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뇌’ 6년 배양 성공…자폐·조현병, 언제 시작되는지 추적한다
사람의 뇌는 태어난 뒤에도 오랜 시간에 걸쳐 발달한다. 대뇌피질의 신경세포는 수년 동안 유전자 발현과 연결 구조, 기능을 바꾸며 성숙하고, 일부 발달 과정은 청소년기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지금까지 실험실에서 만든 인간 뇌 오가노이드는 대부분 몇 달 수준의 초기 발달만 재현할 수 있어, 자폐스펙트럼장애나 조현병처럼 발달 과정의 이상이 시간이 지나며 드러나는 질환을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 벽을 넘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은 하버드대 연구팀은 인간 줄기세포로 만든 대뇌피질 오가노이드를 수년에 걸쳐 유지하면서, 일부 조직을 거의 6년 동안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오가노이드가 단지 오래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실제 인간 뇌처럼 시간에 따라 유전자 발현과 후성유전학적 특성을 바꾸며 성숙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8월 1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미니 뇌를 6년 키웠다’는 기록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에게서 수년 또는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나는 뇌 발달을 실험실에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관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처음으로 크게 넓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임신 초기나 출생 전후에 가까운 뇌 발달을 주로 오가노이드로 연구했지만, 앞으로는 더 늦은 시기에 나타나는 신경발달질환의 변화를 장기간 추적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오가노이드는 왜 ‘미니 뇌’라고 불리나
오가노이드는 사람의 줄기세포를 특정 조건에서 배양해 실제 장기의 일부 구조와 기능을 닮도록 만든 3차원 세포 조직이다. 장이나 간, 신장, 폐뿐 아니라 뇌에서도 만들어지고 있으며, 뇌 오가노이드는 신경줄기세포가 스스로 조직화하면서 여러 종류의 신경세포와 뇌를 지지하는 세포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미니 뇌’라는 표현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뇌 오가노이드는 사람의 두뇌를 축소해 놓은 완전한 뇌가 아니다. 감각기관과 혈관계, 면역계, 전신 호르몬 환경을 모두 갖춘 것도 아니고, 실제 사람의 뇌처럼 수십억 개의 신경세포가 정교하게 연결된 구조도 아니다. 이번 연구 역시 주로 대뇌피질 발달의 특정 부분을 재현하는 모델에 초점을 맞췄다.
그럼에도 연구 가치가 큰 이유는 사람의 세포로 만들어졌다는 데 있다.
쥐나 원숭이 같은 동물모델은 신경과학 연구에 매우 중요하지만 인간의 뇌 발달 속도와 완전히 같지 않다. 인간 대뇌피질은 다른 동물보다 훨씬 느리고 긴 시간에 걸쳐 성숙하고, 이러한 시간차 자체가 인간 특유의 신경발달과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NIH도 인간의 뇌 발달이 거의 20년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동물모델만으로 모든 과정을 재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오가노이드의 강점은 ‘진짜 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뇌세포가 어떻게 태어나고 성숙하며 질환에 영향을 받는지를 살아 있는 인간 세포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몇 달이 지나면 연구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졌다
뇌 오가노이드 연구의 오래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시간이었다.
줄기세포에서 오가노이드를 만든 뒤 몇 달 동안은 태아기의 뇌 발달과 비슷한 여러 변화가 나타나지만, 배양기간이 길어질수록 내부 세포가 죽거나 특정 신경세포의 비율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겼다. 혈관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조직 안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하기 어렵고, 배양환경 역시 실제 뇌의 생리적 조건을 완전히 재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오가노이드는 주로 초기 뇌 발달을 연구하는 데 사용됐다.
문제는 많은 신경정신질환이 그보다 훨씬 긴 시간축 위에서 형성된다는 데 있다. 유전적 위험은 태어날 때부터 존재할 수 있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나 조현병의 특징이 나타나는 시점과 양상은 서로 다르고, 뇌세포의 성숙과 신경회로 변화도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이번 연구팀은 이전부터 세포 구성이 비교적 일정한 대뇌피질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 왔다. 이번에는 배양조건을 조정하면서 장기간 신경세포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시험했고, 일부 오가노이드를 5년 이상, 최대 거의 6년까지 추적했다.
네이처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6개월부터 5년까지 여러 시점에서 최소 3개 배치, 6개 이상의 오가노이드를 비교해 세포 구성과 유전자 발현,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분석했다. 장기간 배양 과정에서 신경세포 비율이 점차 감소하는 한계는 있었지만, 살아남은 신경세포들은 여러 해에 걸쳐 계속 성숙했다.
