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프로그램 발표회 순위제, 시민 화합에 필요한가
진주시 국민신문고에 등위 선정 폐지 제안
경연보다 참여 과정 중심의 운영 전환 검토해야
주민자치프로그램 발표회에서 참가팀의 순위를 정하는 방식을 폐지해야 한다는 시민제안이 제기됐다. 한 해 동안 배운 결과를 주민과 공유하는 행사가 읍면동과 강사의 성과를 겨루는 경연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번 제안은 주민자치프로그램 발표회의 목적을 다시 묻는다. 발표회는 실력이 뛰어난 팀을 선발하는 대회여야 하는가, 주민들이 배우고 교류한 과정을 나누는 공동체 행사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제안자는 진주시 각 주민자치위원회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매년 가을 한자리에 모여 공연하고, 그 결과를 등위로 선정하는 방식이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위 성적을 얻기 위한 경쟁이 커지면서 평소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숙련자나 다른 지역 거주자가 발표회에 일시적으로 참여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다만 외부 인력 투입이나 부정 참가 주장은 현재 제안자의 문제 제기 단계다. 실제 사례와 규모, 참가자 자격 규정 위반 여부는 진주시와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발표회의 일반적인 관행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순위제가 주민자치프로그램의 목적에 부합하는지는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진주시는 주민자치프로그램을 지역주민이 주체가 돼 상호 교류하고 지역 공동의 문제를 논의·해결함으로써 주민자치의 정착과 자치 역량을 높이는 사업으로 설명하고 있다. 현재 진주시의 주민자치 프로그램은 문산읍부터 충무공동까지 각 읍면동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취지를 고려하면 발표회의 중심도 전문적인 공연 완성도보다 주민 참여와 교류에 놓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한 주민이 무대에 오르는 경험, 다른 지역 주민과 활동 결과를 공유하는 과정이 행사의 핵심 가치가 돼야 한다.
물론 경쟁 방식에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평가 기준과 시상은 참가자의 연습 의욕을 높이고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주민자치센터와 강사가 교육 성과를 점검하는 계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발표회 성적이 주민자치위원회나 강사의 역량을 판단하는 지표처럼 사용될 때 발생한다. 수상 실적이 중요해질수록 장기간 참여한 주민보다 공연 경험이 많고 실력이 뛰어난 참가자가 우선될 가능성이 있다. 발표회가 주민 학습의 결과를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승리를 위한 대표팀 선발 행사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등위를 받지 못한 참가자에게 불필요한 박탈감을 줄 가능성도 있다. 주민자치프로그램 참여자는 연령과 신체 능력, 학습 경험이 서로 다르다. 전문 공연단과 달리 실력 향상 속도와 참여 목적도 다양하다. 동일한 기준으로 순위를 정하면 일부 주민에게는 참여 과정이 평가절하됐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시민제안은 진주시 종합사회복지관 프로그램 발표회를 비교 사례로 들었다. 진주시는 본관과 분관, 상락원, 청락원, 홍락원 등에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해당 발표회가 실제로 순위를 매기지 않는 방식인지, 참가율과 만족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충분히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순위제를 즉시 폐지하기에 앞서 진주시는 발표회의 운영 실태부터 조사할 필요가 있다. 참가자 명단과 실제 수강 이력을 비교하고 외부 거주자나 비수강자의 참가가 허용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심사 기준과 시상 결과가 주민자치위원회 평가나 강사 재계약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부정 참가가 확인된다면 순위제 존폐와 별개로 참가 자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일정 기간 이상 해당 프로그램을 수강한 주민만 무대에 오르도록 하고, 참가자 명단을 사전에 제출받는 방식이 가능하다. 단순히 순위를 없애는 것만으로는 외부 인력 투입 논란이 자동으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적 대안은 종합 1·2·3위를 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프로그램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참여상과 화합상, 공동체상, 성장상, 창의상처럼 서열을 만들지 않는 분야별 시상을 운영할 수 있다. 모든 참가팀에 동일한 기념패를 제공하고, 주민들의 호응이 높은 공연을 별도로 소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심사 자체를 없애기보다 평가 목적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공연 기술보다 수강생의 실제 참여율과 프로그램 지속성, 세대 간 교류, 지역사회 기여도를 중심으로 평가하면 주민자치 취지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평가 결과도 순위 발표가 아닌 다음 연도 프로그램 개선자료로 활용하는 편이 적절하다.
진주시 주민자치프로그램 발표회는 주민이 행정의 성과를 대신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춤과 노래, 악기, 생활체육 등을 배우며 형성한 관계와 성취를 지역사회와 나누는 무대에 가깝다.
이번 시민 질문에 대한 답은 순위제를 무조건 유지하거나 전면 폐지하는 양자택일에 있지 않다. 부정 참가를 막을 자격 기준은 강화하되 종합 등위는 폐지하고, 참여 과정과 공동체 기여를 인정하는 비경쟁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진주시는 발표회 참가자와 강사, 주민자치위원회를 대상으로 만족도와 순위제의 영향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를 토대로 발표회를 경쟁 중심 행사에서 주민 참여와 교류를 확인하는 시민 축제로 바꾼다면 주민자치프로그램의 본래 목적도 더욱 선명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