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주변 전동킥보드 주차 제한, 보행자 안전 해법 될까
강동구 시민제안 통해 통학로·경사지 주차 문제 제기
금지구역 확대와 지정 반납구역 병행해야 실효성 확보
학교 주변과 경사진 보도에 무질서하게 놓인 전동킥보드를 제한해야 한다는 시민제안이 제기됐다. 보행도로 중간과 학교 주변을 전동킥보드 주차금지구역으로 정하고, 인근에 별도의 전동킥보드·자전거 주차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제안은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주거지역에서 출발했다. 제안자는 중·고등학교가 밀집한 명일중앙하이츠 인근 버스정류장과 보도에 전동킥보드가 반복적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지형에서 손잡이가 건물 쪽을 향하도록 가로로 놓이면 낮은 발판만 보도에 남아 보행자가 걸려 넘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학교 주변과 경사지의 전동킥보드 주차를 별도로 제한하는 것이 실제 보행자 안전을 높일 수 있을까. 현행 제도를 살펴보면 강동구에도 불법 주차 전동킥보드를 신고하고 견인할 수 있는 체계는 이미 마련돼 있다. 문제는 금지구역의 범위와 견인 속도, 지정주차 공간이 시민이 체감할 만큼 충분한지에 있다.
강동구는 서울시 전동킥보드 주·정차 위반 신고시스템을 통해 방치된 공유 전동킥보드 신고를 받고 있다. 차도와 자전거도로, 지하철역 출입구 앞 5m 이내, 버스정류소와 택시승강장 5m 이내, 횡단보도 3m 이내, 점자블록과 교통약자 승강기 진입로 등이 견인 대상이다. 일부 구역은 유예시간 없이 처리하고, 그 밖의 주차금지구역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견인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보행자의 통행을 막거나 사고 위험이 큰 공유 전동킥보드에 대해 견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즉시 견인구역과 일반 견인구역을 나누고, 신고된 기기를 사업자가 회수하지 않으면 자치구가 견인하는 구조다. 2026년에는 개인형 이동장치로 인한 보행환경 저해와 안전사고 증가를 이유로 관련 조례 개정도 추진했다.
제도만 보면 버스정류장이나 횡단보도 주변에 놓인 전동킥보드는 신고와 견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민제안이 제기한 학교 주변 경사지와 일반 보도는 기존 즉시 견인구역에 명확히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전동킥보드의 발판은 높이가 낮아 시야가 제한되는 곳에서는 발견이 늦을 수 있다. 특히 경사진 보도에서는 보행자의 이동 속도가 빨라지고 균형을 잃기 쉬워 작은 장애물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어린이와 고령자, 시각장애인, 보행보조기구 이용자에게는 일반 보도에 놓인 전동킥보드 자체가 통행장벽이 될 수 있다.
학교 주변도 별도의 관리가 필요한 공간이다. 등교와 하교 시간에는 학생과 보행자가 짧은 시간에 집중된다. 버스정류장과 학교 출입구, 학원가가 맞물린 구간에서는 통행량이 많아 전동킥보드 한 대가 보도 폭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현재의 견인제도는 전동킥보드가 이미 위험하게 방치된 뒤 신고하는 사후 대응에 가깝다. 시민이 신고하더라도 사업자의 자체 수거시간과 견인 유예시간이 적용되면 위험 요소가 일정 시간 보도에 남는다. 제안자가 잠금장치 때문에 직접 옮기기 어려웠다고 밝힌 부분도 현행 관리방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시민이 통행을 위해 전동킥보드를 옮기려 해도 기기가 잠겨 있거나 무게가 무거우면 이동이 쉽지 않다. 무리하게 옮기다가 기기가 쓰러지거나 시민이 다칠 가능성도 있다. 보행안전을 개인의 신고와 이동 노력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반복적인 방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학교 주변 전동킥보드 정책은 주차금지구역 확대와 지정 반납구역 설치를 함께 추진하는 방향이 적절하다. 금지구역만 늘리면 이용자는 기기를 세울 장소를 찾지 못해 인근 골목이나 다른 보도로 이동시킬 수 있다. 반대로 주차구역만 설치하고 외부 반납을 허용하면 무질서한 방치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학교 출입구와 버스정류장, 횡단보도, 경사로, 보도 폭이 좁은 구간은 주차금지구역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학교에서 일정 거리를 둔 곳에 전동킥보드와 자전거를 함께 세울 수 있는 지정주차구역을 마련해야 한다.