놀라운 점은 ‘오래 산 것’보다 스스로 시간을 기록했다는 사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오가노이드가 오래 유지됐다는 사실보다 세포가 배양기간을 마치 생물학적 시간처럼 기억했다는 데 있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시점의 오가노이드 세포에서 어떤 유전자가 켜지고 꺼지는지를 단일세포 수준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세포 종류마다 성숙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 변화가 실제 인간 뇌 발달에서 나타나는 방향과 유사하게 진행됐다.
또 DNA 염기서열 자체가 아니라 DNA에 붙는 화학적 표지인 메틸화 패턴을 분석해 후성유전학적 나이를 추정했는데, 오가노이드의 예측 나이는 실제 배양된 시간과 밀접하게 맞아떨어졌다. 사람의 뇌가 나이를 먹으면서 후성유전학적 흔적을 남기는 것처럼, 시험관 속 조직에서도 시간에 따른 변화가 축적된 것이다.
이 결과는 뇌 오가노이드가 외부에서 연구자가 특정 성숙신호를 계속 주입해야만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세포 내부에 발달 속도를 결정하는 ‘내재적 시계’가 존재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인간의 뇌가 왜 생쥐보다 훨씬 느리게 발달하는지, 사람의 신경세포가 어떤 분자적 장치를 이용해 수년에 걸쳐 성숙하는지를 연구할 새로운 단서가 되는 부분이다.
젊은 조직에 옮겨도 ‘나이 든 세포’는 다시 어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이 이 내부 시계를 확인하기 위해 수행한 실험도 흥미롭다.
서로 다른 나이의 신경 전구세포를 섞어 하나의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이른바 키메라 오가노이드 실험에서, 오랫동안 배양된 조직에서 가져온 오래된 전구세포는 젊은 세포와 같은 환경에 놓여도 초기 단계로 되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이전에 보낸 시간을 기억한 것처럼 비교적 빠르게 후기 단계의 신경세포를 만들어냈다. 네이처 논문은 이를 통해 오가노이드에서 나이를 먹은 전구세포가 배양 시간의 기억을 유지한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이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뇌 발달의 시간표가 주변 환경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세포 자체에 시간의 흔적이 남는다면 자폐나 조현병 같은 질환에서 발달 시계가 너무 빠르거나 느리게 작동하는지, 특정 유전자 변이가 이 시간표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직접 비교할 수 있다.
장기 오가노이드 연구가 질환 연구에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폐 연구에서는 ‘언제부터 달라지는가’를 볼 수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하나의 유전자나 단일한 뇌 영역만으로 설명되는 질환이 아니다. 매우 다양한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관련돼 있고, 신경세포가 만들어지고 이동하며 회로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여러 변화가 축적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오가노이드 연구는 이미 일부 자폐 관련 유전자 변이가 초기 신경세포 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보는 데 활용돼 왔다. 그러나 몇 달짜리 모델에서는 출생 이후 장기간 이어지는 뇌 발달을 충분히 추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장기간 살아 있는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면 접근법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자폐 관련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의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오가노이드를 만든 뒤 정상 세포로 만든 조직과 몇 년 동안 비교하면, 초기에는 비슷했던 세포들이 어느 시점부터 서로 다른 유전자 발현이나 세포구성을 보이는지 관찰할 수 있다.
NIH 역시 이번 성과가 자폐 같은 신경발달질환이 어떻게 발생하고 이후 시간에 따라 전개되는지를 연구할 기회를 넓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질환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만 보는 연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그 차이가 언제 처음 나타나는지를 묻는 연구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조현병 연구에도 시간이라는 변수가 중요하다
조현병은 오가노이드 장기배양 기술의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질환 가운데 하나다.
질환 위험과 관련된 유전적 특징은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지만 증상은 주로 청소년기 후반이나 성인 초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초기 뇌 발달의 미세한 이상이 수년에 걸쳐 신경회로 성숙과 결합한 뒤 뒤늦게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설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실제 인간의 뇌세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환자의 뇌 조직을 수년간 반복적으로 채취할 수도 없고, 동물의 뇌 발달 시간표는 인간과 다르다. 배양기간이 짧은 기존 오가노이드 역시 청소년기나 성인기에 가까운 신경세포 상태를 모델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수년에 걸쳐 성숙하는 오가노이드가 안정적으로 재현된다면 조현병 위험 유전자를 가진 세포에서 초기와 후기 발달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특정 시기에 신경세포의 성숙 속도나 유전자 발현이 틀어지는지를 비교하는 실험이 가능해질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가 조현병을 직접 재현하거나 치료법을 찾아낸 것은 아니다. 장기 발달을 관찰할 수 있는 연구도구의 기반을 만든 단계라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환자 세포로 ‘개인별 미니 뇌’를 만들면 약도 미리 시험할 수 있을까
장기적으로 기대되는 또 하나의 영역은 환자별 질환 모델이다.
