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건강기능식품 허위·과장광고, 경로당·복지관 예방교육 강화해야
국민신문고에 고령 소비자 보호 제안
온라인 단속 넘어 구매·환불 정보까지 안내 필요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건강기능식품 허위·과장광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경로당과 복지관 등 생활공간을 활용한 예방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민제안이 제기됐다. 온라인 광고 적발과 게시물 삭제 중심의 대응에서 벗어나 고령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광고 내용을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민신문고에 올라온 ‘고령층 대상 건강기능식품 허위·과장광고 예방 안내 강화’ 제안은 TV와 유튜브, 문자메시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건강 관련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문제로 지적했다. 일부 광고가 건강기능식품에 질병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표현하면서 고령층의 오인과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제안자는 고령층이 자주 이용하는 TV와 유튜브뿐 아니라 복지관과 경로당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의 차이, 질병 치료를 표방하는 광고의 위험성, 구매 전 확인사항 등을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반복 안내하자는 것이다.
이번 시민제안은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자는 요구보다 기존 소비자 보호정책의 전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가깝다. 정부가 허위·과장광고를 단속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더라도 고령 소비자가 이를 직접 찾아보고 이해하지 못하면 예방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한 식품이다.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과는 법적 성격과 기능이 다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능성을 인정한 제품이라도 인정 범위 안에서만 표시하거나 광고할 수 있다.
현행 식품표시광고법은 식품을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식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하는 광고와 거짓·과장광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도 금지 대상이다.
그러나 실제 광고에서는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의 경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정 질환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거나 제품 섭취 전후의 변화를 강조하면 직접적으로 ‘치료’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도 소비자가 의약품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혈행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능성 표현과 ‘고혈압을 치료한다’는 표현은 의미와 법적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광고 영상이나 전화상담을 통해 제품 정보를 접하는 소비자가 두 표현의 차이를 곧바로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고령 소비자는 혈압과 혈당, 관절, 기억력 등 만성적인 건강 문제와 관련된 광고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건강을 회복하고 싶은 기대가 큰 상황에서는 제품의 기능성 범위와 환불 조건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고령층 건강식품 피해는 광고 내용에만 머물지 않는다. 무료체험과 전화권유, 장기 구매계약이 결합하면서 청약철회와 환불을 둘러싼 분쟁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원이 2020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접수된 건강식품 피해구제 사건 939건을 분석한 결과, 청약철회 거부 등 계약 관련 피해가 577건으로 전체의 61.5%를 차지했다. 건강식품 피해구제 신청은 2020년 209건에서 2022년 348건으로 증가했고, 2023년 상반기에도 171건이 접수됐다.
무료체험 관련 피해에서는 고령층의 취약성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무료체험 피해 121건 가운데 60대 이상 소비자의 피해는 62건으로 51.2%를 차지했다. 무료체험이 포함되지 않은 계약에서 60대 이상 피해 비중이 24.3%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소비자가 무료체험 후 효과가 없으면 환불할 수 있다는 설명을 믿고 제품을 받은 뒤 계약 취소를 요구하면, 판매자가 체험기간이 지났거나 제품을 개봉했다는 이유로 환불을 거부하는 방식이다. 광고 단계에서는 건강 개선 가능성을 강조하고 계약 단계에서는 무료체험과 환불보장을 내세우지만, 피해 발생 이후에는 복잡한 조건이 소비자의 책임으로 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고령층 건강기능식품 예방교육에는 허위·과장광고를 구별하는 방법뿐 아니라 계약과 환불에 관한 정보도 포함돼야 한다. 무료체험이 반드시 무상 제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과 판매자 정보, 계약기간, 총구매금액, 청약철회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을 함께 알려야 한다.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 제품과 기능성 원료를 확인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종합정보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는 제품명과 제조업체, 기능성 내용 등을 검색할 수 있다.
2026년에는 건강기능식품의 올바른 구매와 섭취를 안내하는 홍보 포스터도 제작해 공개했다. 관련 자료가 마련돼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온라인 중심의 정보 제공만으로 고령층의 실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고령층 전체를 디지털 취약계층으로 볼 수는 없다. 스마트폰과 온라인 쇼핑을 능숙하게 이용하는 고령 소비자도 늘고 있다. 다만 고령층 내부에서도 정보 접근성과 디지털 활용 능력의 차이가 큰 만큼 온라인 정보 제공과 대면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복지관과 경로당은 고령층 건강기능식품 피해 예방교육을 시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공간이다. 지방자치단체와 보건소, 사회복지기관이 이미 건강관리와 생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별도의 조직을 만들지 않고도 관련 교육을 추가할 수 있다.
교육 내용은 법률 조항을 설명하는 방식보다 실제 광고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혈압약을 끊을 수 있다’, ‘관절염이 완치된다’, ‘암을 예방한다’는 표현이 왜 위험한지 보여주고 건강기능식품 인증 표시와 일반식품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안내할 필요가 있다.
제품 구매 전 확인사항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건강기능식품 인증 표시와 제조업체, 기능성 내용, 섭취량, 주의사항을 확인하고 여러 의약품을 복용하는 경우 의사나 약사와 상담하도록 안내하는 방식이다.
피해 발생 이후의 신고 절차도 교육에 포함돼야 한다. 식품 관련 허위·과장광고는 식약처 통합민원신고 시스템을 통해 신고할 수 있으며, 계약과 환불 분쟁은 1372 소비자상담센터와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상담할 수 있다.
고령층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신고 전화번호와 절차를 큰 글씨로 제작해 복지관과 경로당에 상시 게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제품 포장과 영수증, 문자메시지, 통화기록을 보관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안내해야 피해구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온라인 광고 모니터링 역시 계속 강화돼야 한다. 다만 게시물을 적발하고 삭제하는 것만으로는 반복적인 광고 노출을 막기 어렵다. 동일한 제품이 다른 계정이나 유튜브 채널, 문자메시지, 전화상담을 통해 다시 판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개별 광고 문구뿐 아니라 광고에서 상담과 계약, 결제, 배송, 환불로 이어지는 판매과정 전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에서는 제한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전화상담에서 질병 치료 효과를 단정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와 지방자치단체, 한국소비자원, 복지기관 간 협업도 중요하다. 식약처는 표시·광고 위반을 관리하고 한국소비자원은 계약과 환불 피해를 구제한다. 복지관과 보건소는 고령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생활 접점을 갖고 있다.
기관별 역할을 연결하면 예방과 단속, 피해구제가 하나의 체계로 작동할 수 있다. 복지관 직원과 생활지원사가 의심스러운 광고나 대량 구매 사례를 발견했을 때 적절한 상담기관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표준 안내자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건강기능식품 허위·과장광고 문제를 고령 소비자의 판단 부족으로만 돌려서는 실질적인 해결이 어렵다. 광고는 소비자를 찾아가지만 정부의 예방정보는 소비자가 직접 찾아야 하는 정보 전달의 불균형부터 줄여야 한다.
국민신문고에 제기된 이번 시민제안은 고령층 건강기능식품 소비자 보호정책의 방향을 단속에서 예방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로당과 복지관을 중심으로 광고 판별법과 구매·환불 정보를 반복적으로 제공한다면 고령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과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