핵심은 앱의 반납 시스템과 실제 주차구역을 연결하는 일이다. 공유 전동킥보드 사업자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을 활용해 지정구역 밖에서는 이용 종료가 되지 않도록 설정하면 주차질서를 이용자의 양심에만 맡기지 않아도 된다.
다만 위치정보에는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지정구역 안에 세웠는데도 반납되지 않거나 반대로 금지구역에서 반납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주차구역을 지나치게 작게 만들기보다 일정 범위를 설정하고, 이용자가 주차 상태를 사진으로 남기도록 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사업자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전동킥보드가 반복적으로 통학로와 경사지에 방치된다면 해당 지역에 기기를 집중적으로 배치한 사업자가 일정 부분 관리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신고가 접수된 뒤 정해진 시간 안에 회수하지 못하면 견인료와 보관료를 사업자에게 부과하고, 반복 위반에는 배치 대수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번 제안의 제목에는 전동킥보드 나이제한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제안 본문은 주차 문제에 집중돼 있어 연령 규제는 별도의 정책 질문으로 구분하는 것이 정확하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는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이상의 운전면허가 있어야 운전할 수 있다.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는 만 16세 이상부터 취득할 수 있으므로, 사실상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전동킥보드를 운전할 수 없다. 개인형 이동장치는 법적으로 원동기장치자전거의 범주에서 별도로 정의돼 있다.
따라서 새로운 나이제한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면허 확인제도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일부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에서 타인의 면허정보나 계정을 이용하면 미성년자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
사업자가 최초 가입 때만 면허를 확인하는 방식도 한계가 있다. 이용할 때마다 본인 확인과 면허 유효 여부를 점검하고, 청소년 계정이나 타인 명의 결제를 통한 우회 이용을 차단해야 한다. 학교 주변에서는 무면허 운전과 2인 탑승, 안전모 미착용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과 단속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연령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주차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성인 이용자도 전동킥보드를 보도 중앙이나 버스정류장에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 연령과 주차질서는 관련돼 있지만 서로 다른 정책수단이 필요한 문제다.
이번 시민제안에 대한 정책적 답은 학교 주변 전동킥보드를 전면 금지하는 데 있지 않다. 통행 위험이 높은 구역은 명확하게 금지하고, 이용 수요가 있는 곳에는 지정주차 공간을 제공하며, 사업자의 앱에서 지정구역 반납을 의무화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강동구는 이미 전동킥보드 신고와 견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신고 건수를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사고 위험이 반복되는 장소를 분석해야 한다. 학교와 버스정류장, 경사지, 보도 폭이 좁은 구간의 민원과 사고 자료를 지도화하면 우선 관리지역을 선정할 수 있다.
주차구역 설치 이후에도 보행공간이 확보됐는지 점검해야 한다. 전동킥보드 주차면을 보도 위에 형식적으로 표시하면 오히려 보행 폭이 줄어들 수 있다. 가능하면 차도 가장자리의 자동차 주차면 일부나 유휴공간을 활용하고, 점자블록과 건물 출입구에서는 충분한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주차의식 교육도 필요하지만 책임을 학생에게만 돌려서는 안 된다. 이용 종료가 가능한 장소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채 올바르게 주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용자 교육과 함께 사업자의 기술적 통제, 지자체의 공간 설계, 신속한 견인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국민신문고에 제기된 이번 질문은 단순하다. 보행자를 넘어지게 하는 전동킥보드를 학교 주변과 경사지에 계속 세울 수 있도록 둬도 되는가이다.
이에 대한 답도 분명하다. 현재의 일반적인 신고·견인제도만으로는 통학로와 경사지의 위험을 충분히 줄이기 어렵다. 강동구는 학교 주변과 경사 보도를 전동킥보드 중점 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주차금지구역과 지정 반납구역을 동시에 확대해야 한다.
전동킥보드는 도시의 단거리 이동을 보완하는 교통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동 편의가 보행자의 안전보다 앞설 수는 없다. 이용자가 기기를 빌린 순간부터 올바른 장소에 반납할 때까지 사업자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관리체계를 만드는 것이 이번 시민제안에 대한 현실적인 정책 답변이다.