현재는 환자의 피부나 혈액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되돌린 뒤 다시 신경세포나 오가노이드로 분화시키는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같은 질환을 가진 여러 환자의 세포로 각각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발달 양상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
이를 장기배양 기술과 결합하면 환자마다 질환 관련 변화가 언제 나타나는지, 어떤 약물에 어느 시점에서 반응하는지를 실험실에서 조사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현실적 한계가 있다.
오가노이드를 3년, 5년씩 키워야 환자에게 사용할 약을 결정할 수 있다면 실제 진료에서 신속한 맞춤치료 도구로 쓰기 어렵다. 수년간 조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인력도 상당하며, 같은 환자의 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 사이에서도 일정 수준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장기 오가노이드의 초기 활용처는 개인에게 바로 처방할 약을 고르는 검사보다, 질환의 발달 경로와 새로운 치료표적을 찾는 연구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특정 질환이 발현되는 결정적 시기를 발견한다면 이후에는 그 시기에 나타나는 바이오마커를 이용해 더 빠른 실험모델을 개발할 수도 있다.
치매 연구까지 바로 연결할 수 있을까
뇌 조직을 오랫동안 배양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같은 노인성 신경퇴행질환 연구에도 곧바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길 수 있다.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거리가 있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것은 주로 인간 뇌의 발달과 성숙 과정이다. 5~6년 동안 배양했다고 해서 오가노이드가 60~80세 사람의 뇌와 같은 노화 상태에 도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논문에서도 연구진은 장기간 배양한 오가노이드가 인간 뇌의 발달 시간과 유사한 분자적 변화를 보인다는 점을 강조했지, 고령자의 뇌를 완전히 재현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병 같은 질환에는 노화뿐 아니라 혈관과 면역세포, 전신 대사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준다. 현재의 오가노이드는 이런 복잡한 환경을 모두 포함하지 못한다.
다만 장기간 세포를 유지하는 기술 자체는 신경퇴행 연구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 역시 오가노이드와 미세생리시스템 같은 새로운 대체 연구모델을 뇌 노화와 알츠하이머 연구에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향후 혈관세포와 면역세포를 함께 포함하거나 여러 종류의 오가노이드를 연결하는 기술이 발전하면 노화성 뇌질환을 더 정교하게 재현할 가능성이 있다.
동물실험을 없애는 기술이라기보다 인간 연구의 빈틈을 메운다
오가노이드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따라온다.
장기적으로 일부 실험에서는 동물 사용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인간 특유의 유전자 발현이나 약물반응을 확인하려는 연구에서는 사람 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가 동물보다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수준에서 동물실험 전체를 대체하기는 어렵다.
뇌는 혈관과 면역계, 내분비계, 다른 장기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행동과 감각, 환경 자극의 영향도 받는다. 오가노이드는 이러한 전신 수준의 관계를 완전히 재현하지 못한다.
따라서 오가노이드는 동물모델과 경쟁하는 하나의 대체품이라기보다, 동물실험과 인간 임상 사이에 존재했던 연구의 공백을 메우는 추가 모델로 보는 편이 적절하다.
약물을 개발할 때도 세포 수준의 초기 실험, 오가노이드, 동물모델, 임상시험을 서로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6년을 버텼지만 아직 ‘완전한 뇌’가 되지 못하는 이유
이번 성과에도 기술적 한계는 분명하다.
네이처 논문에 따르면 장기간 배양하면서 신경세포의 비율이 점차 감소했고, 연구진 역시 수년에 걸쳐 안정적으로 동일한 세포구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배양조건을 더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가노이드 내부에 실제 뇌와 같은 혈관망이 없다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조직이 커질수록 중심부까지 산소와 영양소를 전달하기 어려워지고, 실제 사람의 뇌에서 혈관이 신경세포 발달에 미치는 영향도 충분히 재현하기 어렵다.
면역세포의 구성과 감각 입력 역시 제한적이다.
