 공급은 연구 출발선을 앞당기는 기반이지만, 치료제 개발에는 세포 분화기술, 대량생산 공정, 안전성 평가, 규제 승인 등 여러 단계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공공 표준 원료세포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국내 재생의료 산업의 병목을 줄이는 중요한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이번 조치로 줄기세포 연구는 ‘각자 세포를 만드는 단계’에서 ‘검증된 국가 자원을 활용해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는 단계’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가줄기세포은행이 연구자와 기업의 공통 기반이 된다면, 국내 세포치료제와 재생의료 연구의 속도와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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