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군 찾아가는 웰다잉 교육, 초고령지역 돌봄 대안 될까

의료정책/제도

국민신문고에 독거노인 방문형 교육·노인일자리 연계 제안
삶의 회고와 관계 회복 중심으로 운영하되 전문상담 체계 갖춰야

전남 고흥군의 독거노인을 직접 찾아가 삶을 돌아보고 존엄한 마무리를 준비하도록 돕는 맞춤형 웰다잉 교육을 도입해야 한다는 시민제안이 제기됐다. 지역에서 양성된 노인상담 인력을 활용해 노인일자리와 정신건강 돌봄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내용이다.

이번 제안은 초고령지역에서 웰다잉 교육이 노인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줄이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웰다잉 교육은 죽음을 준비하는 교육에 머무는가, 아니면 홀로 사는 노인의 삶을 다시 사회와 연결하는 지역 돌봄정책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제안자는 2025년 10월 말 기준 고흥군 인구 5만9576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2만8023명으로 4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수치는 국민신문고 제안자가 제시한 자료로, 기사 작성 시점에 고흥군이 공개한 동일 시점의 공식 통계에서는 직접 확인되지 않았다.

고흥군은 군 홈페이지를 통해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제공기관과 노인복지시설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관내 노인 의료·주거복지시설은 62곳으로 안내되고 있어 고령인구를 대상으로 한 돌봄 기반은 일정 부분 구축돼 있다.

그러나 신체 돌봄시설과 서비스가 존재한다고 해서 노인의 외로움과 불안, 상실감까지 충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혼자 사는 노인에게 정기적으로 말을 걸고 삶의 경험을 듣는 관계 중심의 돌봄은 식사와 안전 확인 중심의 서비스와 다른 역할을 한다.

시민제안은 지역에서 양성한 노인심리상담 인력을 활용해 65세 이상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하고, 6개월 동안 주 1회 두 시간씩 교육하자고 제안했다. 교육 내용은 삶의 회고와 용서·화해, 감사일기, 자서전과 유언장 작성,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안내 등으로 구성했다.

삶을 회고하고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는 활동은 고령자가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기적인 방문 자체도 사회적 고립 위험이 있는 노인의 상태를 확인하는 접점이 된다.

정부 역시 고독사 문제를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사회적 고립의 결과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별 시행계획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4년 7월부터 고독사 예방·관리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런 점에서 찾아가는 웰다잉 교육은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하고 지역사회와 연결하는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 경로당이나 복지관에 나오지 않는 독거노인을 직접 방문한다는 점에서도 기존 집합교육의 사각지대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웰다잉 교육을 노인 자살과 우울, 고독사 문제의 직접적인 치료수단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노인의 외로움을 듣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활동과 우울증·자살위험을 평가하고 치료하는 전문 정신건강서비스는 구분돼야 한다.

교육 참여자가 심한 우울감이나 자살 의사를 밝힐 경우 일반 교육자가 단독으로 상담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 고흥군보건소와 정신건강복지센터,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수행기관 등 전문기관으로 즉시 연결할 수 있는 위기대응 절차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

제안에 포함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도 제도적 구분이 필요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 성인이 향후 임종과정에서 받을 연명의료에 관한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법정 문서다. 지정된 등록기관에서 전문상담사의 설명을 듣고 본인이 직접 작성해야 하며, 언제든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 웰다잉 교육자가 독거노인의 집에서 의향서를 받아 등록하는 방식은 허용되기 어렵다. 교육에서는 제도의 의미와 작성 절차를 안내하고, 작성 희망자는 보건복지부 지정 등록기관이나 공식 찾아가는 상담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타당하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도 찾아가는 상담에서 고령이나 비문해,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작성자의 상태를 고려해 충분히 설명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인지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본인의 이해와 의사가 명확히 확인돼야 작성할 수 있다.

노인일자리와 연계하는 방안도 자격증 보유 여부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제안자는 지역 웰다잉협회가 노인심리상담사 130여 명을 양성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교육 이수 규모와 자격의 공신력, 실제 상담 역량은 별도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인심리상담사’와 같은 민간자격은 교육기관과 과정에 따라 수준이 다를 수 있다. 독거노인의 가정을 방문해 죽음과 가족관계, 재산, 유언 등 민감한 내용을 다루려면 개인정보 보호와 상담윤리, 위기상황 대응에 관한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

방문교육 과정에서 유언장이나 재산 문제를 직접 상담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일반 교육자는 유언의 법적 효력과 상속 분쟁을 판단할 수 없으므로, 자서전이나 남기고 싶은 말을 기록하는 활동과 법률상 유언장 작성을 구분해야 한다.

찾아가는 웰다잉 교육을 시행하려면 대상자 선정도 세심해야 한다. 모든 독거노인을 죽음 준비가 필요한 집단으로 규정하면 거부감과 낙인을 키울 수 있다. 참여 의사를 먼저 확인하고, 프로그램 명칭도 ‘삶의 회고와 마음돌봄’처럼 현재의 삶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교육 성과 역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건수나 유언장 수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정기 방문 횟수와 사회적 관계 변화, 우울감과 고립감의 개선, 복지서비스 연계 건수 등을 중심으로 측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번 시민 질문에 대한 답은 조건부로 긍정적이다. 고흥군처럼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농어촌에서는 방문형 웰다잉 교육이 독거노인의 관계 단절을 줄이고 존엄한 노후를 준비하는 지역 돌봄사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웰다잉 교육 하나로 고독사와 자살, 우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교육자는 삶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정신건강과 법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전문기관이 담당해야 한다.

고흥군이 사업을 검토한다면 먼저 소규모 시범사업을 통해 참여자의 만족도와 고립감 변화, 전문기관 연계 효과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노인일자리 창출보다 독거노인의 안전과 자기결정권을 우선할 때 찾아가는 웰다잉 교육은 죽음을 준비하는 수업을 넘어 남은 삶을 지지하는 돌봄정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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