사람의 뇌는 태어난 뒤 눈과 귀, 신체 움직임, 사회적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자극을 받으면서 회로를 재편한다. 배양접시 안의 오가노이드는 이런 환경을 경험하지 않는다.
따라서 분자적 나이가 실제 시간과 비슷하게 증가했다고 해서 전체 뇌 기능까지 같은 속도로 성숙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번 연구의 강점은 실제 뇌를 완벽하게 복제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몇 달밖에 볼 수 없었던 인간 신경세포의 발달을 수년 단위로 관찰할 수 있게 했다는 데 있다.
‘의식을 가진 미니 뇌’가 만들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뇌 오가노이드 연구가 발전할수록 윤리적 논쟁도 피할 수 없다.
특히 ‘미니 뇌’라는 표현 때문에 오가노이드가 생각하거나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 장기 배양하면 의식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그런 주장을 할 근거는 없다.
연구팀이 측정한 것은 세포의 종류와 유전자 발현, 후성유전학적 나이, 조직 구조 등 발달과 관련된 생물학적 특징이다. 장기간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나 신경세포가 전기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의식이나 자아가 존재한다고 판단할 수 없다.
현재 뇌 오가노이드는 실제 뇌보다 훨씬 작고 구조도 단순하며 감각기관이나 신체와 연결돼 있지 않다.
다만 기술이 발전해 오가노이드가 더 크고 복잡해지고 여러 뇌 영역을 연결하거나 장기간 신경 활동을 유지하게 된다면 윤리적 기준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연구 목적과 배양기간, 신경 활동 수준에 따라 어떤 감독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 연구에도 중요한 이유…희귀 신경질환의 ‘시간’을 실험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줄기세포와 오가노이드 연구는 암과 장질환, 유전질환, 신경질환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환자 수가 적어 대규모 임상연구가 어려운 희귀 신경발달질환에서는 환자의 세포로 질환 모델을 만드는 기술의 가치가 크다.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의 오가노이드와 해당 변이를 유전자 편집으로 교정한 오가노이드를 비교하면 하나의 유전적 변화가 신경세포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기배양이 가능해지면 연구의 시간축도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초기 발달에서 아무런 차이를 발견하지 못하면 해당 변이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1년과 2년, 3년 이후에 나타나는 변화까지 추적할 수 있다.
한국처럼 유전체 분석과 줄기세포 연구, 병원 기반 환자 데이터가 함께 축적되는 환경에서는 이러한 장기 오가노이드가 질환의 기전을 찾고 후보 약물을 검증하는 연구 플랫폼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의 질문이 ‘무엇이 다른가’에서 ‘언제 달라지기 시작하는가’로 바뀐다
이번 연구가 뇌질환 치료제를 당장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자폐나 조현병을 오가노이드 하나로 설명할 수도 없고, 사람의 복잡한 행동과 정신질환을 시험관 속 조직에 그대로 옮겨놓을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인간 뇌 연구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웠던 변수 가운데 하나인 ‘시간’을 실험 대상으로 끌어왔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몇 주 만에 만들어지는 기관이 아니다. 태아기에 형성되기 시작한 신경세포는 출생 이후에도 오랫동안 성숙하고, 회로와 유전자 활동도 계속 변한다. 신경발달질환 역시 이러한 긴 과정 가운데 어느 한 시점의 문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연구자는 환자의 뇌에서 질환이 나타난 뒤 무엇이 달라져 있는지는 비교할 수 있었지만, 그 차이가 언제 처음 시작됐는지를 직접 추적하기는 어려웠다.
5년 넘게 살아 있는 오가노이드는 그 질문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가 된다.
젊은 세포와 오래된 세포가 같은 배양환경에서도 서로 다른 발달 단계를 기억한다는 이번 결과는 인간 신경세포 내부에 오랜 시간 작동하는 발달 프로그램이 존재할 가능성도 보여줬다.
앞으로 자폐와 조현병을 비롯한 신경발달질환 연구의 중요한 질문은 어느 유전자가 이상한가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같은 유전적 위험을 가진 세포가 정상적인 발달 경로에서 언제 벗어나기 시작하고, 그 순간에 개입하면 이후의 변화를 막을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될 수 있다.
시험관 속 뇌 조직을 거의 6년 동안 키운 이번 연구가 의미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미니 뇌’를 더 오래 살린 것이 아니라, 인간의 뇌가 시간을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실험실에서 처음으로 장기간 추적할 수 있는 연구창을 넓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